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뜻은 없다.
집에 초는 서랍에 한 가득이고, 엄마는 전기세며 수도세며 청구서를 펄럭이니
늘근 나이에 집에 착~ 달라붙어 생활비 안 내는 죄인으로 (부식비며 샴푸, 린스 기타 등등 돈은 돈대로 들어가지만 티 안나는 까닭에) 어둑해져 전기를 틀 시간이 되면 초를 켜둔다. 최근에 시작한 일이다. 이게 책 볼때나 컴퓨터 할때나 글씨가 보이지 않는 것은 같으나 자판 글씨는 손가락이 본능으로 움직여 불편함이 덜하다. 하지만 책 볼때는 GG.  

 

가지고 있던 스탠드가 맛이 가버려서 평소에 찜해둔 워크 램프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이게 또 하필이면 품절중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디지털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가 그리워지는 요즘.
그래서 메일 교환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두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나보다.
잠시 어딜 좀 다녀와야겠다. 어디?

.................... 나의 레오를 찾으러. 

 

 

 

 

 

  

네~ 드디어 읽었습니다.


SNS속의 현재에서 이제는 고전이 되버린 이메일. 
읽고 난 뒤 결말에 마음은 멍먹한데 가슴은 이상하게 훈훈하다. 

AW: 
에미. 지금 밤 열시에요. 나한테 오지 않을래요? 택시비 줄게요. (나 사는 곳은 도시 외곽이에요.)
레오.    

저 당분간 찾지 마세요. (찾을 일도 없겠지만)  찾으시려거든 이메일로.
아놔~
누구야 내 가슴이 불을 지핀 사람이.... 죽어가던 연애 세포가 살아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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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1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버벌 2011-03-19 11:20   좋아요 0 | URL
읽었어요!!!!!!!!!!

다락방 2011-03-1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머그컵에 와인 따라서 마시고있어요.우리 건배해요!
레오와 에미처럼!

버벌 2011-03-19 11:21   좋아요 0 | URL
아아 와인. 레오와 에미처럼! 뒷권도 사셨나요? 전 이대로 상상을 할지 아님 사서 볼지 고민중요.

다락방 2011-03-2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벌님, 저로 말씀 드리자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집의 책장에 한권, 사무실 책장에 한권 꽂혀있습니다. 총 두권이에요. 뒷편 [일곱번째 파도] 역시 당연히 가지고 있지요. 두권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일곱번째 파도는요, 좋아요. 결말도 좋아요. 그렇지만 일곱번째 파도는 새벽 세시를 사랑한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팬 서비스' 같은 작품이에요. 그러니까 새벽 세시의 결말이 너무나 완벽하고 그 먹먹함을 견디는 것을 그 무엇도 깨지 않기를 원한다면 일곱번째 파도는 읽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일단 일곱번째 파도의 에미는 더 표독스러워지고 더 집착이 심해져서 저 같아요. ㅜㅜ 물론, 그 때문은 아니고,
저는 새벽 세시를 아무때고 펼쳐서 다시 읽어보거든요. 처음부터 읽을때도 있고 중간에 아무데나 읽을때도 있구요. 저는 어느 힘든 하루, 새벽 세시를 다시 읽는데 말이죠, 레오가 미아랑 잔 걸 읽고 나니까 너무 우울해서 견딜수가 없는거에요. 그들이 왜 그랬는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자지 말지, 하는 생각이 저를 미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기분 그대로 잠들 수 없다 싶어서 다시 일곱번째 파도를 다 읽었어요. 새벽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그런데 레오와 에미의 해피엔딩을 그날은 꼭, 꼭 보고 싶더라구요. 어쩔 수 없었어요. 저는 제 책장에 일곱번째 파도 까지 꽂혀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요. 물론 가장 완벽하고 완전한 결말을 위해서는 새벽 세시를 따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버벌 2011-03-20 23:59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읽고난 후 정리가 되었어요. 그리고 결심했죠. 전 "일곱번째 파도"는 읽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훈훈하지만 조금은 멍먹한 이 마음 이대로 있을게요. 혹시나 뒷 이야기가 미칠정도로 보고프면... 사야지 어쩌겠어요. 저 역시 레오와 미아가 잔 부분을 읽고 혼자 울컥울컥. 포스트 잇을 사야겠어요. 책에 글을 쓴다던가 줄을 긋는것은 딱 질색인데 읽는 내내 표시를 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락방님은 책에 흔적을 남기세요? 아니면 깨끗하게 간직하세요? 전 후자지만. 전자도..... 페르마가 그랬던 것처럼 수수께끼나 써볼까요? ㅋㅋㅋ

다락방 2011-03-2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책은요, 버벌님, 말도 마세요. 흔적 장난 아니에요. 읽고 좋았던 책은 아주 색색깔로 흔적이 남겨져 있어요.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거는 포스트잇도 색색깔로 덕지덕지, 볼펜 형광펜 연필 등으로 밑줄도 덕지덕지에요. ㅎㅎ 사무실에 있는 새벽 세시는 커버도 찢어져 있어요. 하하하하. 최근에는 줌파 라히리 책에 밑줄을 많이 그었네요. 전 막 밑줄 긋고 낙서도 하고 그래요. 포스트잇도 마구 붙이고.

