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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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졸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긴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에는 5.18의 이야기인 줄 몰랐는데
이 책에 담긴 내용이 광주의 아픈 상처 아니 절대 씻을 수 없는 고통임을 알았을 때 난 주저했다. 

비겁하게도 난 책을 보기 전에 작가의 인터뷰나 이 책을 다룬 팟캐스트를 먼저 접했다.
그래야 내가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한강 작가의 소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고
인간의 저 밑바닥에 놓인 감정까지 뿌리채 흔들어놓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이 소설은 힘들었다. 

잔혹한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권하고 싶다.
그리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학살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더 다양한 매체로 나와야 한다. 
괴로워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134-135쪽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중략)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한강, <소년이 온다>, 창비, 2014.05.19. 초판 1쇄.



이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면서 마치 나에게 물어오는 것 같아서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작가 또한 자신을 향한 물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은 결국 짐승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런 상태가 아닐까.

우리의 삶은 까딱 한 발을 벗어나면 짐승의 세계이다.

예전에 한산한 오후의 지하철에서 아주 지독한 악취를 느낀 적이 있다.

그 냄새는 저 옆 칸의 홈리스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내가 탄 칸도 아닌 옆 칸에 있어도 코를 찌르는 악취로 뒤덮힌 그는 과연 얼마를 씻지 못했던 걸까 생각했었다.

몇 년 아니라 단 몇 일을 못 씻어도 냄새가 나고 더러워지는 게 인간이다.

그런 인간들이 이기심과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지른 수많은 참상들.


가해자들의 괴물같은 모습도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도 이 책을 쓴 사람도 읽는 사람도 인간의 한 부분이다.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매순간 부던히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한발 옆의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다 무너뜨리면서까지 시위대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려고 했던 것은 결국 난 인간이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 

그런 물음을 작가는 하면서도 처참하게 짓밟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시하면서 그들을 껴안고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213쪽

이제 당신의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한강, <소년이 온다>, 창비, 2014.05.19. 초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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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종이 인형 놀이 - 28개 종이 인형 + 보관상자 만들기
달곰미디어 기획팀 기획 / 달곰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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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추억이 방울방울~~>_<♡

종이인형 놀이를 해보았어요!!

제가 어릴 때 정말정말정말정~~~말 종이인형 놀이를 좋아했었거든요.

문방구에 가서 새로운 종이인형 나오면 사고 또 사고. 호홋.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성격이 엄청 집요한 편이라서

종이인형의 선이 넘어가지 않게 자르는 기술자였답니다.

그래서 동생들의 종이인형도 모두 제가 잘라줬었죠. 후후.

와, 정말정말 오랜만에 보는 종이인형!

그것도 옛날 버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종이인형!!

같이 한번 놀아 보실래요? ^0^

 

 

짜잔~~ 달곰미디어에서 나온 <옛날 종이인형 놀이>!

무려 28개의 종이인형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와우!

​뒷면을 보면요~

 

​이렇게 차례가 있답니다.

저기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이 한권에 묶여 있다는 사실!

깨알같이 이름이 적혀져 있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골라볼까요?

​짠! 제가 고른 아이는 "나나"

화사한 옷들이 많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해서 마음에 쏙 들었어요~ >_<

<옛날 종이인형 놀이>​는 A4 정도의 크기예요.

제 기억으로는 옛날의 종이인형 보다는 작은 크기인 것 같아요.

하지만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이 크기가 적당하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이쁘게(=집요하게) 잘라볼까요?​

종이인형을 자를 때에는 우선 큰 덩어리에서 적당하게 대충 잘라주는 거 아시죠?

이렇게 나나랑 맘에 드는 옷을 잘라보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선을 넘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장인의 정신으로 심혈을 기울여 잘라줍니다.

너무 집중해서 잘랐더니 가위를 잡은 손가락이 아팠어요 ㅠ.ㅠ

​적당히 힘을 주고 잘라주세요 ㅠ.ㅠ

짠!

드디어 깔끔한 모습의 나나!

응? 그런데 옷에 제니라고 써있네요;;;

얜 나나가 아닌가봐요;;;​

그럼 제니! 넌 이제 새로 태어났어~!!

​기다려봐~! 언니가 이쁜 옷을 장만해줄께!

짜잔~!

어때? 이 옷~ 풍성한 레이스 블라우스와 차분한 자켓, 몸에 딱 붙는 인어공주 스타일의 스커트!

품위 있으면서도 적당히 볼륨감을 살려 주는 그런 아이템이지!

응?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구?

ㅠ_ㅠ

아, 이런.. 잠시만 다른 옷을 준비해볼께 ㅠ0ㅠ​

짠! 이 옷은 어때?

