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 공격과 방어를 통해 배운 내 삶을 존중하는 법
설재인 지음 / 웨일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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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발견. 모두가 원하는 그런 삶, 빛도 색도 없는 그런 욕망이 아니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 땀과 호흡이 가득한 삶을 마주하고 발견해나가는 이야기. 설재인 작가의 소설도 좋았는데 산문도 더할 나위 없었다. 자신의 코어, 무게중심과 한계를 마주하는 동안 강해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타인에 대한 존중, 삶에 대한 존중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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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 공격과 방어를 통해 배운 내 삶을 존중하는 법
설재인 지음 / 웨일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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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펀치 힘이 주먹이나 팔에서 나 온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세게, 온 힘을 다해 팔을 뻗으면 되리라고 여긴다. 그러나 잽을 제외한 대부분의 펀치나 스트레이트, 훅,
어퍼 모두 팔로 치는 것이 아니다. 몸통이 돌아가는 회전 힘으로치는 것이다. 코어를 순간적으로 회전시키며 자연스레 팔을 뻗으면 그 힘이 고스란히 팔로 전달되어 좋은 펀치가 나온다.
마음의 문제도 그랬던 것 같다.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고,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나 자신을 강박적으로 몰아갔다. 그러면서정작 왜 내가 그러지 못하고 자꾸만 무너지는지에 대해서 좀 더넓게 살펴보고 분석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로지 내 성격은 왜이럴까‘, ‘왜 마음을 좋게 쓰지 못할까‘, ‘대체 왜 자꾸만 짜증이 나고 사람들이 싫어지고 이기적으로만 행동하고 싶을까‘를 고민했을 뿐이다. 그 이유가 마음이 아닌 몸에 있다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던 것이다. 결국 마음의 힘은 몸의 코어 근육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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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뜨거운 아스팔트에 두 발을 디딘 채 걷고 있었고, 나의 언어가 나를 아무리 밀어도 추락하지 않았다. 나의 언어는 내 신체의 의지를 꺽지 못하고, 나의 욕망을 실현하지 못했다. 아니, 나의 언어가 나의 신체를 움직이고, 나를 욕망하게 한다. 그러고는 나의 주권을 빼앗는다. 나의 언어는 매혹적이고 무능한 독재자가 되었다.
나는 나를 확정하는 나의 언어를 신뢰하지 않고, 나를소환하는 나의 언어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바로 그 언어가 내가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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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입장들 4
배수아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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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ear #배수아 #멀리있다우루는늦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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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비유라고 일행이 말했다. 비유이고 그림일 뿐이라고. 우리의 상상이 언어의 옷을 입고 나타나는 것 뿐이라고. 그건 너도 알고 않느냐고. (...) 우리는 비가시적인 순간들의 그림, 몸, 이미지, 형상으로 이루어진 현상의 갤러리를 여행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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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기억나는 술자리에서는 영혼이 취향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인 동시에 싫어하는 것, 피하는 것이기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감각과 감정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좋은 음악과 좋은 영화, 책은 우리의 영혼이 되는 거라고. 그런데 책 속의 문장을 되새김질하는 동안 영혼의 자리를 다시 생각한다. 비유는 감각은 영혼은 어디에 속해 있을까. 언어 속에 풍경 속에 현상 속에서 이동하면서. 우루의 여정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미지와 감각을 따라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꿈을 꾸는 기분. 꿈 속에서는 자유롭게 나와 세계를 오가고 서사와 서정의 구애 없이 빛과 어둠을 시간의 처음과 끝을 다룰 수 있지. 감탄하며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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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호수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정용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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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아뒀던 소설. 이제서야 읽었다. 작은 판형, 분량, 줄간격이 넓어서 휑한 느낌이 들었는데 차차 익숙해졌다. 여행의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좋았는데, 여행지에서 모르는 풍경을 마주할 때, 풍경은 내면이 되니까. 풍경을 묘사하면서 내면을 알아차리는 법이니까. 빈에서 스위스로 넘어갈 때, 번역 클래스 학생들에게서 옛 연인인 무주의 집으로 옮겨갈 때, 넓어지는 시야-모르는 것들을 알아차리려고 눈을 크게 뜨는 것처럼,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채로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려고 조심하면서. 생각하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닿을 수 없고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있으니까. 생각 너머의 세계, 생각 너머의 풍경을 마주할 때를 떠올렸다. 작가는 말이 많았다고 썼지만 ‘세 개의 호수’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있어서 그래서 그대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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