버벌 2011-03-21 11:41   좋아요 0 | URL
제가 책에 구김 남기는 것조차 싫어해서 동생들이 만지는 것도 싫어했거든요. 예전에 군대가면서 막내가 가지고 간 책에 그것도 정말 좋아하는 "내 영혼의 아틸란티스"에 국방부 도장이 쾅 찍혀있어서 완전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녔어요. ㅠㅠ 언젠가. 파이드로스를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되니 밑줄 쭉쭉 그어놓고 다시 보고 그랬더니 동생들이 왜 그러냐고 뭐라뭐라... 교육의 힘이 쿨럭. 지금은 내 책에 조금씩 흔적을 남기는 중인데 언젠가 우연히 다시 들여다보게 되면 보물 발견한 기분이 될 것 같아요. 아마도 다락방님도 흔적이 담긴 책을 오랜 시간이 흐른뒤에 보면 같은 생각이 들까요? ^^ 아 그것보다 웬지 책 돌려보기를 하면서 손을 거쳐간 여러사람의 글이 붙고, 덧 붙여지면 굉장한 보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거 어디서 시도한 사람 있나요? 카페 같은거 있음 좋을텐데.. 혹시나 그런거 하면 저 락방님 책 첫번쨰요~~ 손손. 줌파 라히리 그저좋은사람 읽다가 지금 잠시 중단중. 왜 전 동시다발로 이책 저책 보는걸까요? 이것도 병입니다 ㅋㅋ
 

  후배에게 빌려줬던 책들. 추천을 연발하며 빌려줘놓고는 정작 내 책장에서 없어졌다  생각도 못 했던 책들. 육아에 지친 후배 달래려 피자 사들고 방문했다가 우연히 그녀의 책장을 보지 않았다면 그녀가 말하지 않는 한 아마도 평생 발견하지 못 했을수도 있는 책들. 이모를 찾아대는 후배 아들내미 방해를 이겨내며 쇼핑백에 담아 온 책들. 잊고 있었던 게 너무 미안해서 책장에 넣지 않고 베개 옆에 놔둔 책들. 한동안 베개 옆을 지킬 내 책들.

후배가 나에게 빌려 준 책도 있다. 나는 기억하는데 그녀는 기억 하지 못 하는  나쓰메 소메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후배에게 따로 말 하지 않고 내가 갖기로 했다. 그냥 내가 그렇게 결정했다.

 

 

 

 

 

 

조너선 캐럴의 "벌집에 키스하기" "웃음의 나라"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아마도 이 작가의 머릿속의 절반은 단어이고 절반은 잘난척일 것이다. 이십대 초반 폴 오스터에 굉장히 열광했었을 때가 있었다. "나 글 좀쓰지 않아?" 라고 느껴지는 그의 문장에 (순전히 내 생각) 굉장하다! 감탄하며 읽었었다. 몰입해서 읽으면 뚝딱이지만 중간에 손을 놓으면 좀처럼 다시 펴기가 힘든 그의 책들. 게다가 그 몰입이라는 것도 쉽지 않은 그의 글.

(읽고 나면 백년을 가지만 중간에 중단하면 다시 읽기가 백년이 걸린다는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  "내가 지금 어느 부분을 읽고 있지?" "이 전의 상황이 뭐였는데 이렇게 전개된건지?" 등의 궁금증을 항상 머릿 속에 떠올렸다. 신간이 나올때마다 구입은 하지만 사둔지 몇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읽기 시작하는 그의 책들. 좀 더 유명한 "뉴옥 3부작"을 비롯 그의 책은 항상 나에게 숙제이다. "달의 궁전" 은 구입한 지 5년이 지나 근 3년 만에 읽어 냈다. 완독 후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을 못한다. 재미도 있다. 제길! 그런데 읽기가 너무 힘들다. 현재도 "환상의 책"을 3년? 5년째? (맙소사 이제 생각도 안나) 읽는  참 자격 없는 책 읽는사람이다.  
                                                                                                                                                                                      

 

 재미가 있던 없던 끝까지 읽기가 너무 힘들어 (몰입이 힘들다든지, 다른 책에 
 더 눈이 간다든지 하는 기타등등 이유로) 나에게 숙제 같은 글은 폴 오스터 말고
 도 더 있다. 그 중 최고는 리차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 인데 이 책은
재미가 없다던가 몰입이 힘들다던가 하는 책이 아니다. 실제로 너무 재미있다.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1984년으로 돌아가 스스로 총을 겨누고 있는 그에게 "전 당신의 팬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죽지마라고 제발 그러지 마라고 울며 매달리진 않을테다. 내가 그러든 그러지 않던 결과는 같을테니까. "미국의 송어낚시"는 완독하기가 힘든게 아니라 완독하기 싫은 책으로 개인적으로 계속 <독서중>이길 바라는 책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늘 <독서중> 이길 바라는 책이다.

-> 지나가는 말하나 : 유아인의 파워? "워터멜론슈가에서"는 품절이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그 전부터 품절인지는 모르겠다.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는 "데미안" 보다 더 읽기가 힘든 책. 다른 이들은 "데미안"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데미안"을 읽으면서도 이러니까 노벨상을 받는거다. 참 노벨상스러운 책이다. 보는 내내 인상을 썼다. "데미안" 은 총 4번을 읽었는데 처음 읽었던 학창시절엔 왜 읽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단지 선생님이 시켰기 때문에 읽었다. 두번째는 대학에서 남들이 좋다니까 내용도 생각 안나는데 한번 읽어보지 하고 시험기간에 유독 학점도 짜게 주는 과여서 코피 흘리며 친구들이 도서관 날새기를 할때 같이 날새기 하며 새벽 별 보면서 읽었다. 순전히 공부하기 싫어 선택한 책인데 시험 결과야 말 안해도 뻔 한 사실이니 졸업 후 취직하는 내내 학점이 따라다니는 걸 그때 알았다면 절대 보지 않았을 걸. 아니... 그래도 봤을까?   

