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게 뭔데 - 잡학다식 에디터의 편식 없는 취향 털이
김정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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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처음 보는 사람과도 마치 영혼의 짝궁을 만난 것처럼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좋아하는게 한 두개가 아니라면? 우리의 대화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다. 바로 그 끝도 없는 대화 속으로의 초대장,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

가식없이 솔직하고 유쾌하며 열렬하기까지한 저자의 취향 고백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마치 경쾌한 실로폰 연주처럼. 그러니까 이 책은 취향 편식 없는 에디터가 부르는, 좋아하는 것들을 위한 찬가다. 사실은 유명해지고 싶고, 뛰어난 창작자들을 질투하고, 좋아하는 것엔 과하게 열정적이고. 이런 솔직한 마음도 사실은 너무 진심이기에 나오는 것들 아닌가. 몇 번이고 ‘아 저도 그래요!‘하면서 맞장구 치면서 읽었다. 취향의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부러워하는 사람으로서 동지를 만난 기분으로. 눈 앞에 앉아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물흐르듯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도 좋았던 포인트.

공감가는 구절이 정말 많았는데, 하나만 꼽자면 ‘다 내려놓고 싶어질 때 나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알고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한 자산이다(145p)‘라는 문장. 기분이 다운될 때 찾는 카페, 미술관, 음악, 책 등등 나를 비호해줄 취향의 리스트를 끝도 없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마음을 정말 정확히 그려내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이것도 저것도 좋아하는 드넓은 취향의 스펙트럼은 응급시에도 도움이 된다. 취향의 세계를 누비다보면 금방 행복해지니까. 내 취향을 안다는 것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안다는 말이고, 이것은 곧 나 자신을 안다는 말과도 같다.

최근에 너무나 좋아하는 웹소설(!) 이야기를 하다가 상대로부터 눈이 반짝거리고 목소리에 생기가 느껴진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나다운 게 뭔지>를 읽으면서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행복과 즐거움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으니까. 읽는 동안 즐거움을 보장해주는 책.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취향 수집가 동지들에게 특히 추천.

+ 책 속에 소개된 천 번 봐도 천 번 우는 마법의 영상, 절대 안 울려고 했는데 역시나 감동받은 나머지 무한반복 중. 궁금하신 분들은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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