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명사]
        1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운치.
        • 감동의 여운을 남기다
        • 그녀는 가볍게 응수했지만 목소리에는 어딘가 어두운 여운이 서려 있었다.≪이문열, 그해 겨울≫
        2 떠난 사람이 남겨 놓은 좋은 영향.
        3 =여음().
        • 멀리서 기적 소리가 둔하게 울려왔다.그것은 곧 메아리가 되어 일순 머리 위 허공을 가득 채우고는 긴 여운을 남기면서 골짜기로 사라져 갔다.≪이동하, 우울한 귀향≫

       

      지 지난주 일요일엔 비가왔다. 억숙같이 퍼붙는 심술맞은 녀석이 아니라 한 우산속에 두명이 들어가도 옷깃이 젖지 않을만큼, 딱 그만큼의 비가왔다. 버스를 타고 다시 찾은 해운대, 빡빡한 시간에 쫒겨 멋찐 창밖 풍경 감상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식사 시간을 뒤로 하고 몇주전부터 예매하며 기다려온 공연을 보러갔다.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의 콘서트 . Richard Yongjae O’Neill  <Lachrymae, 눈물>

      공연장엔 특유의 냄새가 있다. 오래된 곳일수록 그 냄새는 더욱 짙은데, 그 중 비오는 날은 제대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느긋한 휴일 저녁, 내리는 비와 오래된 공연장, 그리고 구슬픈 비올라, 그것으로 연주될 "눈물"..할 '한 恨'이라는 한국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그와의 만남은 한곡 한곡 음악이 끝날때 마다 남겨진 여운 때문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방문한 어떤 분의 서재에서 그 여운을 또 만났다. 페이퍼가 끝나는 곳에 남겨진 짧지 않은 여운..

      여운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로 마침표를 쓰지만, 그 마침표 대신 흰색의 공간만 덩그러니 남겨진 그 페이퍼를 보니, 곡이 끝나도 쉬이 활을 내려놓지 못하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날 그곳의 냄새와 분위기 이젠 멀리서 꺼내야하는 내 느낌까지 고스란히 생각났다. 내가 보낸 메세지에 축쳐진 그 사람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그 몇%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허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여운'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우울하고 축축 쳐지는 단어인데, 실상 그뜻은 위와 같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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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크스

      아침 눈썹 화장이 한번에 안 되거나, 장지로 향하는 상여차를 보거나, 이유없이 기분이 안 좋으면 그날 일진은 별루 혹은 그 이하이다. 반면 알람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는 하는 곡들만 나오거나, 이유없이 기분이 좋거나 하는 날은 온 세상이 다 내것인냥 마음도 들뜨고 운도 좋거나 그 이상이다.

      징크스에 얽매이지 말자고, 그 징크스라는 것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한 동안은 이 모든걸 무시한 적도 있었으나, 어느틈엔가 이 녀석은 은근슬쩍 내 곁에 꼭 붙어 버린다. 지금처럼..

      어제도 말했지만, 난 단지 지금,을 사는 사람인데.. 바로 앞에 일어날 일도 지금일이 아니라 다음 일이거든!! 체면이 안 걸리는건지.. 머리가 나쁜건지..

       

      그날의 기분은 그날의 날씨를 닮는다.

      덕분에 오늘 내 기분은 축.. 가라앉았다.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햇살이 보이는 것도 같은데, 따뜻한 생강차도 머그컵에 가득마시고, 훈기있는 히터까지 키고 앉아서는, 기분 탓만 날씨 탓만 하고 있다. 못난이..

      이번주내내 그동안 못다본 영화를 챙겨 본다는 핑계로 매일 극장으로 향했던 생활이 몸에 부치나 보다. 입안은 다 헐어버리고, 조그만 지루하면 졸립고.. 그래도 잃어버린 내 모습이 돌아오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좋아지기도 한다. 푸힛~

       

      맑은 하늘 만큼이나 해사하게 웃는 ㅇㅎ'얼굴이 많이 보고싶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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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단지 지금, 현재를 살고 있을 뿐이다. >

      절대, 영원, ...

      언제부터 이 따위 말들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난..

      누군가, '아니야. 그렇지 않아.. 어딘가에 절대적이고 영원한 운명같은 일들이 있을 수 있어. 단지 네가 모르는 것 뿐이지..'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은.. 

      연애 초, 매순간  매시간 매일을 맹세로 시작해서 맹세로 끝나는 그 시기가 지나면 대체 내가 무슨 맹세를 했는지조차 모를때도 있을 것이다. 숨쉬는 것 만큼 내뱉어버린 수 많은 맹세들..

