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오늘의 젊은 작가 23
황현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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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알리바이가 아닙니다.’



케이블 방송의 작가로 일하는 호재는 고모부가 칼에 찔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모 두이와 고모부는 부모의 이혼 후 호재를 맡아 키워준 이들이다. 소설은 호재의 이야기와 장례식장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두이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진행된다.



호재. ‘갈피을 잡을 수 없는 복잡한 길 위에서 행운을 불러들이는 이름’이자 ‘혼자의 비표준어’. 삶과 죽음에 무심한 듯 보이는 그의 아버지 두오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미 죽은 사람들(두이 두오의 할머니, 부모, 두이의 남편)과 사라진 사람(두오)을 뒤로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호재와 두이는 이상하리만치 담담하다. 그들 삶에서 벌어지는 고난을 멀리서 관조하는 이들처럼.



과연 쉽기만한 삶이 있을까. 고통과 고난 없는 삶이 있을까. 각자 주어진 상황과 느끼는 정도는 달라도 어느 삶이나 녹록치 않을 것이다.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짊어진 고난이 있다. ‘호재’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을 한 이 소설은 내게 묻는 듯하다. ‘이 삶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부모에게든 고모에게든 깍듯이 존대를 하는, 혼자이고 싶어하는 호재. 그리고 세 번의 상주 노릇을 거치며 ‘죽는 일은 인과응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듯한 두이. 이들 둘은 이상하리만치 고독해보인다. 그래서 닮았고. 소설 말미의 행운은 진짜일까? 그 행운이 그들 삶의 고난을 씻어줄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의 삶의 무게만을 지고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부모도 친척도 친구도 자식도 그들 삶의 무게도 상관 없이 홀로. 호재로.



‘누구에게나 삶은 첫번째 경험이고 우리는 매 순간 무능하다.’ - 조남주 작가의 추천사 중에서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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