화사한 장미꽃이 가득한 봄향기 물씬 나는 투피스에 모자와 핸드백까지!

오~ 맘에 든다고? 호호.

그럼 한번 입어볼까나~~​

와우~!! 정말 잘 어울린다~!!!

머리와 눈동자가 파란색이라서 그런지 장미 프린트가 더 돋보이는 것 같애!

우움...

근데 신발이 좀 엔지네...^^;

뭐, 그래도 이쁘게 변신~~★

다음은 나나~ (아마도;;)

귀여운 동생이네요~

나나에게도 예쁜 옷을 선물해줄까요?


 

아! 이런!

나나는 머리가 어깨까지 오네요~

그래서 옷에 달린 ​어깨걸이를 쓸 수가 없어요 ㅠ.ㅠ

하지만 괜찮아요!

어깨와 머리를 약간만 분리해주면 문제해결!!

​짠~!

언니랑 커플로 꽃무늬 원피스랍니다~

꽃무늬시스터예요. 후훗.

아.. 역시나 신발이 엔쥐~이지만

뭐~ 귀엽게 봐주는 걸로~~!

 ​

요렇게 나란히 있으니까 정말 이쁘죠?

제니 : ​나나! 미미의 결혼식에 늦겠어!!!

나나 : 어머 언니! 진짜! 어떡해~ 내가 부케 배달하기로 했는데!

제니 : 괜찮아! 지금부터 뛰어가면 될 거 같아! 자, 얼른 뛰어! 운동화 신고!!

ㅋㅋㅋㅋㅋ

​이렇게 다~ 놀고 나면, 이 종이인형들은 어떻게 하죠?

막 따로따로 굴러다니다가 다 잃어버린 기억! 있으시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종이인형 전용 보관함!!


 

​<옛날 종이인형 놀이>의 맨 뒷장으로 가면 이렇게 보관함 도안이 있어요.

잘 잘라서~ 풀로 붙이면!

(딱풀로 붙여도 잘 붙어요~~)​

이렇게 상자가 완성!!​

놀았던 종이인형들을 넣어주면 정리 끝!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으니까 정말 좋아요~

상자를 덮은 모습이예요.

예쁘죠?

다음에 또 만나~~^0^*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놀아본 것 같아요.

예전에 팔던 종이인형들을 이렇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비록 지금 시대의 색감이나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마저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지금은 정말 화려한 놀거리들이 많잖아요.

한번쯤 이렇게 옛날로 돌아가서 놀아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와 함께인 것도 좋구요. 아니면 그때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해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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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
김현성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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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장이 간결하고 읽기 좋아서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이다. 노래도 잘 하더니 이렇게 글도 잘 쓰다니. 게다가 동안이고. 신은 불공평하다!
읽기 전에는 단순히 유럽여행기인가? 싶었는데, 자신의 아픈 과거의 이야기에서부터 현재의 감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담담한 문장 속에 담아내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괴로웠을 텐데, 또박또박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물 흐르듯 풀어낸 것이 마음에 와닿았다. 문장력도 있지만, 이야기꾼으로도 손색이 없다.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여러 만남이 있지만, 이 한권의 책으로 김현성 이라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음이 반갑고 기쁘다. 앞으로 작가로서의 모습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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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05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제님! 너무 부러워하지 마세요. 이렇게 멋진 책을 볼 수 있는 밝은 눈과 글로 풀어내는 문장력이 있으시잖아요.ㅎㅎ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비제 2016-01-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감사해요 >_<
읽어야할 책들이 많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예요. 그춍? ^^ 해피북님도 오늘 하루 즐겁게 시작하세요!!!
 
엄마가 정말 좋아요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5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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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가 고른 책은 아니고,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책이었어요. 미야니시 타츠야(宮西達也)[주1] 작가가 그린 더 유명한 책(공룡시리즈)도 있지만, 제가 이 작가와 처음 만났던 것은 《승냥이의 구의 부끄러운 비밀》[주2]이었어요. 이 책은 나중에 리뷰할 일이 있으면 하겠지만, 저로서는 조금 충격적인 그림책이었어요. 엄마의 아낌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꼭 저런 서사 구조였어야 했나 싶었거든요. 뭐랄까, 꼭 90년대 후반 유행하던 무비형 뮤직비디오 같다고 할까요. 싸우고 피흘리고 그리고 울고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용서하고. 하지만 아이는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피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조금 얼어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모두모두 잘 되었을 거야! 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더군요.

