-
-
증언들 ㅣ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평점 :
<시녀 이야기> 출간 이후 34년만에 나온 후속작 <증언들>. 시간적으로는 <시녀 이야기>로부터 15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리디아 아주머니의 수기, 길리어드 내에서 자란 아그네스와 국외 캐나다에서 자란 데이지의 증언이 번갈아가며 계속된다. 이들의 증언들로 길리어드가 어떻게 세워졌으며 어떻게 부패하고 있는지가 자세하게 드러난다.
‘길리어드는 어떻게 무너졌는가?’라는 독자들의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증언들>을 썼다는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와 독자의 주고받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독자의 의견들에 휘둘리지 않고 작가 자신이 정교하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쌓아올려갔다는 것이 포인트!)
<시녀 이야기>가 오브프레드의 구술을 통해 길리아드 체제의 끔찍함을 독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한다면, <증언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길리어드의 내부자와 외부자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며 조금 더 다각도에서 길리어드 체제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리디아 아주머니의 수기가 인상적이다. 어떻게 판사였던 그녀가 ‘아주머니’가 되었는지, 어떻게 끈질기게 길리어드 체제에서 살아남았는지, 왜 수기를 남기고 있는지까지. 독자를 ‘여러분들’이라 지칭하며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녀. 그녀는 어느 편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요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계속 보고 있는데, 두번째 관람을 마친 뒤에 <증언들>을 끝낸 터라 여성들의 연대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50페이지 정도를 읽을 때. 절망 끝에는 희망이 있다. 길리어드를 벗어난 이들이 잔혹하고 끔찍한 세계에서 버티고 살아남은 것은 결국 사랑 덕분이고 사랑 때문이다. 또한 아주 개인적인 동기에서 시작된 움직임일지라도 결국 이타심이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물론 길리어드에서 고통받는 것은 여성 뿐만이 아니지만, 모든 자율권을 박탈당하고 ‘아내’,’아주머니’,’시녀’가 되어야 하는건 여성이다. 그러니 길리아드의 멸망에는 여성들의 연대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해도 되겠지.
자, 그래서 이 소설, 읽어야 하냐고? 당연하다. 단, <시녀 이야기>를 꼭 먼저 읽을 것. 그런데 왜 읽어야 하냐고? 1.놀라우리만큼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며 2.마거릿 애트우드의 문장과 전개가 최고이고 3.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흡입력있고 4.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기 때문.
자 그래서 이제 나는 무엇으로 연휴를 버틸 것인가..
www.instagram.com/vivian_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