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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The Power
나오미 앨더만 지음, 정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평점 :
세계 여성의 날에 읽게 되어 더욱 뜻깊은 책.
만약 여성들이 모든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만약 여성이 남성보다 물리적으로 더 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나오미 엘더만의 <파워>에서는 전기를 내보내는 능력을 가지게 된 십대 소녀들이 등장한다. 점차 모든 여성들이 이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곧 여성들이 사회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소설 속에는 ‘파워‘를 가지게 된 마고, 앨리, 록시 세 여성과 남성 기자 툰데가 번갈아 등장한다.
일단 진짜 재미있다. <이갈리아의 딸들>이 능청스럽게 반전된 성 역할을 전제로 시작하는 이야기라면 <파워>는 권력 구도의 점진적인 변화부터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상황을 함께 추적해나가는 짜릿함이 있다. 누가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인지, 그 권력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동안 사회에 너무나 만연하게 퍼져있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성 불평등을 자각하고 부수는 통쾌함도 물론. 오히려 통쾌함을 넘어선 극단적인 장면들 또한 서슴없이 등장한다. 아, 권력에서는 피비린내가 난다.
이 소설의 가장 놀라운 점은 결말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파워‘는, 권력은 무자비하다. 또한 끝이 없다. 나는 이를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문제가 아닌 권력의 속성에 관한 문제로 읽었다. 하여튼 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과 짜릿함이 끊이지 않았다. 끝까지 밀고나가는 정공법을 택한 작가가 존경스러울 정도다. 아마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낸 독자만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위의 이야기는 전부 소설 속 소설이다! <파워>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소설 속 소설로부터 몇 천년이 지난 시기 ‘남류 작가‘ 닐이 집필한 이 역사 소설을 두고 나오미와 나누는 서신이 <파워>의 처음과 끝에 들어가있다. 나오미가 닐에게 ‘혹시 이 책을 여성 작가의 이름으로 낼 생각은 없나요?‘하고 묻는 마지막 문장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라 하겠다.
당신이 1977년(원서 기준)에 출간된 <이갈리아의 딸>을 읽을 계획이라면 2016년에 출간된 이 책, <파워>도 꼭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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