 

두번째로 만난 미야니시 타츠야의 책은 《배고픈 늑대 페코페코》[주3]로 교원의 2009년 이야기솜사탕 전집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단행본으로는 검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만난 것이 바로 이 책, 《엄마가 정말 좋아요》[주4] 였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미야니시 타츠야의 책은 모두 아이가 고른 것이었네요. 아이가 생각보다 이 분의 그림을 많이 좋아하나봐요. 선이 분명하고 만화적인 그림이라서 아이의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를 통해서 만난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 《엄마가 정말 좋아요》는 읽고 나면 정말 뭉클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육아를 전담하는 이가 보면 더욱 그럴 거예요. 아마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아이는 항상 엄마를 100%로 바라보고 100%의 사랑을 원하죠. 아이가 태어나고 제일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이거였던 것 같아요. 나는 100%가 아닌데 아이는 100%라고 생각하고 그런 나를 정말 너무나도 원한다는 사실이요. 너무나 부담스럽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에는요. 물론 진짜로 도망가진 않았지만요. 지금도 가끔은 아이가 나를 원한다는 사실이 힘겹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나를 이토록 원하는 이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참 고마워할 일이죠.

이 책은 이런 아이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을 잘 담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싫은 말을 해도 엄마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좋은 말을 해주는 엄마가 더 좋다고 아이는 말합니다. 당연한 얘기인데요, 엄마가 정말 좋다는 점이 베이스로 깔려 있고, 그보다 더 좋을 수 있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뭉클해지는 부분이예요. 그것은 아마도 늘 좋은 얘기만 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고, 아이가 보내는 사랑이 너무 벅차서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론은 더없이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말합니다. "이런 엄마라도 좋아한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 태어나 줘서 고마워."

 

 

어찌보면 참 흔한 패턴의 이야기인데, 이렇게 간결한 그림으로 그려낸 메세지가 참 크게 다가오네요. 지금 아이에게는 엄마 혹은 아빠가 전부이고 최고이겠죠. 나이를 먹어가다보면 부모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분노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아마도 저와 제 아이에게도 그런 시간이 오겠죠.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행복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겠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을 충만히!

 

[주1] 번역본에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미야니시 다쓰야'로 표기되어 있는데, 저자의 영문 성명인 'Miyanishi Tatsuya'를 존중하여 '미야니시 타츠야'로 표기하였습니다.​

[주2]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효리원, 2009.10.15. 원제는 『オオカミグーのはずかしいひみつ』, 童心社, 2008.04

[주3]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김난주 옮김, 교원, 2009. 원제는おおかみペコペコ』, 学研, 2007.03

[주4]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이기웅 옮김, 길벗어린이, 2015.06.05. 원제는おかあさん だいすきだよ, 金の星社, 2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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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0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아이가 없는데도 굉장히 동화책을 좋아해요. 좋아서 읽다보니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읽어줘야지 하고 생각해 놓은 책들도 많고요. 그런데 그렇게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표정이나 말투 몸짓을 바라보게 되시며 동화보다 값진 시간을 쌓아가시는 모습이 되~~게 좋아요.ㅎ 저도 꼭 아이가 생기면 이런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벌써 2016년이 되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책 이야기로 가득 채우는 시간 만들어보아요^~^

비제 2016-01-01 23: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림책을 좋아해서 결혼 전부터 사서 모으기도 하고 그랬어요. 아름다운 그림이 함께하는 이야기 책이라는 것이 하나의 예술품 같다고 생각했구요. 아이가 태어난 후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바로 혼자서만 즐기던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였어요. 그동안 제가 모았던 그림책도 같이 보고 도서관에 가서 수많은 그림책들을 마음껏 보고 골라보는 기쁨이란! 해피북님도 나중에 아이와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실 것 같아요~~!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해피북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0^*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 - 상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맛있는 이야기
남기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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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이 동물과 차별되는 많은 특성 중에 하나에는 요리를 할 줄 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음식으로 발전시킨 인간은 좀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고, 육체적·정신적으로도 큰 성장을 하게 되었다. 그런 인간에게 있어서 음식이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음식을 통해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먹은 것이 무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은 이러한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아주 쉬운 문체로 담아낸 책이다. 저자인 남기현 기자는 매일경제신문에서 일하고 있고, 이 책은 매일경제 유통부 소속 시절 연재했던 글들을 모으고 모으고 덧붙였다고 한다.

