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 연휴에 읽으려고 아껴둔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을 거의 다 읽어버렸다. 마가릿 애트우드 소설은 참 빨리 읽히는데 충격적이고 생각할거리도 많아서 읽고 난 뒤에도 ‘더 잘 읽어낼 수는 없을까‘ 도전의식마저 생긴다. 그의 작품들을 여럿 읽었지만 단 한 번도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애트우드의 작품들은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가 더 길다.



<시녀 이야기>는 무려 1985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분명히 예전에 읽었는데 싶어서 독서기록을 살펴보니 2017년 2월에 읽었던 작품이다. (그 해에 드라마화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당시 따로 리뷰를 적어두지는 않아 이야기의 설정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도 소설을 읽다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되돌아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역시 설정 자체가 기괴하고 끔찍하지만 불안함을 불러일으켜 쉽게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튼. <시녀 이야기>의 설정이라 함은 출생률이 급강한 21세기 중반, 길리아드라는 전체주의 국가가 등장하면서 여성으로부터 주체성을 빼앗고 일부 생식기능이 남아있는 여성을 ‘시녀‘로 만든다는 것이 중심이다. 소설 속의 화자 오브프레드는 남편과 딸을 두고 있었지만 길리아드의 등장과 함께 이름을 빼앗기고 ‘시녀‘가 된다. 그녀가 ‘시녀‘가 된 이유는 자궁이 있고 생식능력이 있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녀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있기에 더욱 생생하고 잔인하다. 초반에는 소설 속 설정 자체가 너무나 어처구니없게 느껴져 전부 거부하고 싶어지고, 중반부에 다다르면서는 화자의 순응과 체념에 같이 마음이 무너져내리다가 ‘이건 소설이야‘하고 깨어나기를 반복하게 된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 그저 자궁달린 생식기계로 취급받는다면 그건 나라는 존재가 전부 지워지는 것과 같다. 존재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는게 이상하겠지.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 공포스러웠다. 길리아드라는 구체적인 실체가 나를 짓눌러오는 것 같았다.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갈수록 너무나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소설 속 상황들. 길리아드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지탱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무너진 평등을 신의 뜻이라고 가져다 붙이면 해결되는 마법의 국가인가), 그 신은 여성을 위한 신이 아니다. 여성에게는 신조차 없다.



Nolite Te Bastardes Carborundorum. 빌어먹을 놈들이 너를 짓밟게 내버려두지 마라.

방 한 켠에 이 말을 적은 (전)오브프레드는 자살했다. 우리의 화자 오브프레드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를 자들에게 끌려간다. 내가 오브프레드라면 진작에 미쳐버렸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여성은 결국 죽거나 미치거나 아닌가.

www.instagram.com/vivia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