나머지 두번은 직장 들어와서였는데 내내 이해가 힘들었던 내용이 4번째 와서야 비로소 이해가 됐다. (정말 딸리는 이해력이다) 10대, 20대, 그리고 30대 시간이 갈 수록 이해의 폭이 더 깊어지니 아마 40~50대가 되면 좀 더 좋은 말로 리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궁금한건 사람들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 이해가 쉬운가? 난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다들 읽고 추천을 하는거지? 난 이해가 안돼 읽고, 또 읽어 내용이 그마나 조금의 이해가 되는 지금에도 추천을 못 하겠다.

"황야의 이리"는 그 "데미안" 보다 몇 배는 읽기가 더 힘든 책이다. 이해는 둘째 문제. 이건 아예 스무장 넘기기가 힘들다. 책 구입 후 3~4년을 지났음에도 주인공이 마술 극장 문을 열기 위해 애쓰는 장면만 반복이다. (글을 쓰는 지금 생각나서 책을 넘겨보니 74페이지에 책 갈피가 꽂혀있다. 정정 20장은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럼 뭘 하나? 어차피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데)

얼핏 보면 사람들이 내 글에 오해를 할 수도 있겠는데 확실히 말해 두자면 헤르만 헤세는 글을 잘 쓴다. 너무 잘쓴다. 문장력은 최고인데 문제는 내가 (바로 내가) 읽기가 힘들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아주 신경질 나는데 대책도 안서는 취향의 문제 일 뿐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리뷰를 보면 칭찬 투성이에 추천 왕왕이니. 읽는 것은 자유. 하지만 나는 힘들다는 것. "데미안"은 4번 만에 좋은 책임을 알았으니 "황야의 이리"는  빠르면 한 40세 정도에 완독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때도 이해를 다 할지는 의문이다.(망할 머리. 대책 안 서는 망할 취향)

덧 붙이면 비슷한 소설로 비교적 이해는 쉬우나 결심하고 읽지 않으면 참 책장 넘기기 힘든. 감상이고 추천이고, 리뷰는 고사하고 읽어냈다는 것에 폭풍 감동을 받았던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 도 있다.  

 난 흔히 말하는 세계문학을 "1984"으로 시작해 "백년의 고독"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영혼의 집"으로 이어와서 엄청난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언제나 저 책들의 리뷰를 쓸 수 있을까?) 앙드레 지드에 와서 딱! 막혔다. 이어서 헤르만 헤세는 쉽게 접근 조차 못 하게 만들어 버렸다. 좋아 하는 호러와 스릴러를 구입함에도 의무적으로 5권에 1~2권은 세계문학(고전)을 끼워넣어서 쌓인 책들이 읽어달라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제발~ 진도 좀 나가자!
 
고전이란 누구나 읽은 것으로 자부하려 들지만 실은 누구나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  - 마크 트웨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세상종말전쟁" 은 "나는 훌리아 아줌마와 결혼했다"를 보고 문장에 반해 당장 구입한 책이다. 개정판이 표지가 더 예쁘다. 내가 가진 것은 표지만 봐서는 절대 보고 싶은 욕망이 일지 않은 표지로 구판의 마이리뷰에 <마녀물고기>라는 분의 리뷰가 아니었다면 결코 읽지 않았을 것이다. 잠깐 그분의 리뷰를 옮겨보면 

2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런저런 쓰잘데기 없는 수다들로 맥주잔을 비우던 게 꼭 보름 전이다. 뭉치자 빠샤! 구호를 외치며 강화도 행을 결정한 것이 새벽 1시쯤이었고, 일어나? 말어? 이불 속에서 한 시간 남짓 뼈를 옭죄는 고뇌 끝에 자는 게 남는 거다 결심을 굳힌 건 아침 8시였으며, 겨우 겨우 침대에서 몸을 빼낸 건 해가 중천을 넘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오후 무렵이었다.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부재중 전화는커녕 메시지 한 줄 남겨있지 않은 터라 은근히 부아가 솟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모닝콜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갈 거냐 아니냐 가타부타 말 한 마디 없는 녀석들이 괘씸하기만 했다. 그렇게 5분을 괘씸해하다가 난 눈 뿌옇게 친구들이 고마워졌다. 우린 서로를 너무도 잘 알았던 것이다! 가지 않기로 결정했을 놈에게 괜히 전화 걸어서 겸연쩍음과 미안함으로 몰기 싫었던 게지, 기특한 녀석들. 아무튼 요즈음의 귀찮음병은 대책이 없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말은 실로 명언이다. 이런 와중에 그래도 근근이 책읽기가 이어진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나는 무위를 견딜 수 없는 것일까? 귀찮음병으로 시작된 일상의 무미건조와 나태와 방종에 대한 책임을 책읽기에 전가하려는 것일까?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궁둥이인지 궁뎅이인지 하는 책이 요사스럽기 그지 없다는 평에 혹해 인터넷 서점을 뒤졌으나 절판이란다. 롤랑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를 친구에게 줘버리고 절판 당한 이후 최고로 갑갑하다. 읽고 싶은 때에 읽지 못하게 하는 건 얄미운 당신이다. 어쩔 수 없지,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한 사연이라도 읽는 수밖에.