      의식적으로 그런 말들을 피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오히려 이런 내 반응이 조금은 시큰둥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문자가 오거나 전화가 오거나, 혹은 누굴 만나거나..상대방이 궁금해 하기전에 누구에게 왔거나, 어떤 내용이였다..라는 간단한 설명 정도는 해준다. 그리고 조잘조잘 옆에서 쉼없이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오늘 하루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렇다.

      나 또한 알고 싶은 거다. ㅇㅎ를 둘러싼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굴 만났는지.. 어떤 전화를 받았는지..

       

      말도 생각도 마음도 잘 통하는 사람이였기에 막연히 알꺼란 생각을 했는데..아무래도 이 사람은 모르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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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무게가 5킬로 정도 빠진 것 같다.

      내 생애, 이리 단시간에 이 정도의 킬로수가 빠진건.. 처음이다.

      그렇다면, 빠진 몸무게 만큼 몸은 더욱 가벼워져야 할 것이고, 움직이기 편해져야 할텐데..

      오히려 그 반대다.

      몸은 천근만근, 마음도 천근만근.. 걸어다니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좀비다. 좀비..

      죽었어도, 죽은게 아닌 좀비..

      쓰고 보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이참에 닉을 바꿔야 할까..?  좀비같은 레와.

       

      얼만전, 원치 않은 모임자리에서 또 좀비 같이 앉아 있었다.

      모임 명목이 퇴원기념이라 (내 의지완 상관없는 막무가내식의 모임 주체.. 정말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무거운 마음과 몸을 질질 끌고 그 모임에 참석했더랬다. 밥 세숫갈 + 국 조금을 겨우 소화 시키는 내 위장을 생각한건지.. 만건지.. 메뉴는 회다. 평소 환장하고 달려들어 먹어치우는 내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기본 반찬으로 나온 김만 몇젓가락 뜨다 말았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이 바닥에 붙어 계속 꺼지는 느낌.. '죄송한데요, 저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이 말을 십분이상 마음속으로 외치다 외치다, 겨우겨우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몸상태가 이러이러하니 모임을 다음으로 미루자는 말도, 음식을 제대로 소화 못시킨다는 말도, 그만 일어나야 한다는 말도.. 아무말도 제때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의욕상실? 침체? 우울? 귀찮음?

      아는 의사분 말로는 사고후 우울증 증세라는데.. 글쎄.. 죽는것도 귀찮으니..

      요즘은 그렇다.

      반짝반짝 빛나는 내일이 아니더라도, 나한테 내일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내일이라는 것이 얼마전에 사라져 버린 것 같다.

      내일을 생각해도 내일이 아닌, 오늘만 있는 버거운 지금..

       

       

      (+ 그나마 다행한것은 계속해서 가슴 속에만 쌓아두고, 머릿속에만 맴돌던 이야기들을 여기서라도 조금씩, 조금씩 풀수 있게 되었다는것. 갑자기 이 사실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 죽기는 싫은 건가.. 살고 싶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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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되지 않은 내 삶이지만, 하늘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는 것과 오늘 힘들었다면, 내일은 웃을 수 있는 날들이였고, 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는 것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차분히 앉아 풀수 있는 사람이 나란 사람이였고, 바닥까지 꺼져버린 마음을 단 한번에 추스릴 수 있었던 사람도 나란 사람이였다. 어려운 문제일 수록 쉽게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이 나란 사람이라고, 내 스스로 믿고 살아왔었다.

      내 서른 삶이 그런 삶이였다.

      마음먹고 덤벼 들어 할 수 있을때 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되는 문제는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다른 걸 찾았던 사람도 나란 사람이였는데..

      그런 내가 죽어 버린것 같다. 그래.. 없어져 버렸다.

      어제가 바닥인듯, 오늘이 바닥인듯.. 끝을 알 수 없는 벼랑끝으로 계속 내몰리는 지금 상황이 .. 버겁다. 아주 버겁다.

      어제는 울었으니깐, 오늘은 웃게 해 주시겠지.. 그럴꺼야.. 라고 아무리 생각하고 믿어보려 해도 더 이상의 구명줄이 없어져 버린것 같다. 행여, 오늘 웃게 되는 순간에도 내일은 얼마나 큰 고통을 주시려고 .. 란 생각이 먼저 들고, 덜컥 겁 부터나고.. 나 이런 사람아니였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생각하고, 지레 겁먹고 도망가는 그런 사람 아니였는데..

       

      내가.. 어디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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