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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내려오다 -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어
김동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평점 :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계실 바로 그 분, 김동영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천국이 내려오다>. 10여년 전 돌풍을 몰고 왔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될거야>를 시작으로 이미 다수의 책을 낸 저자. 신간 소식을 들었을 때 ‘또 여행에 대한 이야기라면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생각에 기대가 반 걱정이 반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간 저자의 모든 책들을 다 읽었지만 꽤 괜찮았던 책도 그렇지 않았던 책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국이 내려오다>는 전자다. 이 책, 꽤 괜찮은 책이다!
저자가 31개의 도시에서 겪었던 천국같은 순간들을 모아 엮은 에세이다. 군더더기없고 담백하다. 그러면서도 저자 특유의 감성과 문체는 여전하고. 글 한 편 한 편을 읽는 내내 무겁지 않아 좋았고 저자가 잠시 누렸던 천국같은 순간을 잠시 엿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로 가득한 책도 아니고, 스스로의 자아와 감정에 도취되어 마구 휘갈긴 책도 아니다. 무수히 떠나고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 뒤 어떤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써낼 수 있는, 덜어낼 것도 더할 것도 없는 깔끔한 글들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저자의 첫 책 다음으로 이 책이 좋다.
책 속에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는데 가장 좋았던 장면을 꼽자면 아무래도 맨 첫 장의 인도 바라나시 이야기다. 하루에도 200구씩 시체를 태우는 도시. 인도 사람들에게는 천국에 가기 위한 최고의 죽음. ‘천국은 무(無) 로 돌아가 다시는 이 생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는 뱃사공의 말이 큰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 이 생을, 오늘을 잘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로마에서 재회한 그녀와의 이야기, 포틀랜드에서 자유롭게 글을 썼다는 이야기,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space oddity>를 나눠들었던 이야기도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모든 장면들이 무언가를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보고 느꼈던 그 순간을 전달하기 위해서 쓰여졌다는 점이 좋았다. 매일의 일상이 지루하게 여겨질 때 펼쳐보고 싶을 것 같다.
한 곳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이 있고 어디로든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머물러야 하고 어느 순간에는 떠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떠나든 떠나지 않든 결국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그렇지만 역시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나만의 천국같은 순간을 찾아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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