일단, 이 책은 무진장 재미있다. 구성도 탄탄한데다 요사의 장난질이 어찌나 깜찍한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책 읽는 간간이 요사의 요사스런 눈빛(정말이다!)을 넘겨다 보며 잔잔한 소름 쓸어내리는 일도 즐겁다. 갈 수록 서사에 주목하게 된다. 물론 문체의 매혹을 떨칠 수는 없다. 하지만 일군의 우리나라 여성작가들에게 식상해진 건 사실이다. 그들에겐 비틂이 없다. 발가벗겨진 살덩어리만 보일 뿐 움직일 때마다 살짝 살짝 드러나는 은밀한 유혹이 없다. 지루할 정도로 심각하고 짜증날 정도로 아름답다. 너무 촘촘해서 좀체로 뇌의 한 부분을 툭 끊어놓고 흐느적거릴 짬이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

이 책은 실제와 허구가 샌드위치식으로 정렬되어 있다. 그러니까 요사가 훌리아 아주머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와 라디오 방송작가인 페드로 카마초가 쓴 드라마 대본을 윤색한 허구가 하나의 챕터를 건너 뛰면서 진행된다. 하지만 이 미련 곰탱이는 그것을 1권의 끄트머리 쯤에야 눈치를 챘다는 것인데, 이쯤이면 정말 날라리 독자라 자부해도 될만하지 뭔가. 요사의 장난 놀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마초의 드라마 대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뒤섞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기도 하면서 카마초가 혼동하는 부분이란 친절한 설명 하에 주석을 달거나 방점을 찍어두기도 한다. 깜찍하기도 하여라. 읽는 중간중간 작가의 재기발랄함에 코가 막힌다. 덕분에 휴지를 한 다라이 정도 풀어냈다. 고 하면 거짓말이고, 아무튼 유쾌한 작가인 건 분명하다. 요사의 다른 소설들도 챙겨봐야겠다는 다짐으로 불끈!

그런데 그 날, 친구들은 강화도에 다녀왔을까?

애초에 책 구입을 위해 들여다 본 리뷰가 아니다. 그냥 어떻게 하다보니 건너 건너 들어가게 된 리뷰인데 이 분의 리뷰를 읽자마자 당장에 책 구입을 결정했고,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다는 궁뎅이? 궁둥이? 이 책도 몇 년간 계속 찾아 다녔다. (아마도 궁둥이? 궁뎅이? 저 책은 비교적 최근에 다시 나온 "새엄마 찬양"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녀 물고기>님 정말 감사합니다. 님 때문에 참으로 좋은 책을 알았어요. 너무 늦게야 인사를 드리네요. ^^ 

2010년 노벨상 수상자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로 발표 된 후
또 다시 고배를 마신 고은 시인님의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팬으로서 굉장한 기쁨도 있었다.
하지만 출판 된 그의 대부분의 책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책을 읽었음에도 좀처럼 "세상종말전쟁"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작년 말 싸이월드에 올라간 일기를 정리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는데 이유가 "세상종말전쟁" 이 많은 부분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읽기가 힘들다. 참 재미있다. 글은 재미있는데 끝까지 읽기가 힘들다. 라는 푸념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살펴보면 1권은 3분의 2정도는 새카만데 나머지 부분은 새하얀. 야심차게 결심을 하고 구입하지만 비슷한 부류의 동지들과 같이 쌓여있는  참고서들과 같은 운명이 되어있다. 아... 이를 어쩌나.      

책장을 뒤져서 읽지 못한 책들을 골라내야 겠다. 당분간 새 책 구입은...... 아마도 계속 하겠지만 기존의 책도 읽어내야지. 무언가 계획이 필요하다. 저에게 힘을 주세요!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주인공이지만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 가정교사. 음울하고 수상한 저택과 사랑스러운(?)남매, 그리고 그로스 부인. 그녀가 느끼는 공포의 존재가 실제인지 아닌지, 그 의문 자체가 더 공포스러운. 모호한 공포. 이 글을 쓰면서 옆에 놓여있는 "나사의 회전"을 펼쳐보지만 지금도 결말에 대해 고개만 갸웃.

"나사의 회전"은 재미보다 여러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평가하는 책이다. 흔히 심리 소설의 선구작이라 불리우는데 역시나 읽는 데는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소개를 보면 미국 문학 사상 "가장 결실이 풍부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헨리 제임스의 손꼽히는 유령소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떠나서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내가) 읽히는 게 힘들어도 감상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것, 재미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쉽게 책을 놓을 수 없다는 것, 결말이 확실치 않아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정말 심리 소설답다는 것,(그 시대에) 다른 책 속에서 유독 많이 등장한다는 것, 비슷하게 비교적 최근 소설에 나사의 회전이 연상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 쓰고 보니 생각난다.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 세번째 이야기"

책이 등장하는 내용의 책은 리뷰를 보지 않고 사기 때문에 처음 책 소개를 읽자마자 구입했다.
한데 읽고 나서 웬지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열 세번째 이야기".
재미 문제가 아니다. 재미야 사람 취향 문제니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 했음에도 그냥 그렇다 생각하면 될 일. 재미가 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게 아니어도 책은 책이다.
이상한 기분은 "열 세번째 이야기"를 읽는 내내 작가의 생각 그러니까 뒤의 줄거리가 궁금한 대신 다른 책들이 연상 되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인용한다던가 하는 내용이 아니다. 비슷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읽는 내내 연상이 되는 책들

  

 

조이스 리어든의 "로즈레드" (로즈레드의 작가는 스티븐킹이라고도 소문이 났었다. 나 역시 스티븐킹이 필명으로 발표했다고 들어서 구입한 책이니. 실제 저자는 따로 있고, 조이스 리어든은 엮은이라고 한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회전"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그 중 헨리 제임스는 아무리 봐도 너무 비슷하니 작가도 콕 집어 책 속에 써 놓았다. 이것 말고도 다른 책이 연상 될수도 있을테지만 읽은 책은 저 세권이라 내가 아는 한도내에 저 세권이다. 책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다른 것이 연상 되는건 흔한 일이다. 최근에 시크릿 가든을 보며 현빈이 기억을 잃어 하지원을 기억 못하는 부분에 두 동생들이 "꽃보다 남자"다 라고 외쳤으니까. 하지만 남은 것은 "꽃보다 남자"가 아니라 "시크릿 가든"이다. 그런데 "열 세번째 이야기"를 읽은 후 남는 것은 "열 세번째 이야기"가 아니다.

