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제훈 작가의 신작(<위험한 비유>)이 나왔다길래 펼쳐본 그의 첫 소설집<퀴르발 남작의 성>. ‘왜곡된 난장판‘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소설집이다. 상상이 아니라 망상에 가깝지않나 싶을 정도로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기워잇기!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이리저리 해체하고 다시 끼워맞춘 여덟 편의 소설들! ‘이 설정 황당한데?‘ 싶다가도 홀린듯이 몰입해서 읽다보면 책이 끝나있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재미있다는 말이다!



셜록 홈즈가 아서 코난 도일의 죽음의 미스테리를 푼다는 설정의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은 홈즈가 자신이 코일의 추리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지 관전하는 재미가 있다. 셜록 홈즈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난 도일. 그의 죽음을 셜록 홈즈의 세계관 안에 집어넣는 아이러니함이라니! (혹은 가장 적합한 자리일수도). 또,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 - 휘뚜루마뚜루 세계사1‘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저자는 마녀의 계보를 올림포스의 신의 탄생과 함께 풀어 설명하며, 15세기 마녀재판과 화형, 메데이아형 마녀들 등 역사상 마녀들(혹은 마녀라 불렸던 이들)을 총집합하여 한 줄기로 묶어낸다. 그리고 꼬깔모자는 대관절 그 원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녀들의 필수품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강력 주장하는 마무리까지! 홀린듯이 읽었다.



그러나 이 소설집의 백미는 맨 마지막 소설인 ‘쉿 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에 있다. 이 소설에서는 앞선 일곱 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총출동하여 난장을 펼친다(!) 여기까지 읽자 연극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가 떠올랐다. (최애 연극들 중 하나. 이 연극.. 2015년 이후로 안올라오고 있는데 여기 덕후1이 재공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마녀의 마법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춘복과 무대 위에 펼쳐지는 그의 환상이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소설 속 마녀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었던 모양이다. 그야말로 기분 좋은 아수라장.



색다른 소설이 필요한 이들에게, 셜록 홈즈와 마녀와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기분 전환이 되어줄 기발한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