 

 

책 안으로 들아가보면 한국의 맛, 외국의 맛, 사랑과 남만의 음료, 자연이 준 선물이라는 제목을 붙인 총 4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각 챕터별로 흥미로운 음식들이 가득하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한국의 맛이다. 이 챕터에서는 초당순두부에서부터 자장면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떡국이었다. 사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건 줄은 알고 있지만 왜 먹게 되었는지 알지는 못했다. 한해 마지막 날 기다란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어 놓고 새해 아침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바로 무병장수와 풍요를 바라는 마음을 담겨져 있다고 한다. 요즘 먹는 떡국은 소고기나 멸치로 육수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후기에는 꿩고기를 주로 사용했는데, 꿩은 잡기가 힘들어서 닭고기로 국물을 내어 먹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새해가 되어도 먹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는 흔하고 그저 그런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떡국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올해 떡국은 우리집도 닭고기로 해먹어보자고 생각하고 만들어봤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감칠맛이 있어서 맛있었다.

 

 

두번째는 외국의 맛이다. 이 챕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일본의 대표음식, 텐푸라(튀김)였다. 사실 이 텐푸라 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는데, 흥미롭게도 포르투갈에서 유래된 말이었다. 가톨릭의 나라인 포르투갈에는 쿠아투오르 템포라(Quatuor Tempora) 라는 날이 있다고 한다. 이 날이 되면 고기 대신 생선을 튀겨 먹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본 일본인이 튀김을 만들어서 먹기 시작했고 그것이 텐푸라 라는 이름의 유래였다. 일본의 텐푸라는 보통의 튀김과는 달리 반죽이 굉장히 얇아서 바삭거림의 극치를 이룬다. 막 나온 텐푸라를 입에 넣었을 때의 그 만족감은 정말 최고이다. 이 책을 읽다가 텐푸라 한입 베어물고 싶어서 혼났다.

 

 

세번째는 사랑과 낭만의 음료이다. 이 챕터에는 술과 커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매시코의 대표 술인 테킬라였다. 테길라 중에서 가장 유명한 '호세 쿠에르보'가 탄생한 배경을 들려준다. 테킬라는 백년초라고 불리는 용설한 즙을 아즈텍 원주민들이 발효시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풀케'라고 불렸으며 달콤하면서도 막걸리처럼 걸쭉하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도 비슷한 5~6도 정도 라고 한다. 16세기 초 아즈텍 문명은 스페인에게 정렴당하고, 코르테스 라는 사람이 풀케를 증류시켜 새로운 술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알코올 도수 40도 정도의 테길라였다. 테길라는 스페인 정복자와 본국 공급용으로만 생산되었지만, 맥시코 민중은 몰래 풀케와 테킬라를 즐기며 회합을 이어 나갔다. 18세기에는 스페인이 법으로 테킬라 생산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눈을 피해 몇몇 맥시코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테킬라를 만들어갔고, 그 대표적 인물이 호세 안토니오 데 쿠에르보였다. 그것이 계승되어 결국 스페인 정부의 공식 허가증을 얻어내었고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판매되는 테킬라가 된 것이다. 하나의 술이 탄생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거치고 많은 일을 겪었다는 것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네번째, 자연이 준 선물이라는 챕터에서는 음식을 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소금과 설탕에서부터 핫한 관심을 받고 있는 글루텐과 오메가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제일 좋았던 이야기는 망고스틴에 관한 것이었다. 망고스틴이 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19세기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사랑한 과일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신랑도 참 좋아하는 과일인데, 한국에서는 맛 좋은 것을 먹으려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해서 안타깝다. 이름에 망고가 들어갔지만 망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일이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과일이 그냥 신기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망고스틴에는 항산화성분과 칼륨이 많아서 노화방지와 심혈관, 퇴행성 질환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조만간 신랑에게도 생망고스틴을 사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은 음식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거나 혹은 몰랐던 이야기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읽어 나가다보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대하던 음식 하나, 식재료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보는 눈도 넓어진다는 것이 아닐까. 내일 내가 먹을 음식은 무엇일까. 그 음식 하나에도 많은 것이 담겨 있음을 알고 겸허하게 숟가락을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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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01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음식으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워요 ㅎ 각 나라별 음식이야기도 재밌고요. 저는 손미나 저자의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서 빵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는데 ㅎ 세상에는 저희가 모르는 신비한 식물도 많은 모양이예요. ㅎㅎ이 책도 리스트에 담아봅니다^~^

비제 2016-01-01 23:11   좋아요 0 | URL
먹거리에 참 관심이 많았던 2015년이었던 것 같아요. 방송에서도 출판계에서도 말이죠. 분명 태초에는 음식이란 게 몇 가지 안 되었을 텐데, 이렇게 수많은 음식들이 있다는 것도 참 재미있구요. 빵나무 라는 것도 있군요! 정말 세상엔 신기한 식물도 사실도 많은 것 같아요.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도 정말 기쁜 일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