동생이 꽤나 두툼한 게 표지만 봐도 읽고 싶은 욕구가 이는 책을 보고 나에게 "열 세번째 이야기" 어때? 라고 물었었다. 
"읽어봐" 라고 대답하며 로즈레드와 나사의 회전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차례로 꺼내 책상에 올려놨다.
그리고 덧 붙였다.
"그 전에 이거 부터 읽어라" 
다음 날 퇴근 후 돌아오니 책상 위 세권은 그대로 이고 "열세번째 이야기"만 없어졌다.
하긴 세 권보단 한 권이 나을테지. 

방금 카톡으로 여동생에게 물었다. 

"전에 읽었던 <열 세번째 이야기> 어땠어"
"뭐?"
"열 세번째 이야기"
"......."
"읽기는 한거냐...." 

오해 말기를. 내 동생의 경우는 재미 보단 게을러서 안 읽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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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과 스티브 페리 

그리고 "We are the World" 와 "Open Arms"

2009년 6월 25일.
여느때와 다름 없이 출근을 했는데 북새통에 쉴새 없이 뛰어다니고 있었을 때라고 기억을 한다.
인턴 한명이 오더니 병실 들어갔다가 뉴스를 봤다고 한다.

"마이클 잭슨이 죽었어요. 들었어요?"  

"네? 설마요~"

아... 설마가 아니라 정말 마이클 잭슨이 죽었단다.

난 그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팬이 아니었다. 

백인이 되기 위해 성형을 했다는 말을 믿고 있었으며, 그가 불렀던 몇몇의 곡을 좋아했지만 (몇몇이라는 표현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아티스트로서 마이클 잭슨이 아니라 학대 당한 어린시절, 아동 성추문과 파산, 약물 중독 이라는 스캔들의 마이클 잭슨이 나에겐 더 친숙했다.

그런 그가 죽었다. 한국 나이로 52세. 
젊지 않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다.

이상한 일은 그가 죽었다는데 팬도 아닌 내가 굉장한 슬픔을 느꼈다는 것이다. 사후에 방송되는 마이클 잭슨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그가 했던 음악을 듣고, 그의 사망 후 무한도전에서 추모하며 보여준 "빌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엄청나게 울었다. 내가 그랬다. 팬이 아니라는 내가 그렇게 울었었다.

마이클 잭슨은 그런 인물이다.
소송과 추문과 약물의 마이클 잭슨인데 그의 죽음에 전세계 많은 이가 눈물을 흘리고 애도한다.
그의 죽음을 그리고 더이상 들을 수 없는 음악에 안타까워한다.

퇴근 후 야식으로 시킨 통닭을 먹으면서 동생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난 그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너무 아깝다. 그의 음악이 너무 아깝다."

"thriller. 너무 좋은데"

"black or white" 

"heal the world"

"Beat it" 

"Dangerous." 

"아 그거 너무 좋아~"

"your are not alone" 

"그 고래가 나오는 영화 주제곡 제목이 뭐였지?"

"프리윌리."

"못난아. 영화 제목 말고 주제가! 우~ 우우~ 우우우우~"

그때 당시는 기억을 못했던 프리윌리 주제가 "Will you be there"

그러다가 못난이의 막내 동생이 맥주를 입에 머금고 말한다.  

"We are the World. 난 그게 최고인거 같아"

며칠 후 출근을 도와주던 막내가 엠피쓰리를 플레이 시킨다. 그러자 학창 시절 몇번이나 테이프를 돌려 들었던 그 노래가 시작이 된다. 이미 직장에는 도착을 했지만 난 금방 내리질 않았다. 오는 차 안에서 몇번이나 들었던 그 노래를 "한번 만 더 듣자" 동생에게 부탁 할 뿐이었다.

어릴때 들을땐 이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 가수들이 불렀는지 몰랐다.
많은 시간이 흘러 마이클 잭슨의 죽음으로 다시 듣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뮤직 비디오를 찾아 화면을 플레이 시켰을 때 그 놀람이란... 아 아직도 뛰는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는다. 

어릴땐 알았어도 몰랐을 그 가수들.
너무 어렸던 혹은 지금처럼 풍족한 정보의 바다가(인터넷)없을 무렵의 가수에 대한 무지.
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닌 뒤에야 퀸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비틀즈를 좋아하게 됐고, 비욘세로 인해 다이아나로스의 존재를 알았다. 

에디오피아를 위한 노래로 무보수로 불렀다는 노래. 발표 당시 각종 차트를  휩쓸고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는 노래. 하지만 난 어쨌네 저쨌네 하는 그런 노래의 배경보다 팝에 무지한 내가 노래를 모르지만 이름은 아는 가수. 그만큼 위대한 가수들이 불렀으며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조합으로 노래가 나오기는 힘들것이라는 단언을 하게 하는 노래. 지금에 와서야 노래보다 노래를 부른 가수들에 더 눈이 갔던 바로 그 노래.

