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시공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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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Night Sky with Exit Wounds>로 단번에 스타작가로 떠오른 오션 브엉의 자전적 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저자는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이며 이십대 퀴어 남성이다. 소설은 (저자가 투영된) 주인공 리틀독이 영어를 모르는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된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름다운 제목에 끌려 읽게된 책이었는데 파편화된 글의 구성 때문인지 번역 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대했던 것만큼의 울림은 없었다. 나는 구묘진의 <악어 노트>나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숨을 참던 나날> 같은 글을 기대했었다. 아, 물론 이 책에서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진실성과 통렬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주인공 ‘리틀독‘과 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 리틀독이 트레버를 만나고 느꼈던 환희와 절망 같은 것들은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전쟁의 후유증은 세대를 건너 대물림된다. 그 폭력의 그늘 속에서 자란 리틀독. 그는 이민자로서 또 퀴어로서 살아남기까지 해야한다. 그 지난한 고통과 혼란만큼은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는데 저자 스스로의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이야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겉표지가 아주 아름다운데 빌려 읽은 책이라 아쉽다. 아!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감사를 표한 예술가들에 김혜순 시인이 있다는 사실! 구묘진 작가도! 뒤라스도!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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