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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ㅣ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평점 :
1964년에 있었던 일을 1999년이 되어서야 꺼내놓을 수 있었던 아니에르노. 그리고 2019년에야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그녀의 이야기 <사건>. 민음사 쏜살문고로 출간된 80페이지 남짓한 이 짧은 책은, 아니 에르노의 임신 중절에 대한 자기 고백록이다. 과거의 기록과 기억을 따라 남김없이 드러내는 1964년 1월 20일을 전후한 바로 그 사건. 이 짧은 글을 읽는 것이 참 고통스러웠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끝도 없는 분노와 두려움이 엄습한다. 홀로 거리를 헤매며 그녀가 겪었을 혼란이, 의사들의 매몰찬 냉대와 멸시를 받고 느꼈을 그 감정들이,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했을 그 날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럼에도 ‘어떤 일이든 간에 무엇이든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고 말하며 끝까지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저자. 이 책 속에 쓰인 글들은 소설이 아니다. 다만 진실이다. 그 진실의 기록 앞에서 2019년의 내가 1964년의 아니 에르노와 뒤섞인다.
임신 중절은 여성의 선택이다. 법적으로 이를 막거나 범죄로 낙인찍을 수 없다.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여성이 결정할 일이다. (*지난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지만 이후 개정안과 후속적인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두고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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