라이오넬 리치와 스티비원더, 티나 터너, 폴 사이먼, 다이아나로스, 빌리조엘, 신디로퍼, 레이찰스...등등

그들의  "We are the World" 



밑으로 가수 이름을 달면 불편해 할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응??) 가수 이름이 자막으로 나가는 뮤비를 찾았다. 그리고 세시봉 열풍에 빠져들고, 아이돌 프로그램 천국에서 중견 가수들의 서바이벌이 프로그램에 열을 올리는 내가 전설이 되어가는 가수들 목소리에 열광했다. 그리고 또 한명의 가수와 만나게 된다. 

"Wah there's a choice we're making we're saving our own lives"

맑은 케니로긴스의 뒤로 들리는 단단한 목소리. 바로 저니의 전 보컬 스티브 페리다.
오디오로 들으면서 이 목소리 누군지 아냐고 물으며 (당연히 동생은 모른다)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가수.
묵직하지 않고, 단단하고, 고음에 과하지 않게 힘이 들어가는 목소리.
스티브 페리를 좋아하고, 일본의 라르크 앤 씨엘 보컬 하이도도 비슷한 이유로 좋아한다.
스티브 페리로 인해 저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좋아하게 된 그들의 대표곡 "Open 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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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 2011-11-26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 추억이 떠오르는 곡이죠 ㅎㅎ...

min 2012-07-24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머 이미 나왔지만요.. 얼굴 성형 2번햇고 또한..흑인에서 백인된게 아니라..백반증로 인한 병이라서..하얗게 된건 화장품으로..햇기 때문이죠..사망확인서에..흑인이라고 딱 써잇어요..

wy 2013-08-31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완전히 똑같은 경위로 스티브 페리를 알게되고 저니를 알게 되었어요..
짧고 강렬하게 한 소절 부르고 지나가는데 그게 귀에 딱 꽂히죠.
덕분에 지금은 광팬이 되어 귀에서 그의 목소리를 떼고 살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교대근무를 하면 밤과 낮 구분이 없어진다. 
해가 중천인 시간에 이부자리에 누워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빛을 어떻게 막을까 고민을 하고,
잠들고, 깨어나면 다시 고민하고 그리고 잠들고.
남들 일하는 시간에 흐느적 일어나 배꼽시계가 원하는 대로 너무 늦은 아침겸 늦은 점심겸 빠른 저녁을 먹는다.

1. 도대체 내 방만 해가 그렇게 들어오는 건가? (남향이니 이건 좀 당연한 이야기) 
2. 오늘은 정말 인터넷을 뒤져서 꼭 두꺼운 커튼을 주문해야겠어 (1년째 계속 되는 다짐)
3. 엄마는 왜 반찬을 안 만들어둬서 늘 김치만 먹게 하는거지? (햄이며 계란이 있으니 조금만 수고해도 될텐데...)
4. 방금까지 세개째의 택배를 받았다. (졸지에 되버린 택배순이)
5. 은행 다녀오자. 맛사지 받고. 카페 들러 커피도 마시고. 쌓아둔 책도 읽고. (....................) 
6. "뭐해?" 카카오톡 문자에 "책 읽어" (이불 속에서 기름낀 얼굴로 하품)  
7. 이게 커피우유야? 우유커피야? (커피에 우유를 너무 부었다)  

일어났다.
이부자리를 치우고, 청소기로 쌓인 먼지를 쓸었다.
아이팟으로 오아시스 "don't look back in anger" 를 무한 재생 시켜 음을 흥얼거리면서...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르게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게 어떤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책의 한 부분이고, 처음 읽었을 때 작가의 글 센스가 마음에 들어서 시간날 때 끄적이던 내 글에도 모방했던 부분.
의도하지 않은 갑작스런 기억이다.
짜증이 밀려왔다.
분명히 책 제목은 생각 나는데 원하는 부분이 머릿 속에 또렷하게 저장되지 않아 장면을 그리는데 애를 먹는다.

아 정말. 이럴거면 생각이 나질 말던지.
밥 먹고 양치를 안해서 뒤끝이 개운칠 못한 찜찜함은 정말 참기 힘들다.
청소기를 던져버리고 책장으로 갔다.

책 제목은 당연히 기억을 하는데 문제는 어느부분이더라?

  다이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의 첫번째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말로센이 여동생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대단치도 않은 일에 자신을 찾은것에 대한.... 맞나?
아무튼 그 분노로 여동생의 어깨를 흔들어대는 장면. 이게 어느 부분이더라? 반복되는 질문이었고, 거기에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여동생. 말로센이 정말 사랑하는 이복 여동생이지만 근친이기에 손을 대지 못하고 여러명의 쥘리아 아줌마를 만나게 만드는 (말로센의 여자친구는 동생들에게 모두 쥘리아 아줌마로 통한다. 직장에서 잡아내는 도벽이 있는 한명이 아닌 여러명의 쥘리아 아줌마!) 클라라. 기억에 분명히 클라라다. 점쟁이 여동생 테레즈가 아니라 라이카로 사진을 찍는 천재 사진작가 클라라. 여동생과 말로센의 대화장면은 책에 등장하는 말로센 가족의 모든 성격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어디지? 어디였지?
 
