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ebook 상품권이 생겨서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궁금했던 <캣퍼슨>을 골랐다. 열 두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저자의 첫번째 단행본이다. 저자는 표제작 ‘캣퍼슨‘이 뉴요커 잡지에서 이례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동안 자기 자신만을 위해 글을 써왔다고 밝힌 작가는 빠르게 작품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경우가 생각나기도.) 다채로운 열 두편이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표제작인 ‘캣퍼슨‘이다. 마고와 로버트의 짧은 데이트 이야기다. 어린 마고는 자신의 의견을 로버트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물론 제대로 거절도 하지 못한다. 이 관계에서 남은 것은 미적지근한 썸과 엉망진창이었던 데이트, 불쾌한 섹스 뿐이다. 데이트 초반에 ‘이건 아니다‘라는 촉이 왔음에도 제대로 거절하지 못하는 마고를 보면서 공감하지 않을 여성이 얼마나 있을까. 로버트의 집에 갔을 때 마고는 공포를 느끼기까지 한다.(분명히 고양이를 기른다고 했는데 고양이의 흔적도 없었다 - 그리하여, 캣퍼슨)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마고의 행동이 무조건 답답하고 잘못되었다고만 말 할 것이 아니다. 정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불안! 이 작품이 왜 그토록 화제가 되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밖의 작품들 중에는 ‘죽고싶어하는 여자‘와 ‘무는 여자‘가 기억에 남는다. 전자는 자신을 때려야만 섹스를 하겠다는, 주인공이 틴더에서 만난 여성에 대한 이야기고 후자는 사람을 무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주인공이 추근덕대는 남자 동료를 물게된다는 이야기다. 어딘가 비틀린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 인상깊게 읽었다.
사실 열 두편 모두 고르게 좋았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그러나 다채로운 이야기 구성을 시도했다는 점, 거의 모든 이야기가 사회적 제약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루고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무엇보다 굉장히 잘 읽힌다.
(종이책 덕후는 이북 리더기가 없어 핸드폰으로 독서를 하였습니다. 읽다보니까 리더기 사고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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