한쪽에 말려진 이부자리와 반대쪽의 청소기가 대치중인 방. 그 한 가운데서 난 다니엘 페낙의 소설을 훝는다.
처음에는 촤르르 다음에는 한 뭉큼 그리고 두 세장
한숨이 나온다. 이게 찾아지질 않는다. 
결국엔 텀블러에 커피를 가득 받아와선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첫장을 넘긴다. 
분명히 읽었음에도 오랜 기간이 흐른터라 생소하게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그렇게 단정치 못한 자세로 아직 먼지가 이는 방에 앉아 조금씩 커피를 줄여갔다. 그리고 찾았다.
말로센이 일하는 백화점에 연속으로 폭탄이 터지는 데 폭탄이 터지고 난 뒤 여동생에게 받은 전화가 안부 전화가 아니라 기르는 개 쥘리우스가 병에 걸렸다가 나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다.

P. 186

얼마 후, 외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나는 해당 부스로 들어간다. 요즘처럼 뒤숭숭할 때 무슨 부스에 들어가는 게 과연 신중한 처사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며 나는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오빠?"

(클라라! 너로구나, 클라라. 나의 클라리넷! 나는 왜 이다지도 네 목소리를 사랑할까. 작고 평화롭고 흠집 하는 없는, 단어 알들이 정확히 굴러가는 매끄러운 당구대의 융단 같은 네 목소리 안에 똬리를 트는 것이 왜 이렇게 좋을까...... 그만 됐어, 말로센. 근친상간은 참아라! 게다가 당구대 안에 똬리를 틀다니......)

"염려할 것 없어, 누이야. 난 아무 이상 없다. 이번 것은 아주 소규모 폭발인데다 난 갑옷을 입고 있었거든. 그것 없이는 절대 돌아다니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난 집에 돌아가 널 껴안을 때만 그걸 벗는다고. 별볼일 없는 작은 폭발이었어. 정말이야!"
"무슨 폭발?"

침묵. (폭발 때문에 전화한 게 아니야? 아! 그렇군.) 

"오빠한테 알려줄 좋은 소식이 있어."
"엄마가 전화했니?"
"아니. 엄마는 이미 폭탄에 적응했을 거야."
"쥘리아 아줌마의 기사를 끝낸 거냐?" 
"오! 천만에. 그건 좀 시간이 거릴거야."
"제레미가 이번주에는 낙제하지 않기라도 한 거냐?"
"했어. 토요일에 네 시간 보충을 받아야 돼. 음악에서 죽을 쒔대."
"그럼 테레즈가 합리주의로 귀의했니?"
"언니는 방금 전에도 내 카드점을 봤는걸."
"그 카드점이 네가 국문학 수학능력 시험에서 중간 점수는 딸거라고 말해줬구나?"
"아니. 내가 큰오빠를 사랑하는데 라이벌을 경계해야 한다고, 그녀는 [악튀엘] 잡지의 기자라고 했어."
"프티가 이제 식인귀 꿈을 꾸지 않는 건가?"
"그애는 로베르 백과사전에서 고야의[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누스]복사화를 보고 굉장히 맘에 든데."
"루나가 상상 임신을 했니?"
"언니는 방금 초음파 사진을 찍고 왔어." 
"남자애야, 여자애야?"
"쌍둥이." 

침묵. 

"클라라, 그거냐? 네가 말하려는 좋은 소식이 쌍둥이야?"
"오빠도 참. 쥘리우스가 다 나았어."

그런데 이상하다.
책의 3분의 1을 넘겨 찾아 낸 장면이 내 기억과 차이가 있다.
이렇게 대화를 하다가 정신차리라고 여동생을 흔들어야 하는데
여동생을 흔들지도 않고 (하긴 말로센이 자신이 끔찍히도 사랑하는 클라라를 흔들리가 없지)
절대로 그럴 수도 없는 게 대화가 전화로 이루어졌다.
뭐지? 내가 다른 책을 보고 혼동을 했나?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다시 책장을 넘겼다.

아~ 이제 알았다.
내가 기억을 혼동한 게 아니라 두 장면을 혼합한 거였다. 

위의 클라라의 전화 대화와 폭발 사건의 남자가 영국 흑마법사 알레이스터 크롤리와 관계가 있다는 테레즈의 주장에 말로센이 그녀가 가지고 있던 크롤리 관계 서적을 모두 버리는 장면. 두 장면을 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P.221 

"그는 죽지 않았어, 오빠. 죽지 않았다고. 그는 환생했어!"

아무렴. 또 발동이 걸렸다. 

"진정해라, 귀여운 누이야. 그보다 더 확실히 죽기도 힘들거다. 포토마톤에 증거까지 남겼잖니."
"아니야. 그는 한 번 더 죽음의 외견 뒤로 사라진 것뿐이야. 다른 어느 곳에서 더 번듯하게 태어나 작업을 계속하려고 말이야."

(죽은 몸이 플래시를 받아 섬광을 뿜는 사진이 내 머릿속을 스쳐간다. '작업이라!' 나는 성질이 뻗칠 것만 같다.)

"오빠, 이걸 봐. 그 남자 이름이 레오나르였어!" 

테레즈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고, 목소리는 창백한 공포에 눌려 사그라진다. 영화 속에서처럼 신문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테레즈가 중얼거리듯 되뇐다.  

"레오나르......"

쥘리우스는 길게 혀를 뺀다.

"그래. 그 인간 이름이 레오나르였어. 그래서?"

아무렴. 나는 성질을 낸다.

"그러니까 그게 사바트의 밤에 악마를 부르던 이름이라는 거지. 악마라고. 오빠! 맘몬! 루시퍼!"

마침내 내 성질이 머리끝까지 치민다. 
나는 크롤리의 책을 손에 들고 조용히 일어난다. 금색 글자가 박이고 녹갈색 모로코 가죽에 싸인 이 물건. 뭔지 모를 내면 세계의 장서. 이게 문제다 (테레즈가 이 따위 책들을 산더미처럼 끌어모아 책장을 칸칸이 채우는 것을 나는 보고만 잇었다. 교육자라고? 퍽도 그렇군!). 나는 말없이 책을 반으로 찢어 아파트 저쪽 구석으로 날려버린다. 그런 다음 내 가냘픈 누이 테레즈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그러다 점점 더 격렬하게. 그러면서 나는 그애가 알아듣게 얘기한다. 처음에는 냉정히, 그러다 점점 더 히스테릭하게. 별점이니 예견이니 하는 너의 그 헛소리는 이미 들을 만큼 들었고 악마 어쩌고 하는 그 잡소리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결단코 네 입에서 그 따위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프티에게 그게 얼마나 통탄스러운 본보기인 줄 아느냐 (통탄스럽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다시 한번,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얘길 또 입에 올렸다가는 내 손에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얻어맞을줄 알아라. 알아들었냐, 이 푼수 같은 누이야! 

커피를 비웠다. 동시에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마지막 장을 넘겨 책을 덮었다.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는 큰 오빠 말로센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놔두고 여전히 핑크빛 연애질로 또 다른 이복 동생을 만드는 무한 반복 연애주의자 엄마와 각자 아버지가 다른 5명의 동생들의 이야기인데 (곧 여섯이된다) 총 다섯권으로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1985
[기병총 요정] 1987
[산문 파는 소녀] 1989 
[말로센 말로센] 1995
[정열의 열매들] 1999  


쉽고 재미있게 읽혀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소설이지만 반전이 있는 추리 소설로 생각하고 읽으면 곤란하다.
예리한 눈썰미가 있거나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든가 하는 주인공이 아닌데다 심지어 싸움도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이십대 후반에 만난 욕 먹는 일은 과히 천재적이다 할 수 있는 28살의 말로센은 나에게 엄청나게 매력적인 남자였다. 애인을 삼고 싶을 정도로)
과학수사물과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추리에 노출 된 현대인이라면 다소 맥빠지는 사건내용이니
분명히 범죄가 등장하지만 그런 어두운 부분은 말로센과 동생들의 익살로 덮어버리는 경쾌한 추리소설? 아니면 가족소설? 
개인적으로 코믹 소설로 분류하고 싶지만... 그거슨 진리!  

(다니엘 페낙의 다른 소설 "독재자와 해먹"은 말로센 시리즈를 상상하고 구입했지만 그닥 재미를 보진 못했다.)

 문학동네에서 현재까지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와 기병총 요정까지 나온 상태다.
 처음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가 나왔을 때 접하고는 다른 시리즈가 너무 읽어보고 싶어 구판
 으로 나머지 소설이 있는 것은 확인 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쉽게 구판에 결제 버튼이
 눌러지질 않는다. 그러다가 기병총 요정이 나오고,
 아싸~ 구입. 하지만 다른 시리즈는 묵묵부답.
  

 

구판을 구입하느냐 좀 더 기다리느냐. (블랙베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미 "얼음과 불의 노래" 5부를 기다리며 빠질대로 빠진 목은 더 이상 늘어나지도 않을테지만
게다가 지금 읽지 않고 쌓아둔 책들이 책장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시위중이다! 

  하지만 그럼 뭘하나? 어릴때 빠져 들었던 셜록 홈즈 50권짜리 문고판의 추억을 간직하며
  새로이 홈즈 시리즈를 구입해버렸는데... 
  그것도 페이퍼를 쓰고 있는 바로 오늘에 절대! 드라마 셜록 때문이 아니다. (제길~) 
  실은 맞다. ㅠㅠ  
  드라마와 원작과 얼마나 비슷한 지 포스팅 해둔 다른 블로거님들 글을 읽고
  나 또한 그 비교를 느껴보고 싶어서가 그 이유인데... 너무 비싼 이유이다.    

참. 방금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를 찾으면서 옆에 있는 이사카 코타로의 <중력 삐에로>도 빼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산 몇 안되는 소설 중 하나.
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책 표지의 뒷 부분의 추천보단 첫 문장에 반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페이퍼에 올린 온다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그랬고, <중력 삐에로>도 그랬다.

  하루(봄)가 이층에서 떨어져 내렸다.  

청소기를 마저 돌리자.
다시 커피를 타와서 이번에는 오랫만에 <중력삐에로>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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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A GAY ROMANCE?" 


"셜록"에 완전 몰입되어 남주 베네딕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 보게 된 OCN 예고편
뜨악~
맙소사 OCN 당신들이 진정 짱입니다.
절묘한 편집으로 전세계 팬들을 그리고 한박자 늦게 나를 열광하게 만들었어요.
 
"LOVE OF THE LOVELESS" 라니 

이 영상이 올라온지 이틀만에 전 세계 셜록 팬들을 KO시키고 
결국엔 "셜록"의 작가까지 보게 되었는데
작가도 이 영상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코멘트까지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해외의 금발 언니들은 이 예고편이 사실이냐며 난리가 났다는데
이건 한국의 셜록 예고편이 아니라 전세계의 예고편이 되었다고.

한동안 인터넷이 와글 와글 했다는데 왜 난 몰랐지? -->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묻고 있다. 

예고편 1 

예고편 1  

개인적으로 예고편 1 이 더 가슴이 저릿한게 헉!! 이러면 안돼. 정신차렷!! 
하지만 셜록을 다른 여자에게 주느니 차라리. 차라리.   -> 철썩~~~! 

엄청난 OCN 덕분에 배경으로 깔린 Esls의 LOVE OF THE LOVELESS까지 버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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