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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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요?
"나이라도 날로 먹고 싶은데 그마저도 꼭 비싼 비용을 치르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손에 쥔 건 어쩐지 싸구려 같고, 시간에 사기당한 기분이죠. 어떡하겠어요? 그게 멍청함의 대가인 것을, 하지만 누굴 탓할 일은 아니죠. 누구도 그리살라고 등을 떠민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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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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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만드는 일, 스스로의 마음에 틈을 내는 일이 점점 더 소중해지고 있다. 쉬는 것이 죄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여유를 능동적으로 찾는 일은 언뜻 뒷걸음질하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유를 낼 때에야,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한발 물러섰을 때에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는 일도,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도 가능해진다. 여유가 나면 사람들은 보통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는 등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 이는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유가 날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유를 내면 그 자리에 의지와 절박함이 들어선다. 여유를 낸다는 것은 다른 것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을 나로 향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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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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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스트 이지수 번역가의 ‘아무튼’ 시리즈. 중학생 때부터 하루키에 빠져 모든 전작을 읽고 신작을 기다리고 실망하고 응원하면서 늘어놓는 이야기들에 맞아맞아 무릎을 치면서 읽었다. 하루키를 통해 어떤 세계의 감각을 학습해왔다는 이야기에 공감. 인용된 작품 속 구절들도 너무 익숙한 문장들이라 주석이 필요 없을 정도. 나라면 이 에피소드에서 이 문장을 가져왔을텐데. 정말로 수다떠는 기분으로 읽었다. 하루키 독서모임 녹취가 그래서 더 반가웠고. 하루키를 읽으며 자라온 또래 친구들에게 추천.

구달 :
옛날엔 하루키 작품을 읽으면 취향 있고 지적이고 멋있는 사람이 하는 말 같아서 그럴싸해 보였는데, 지금은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고 문장을 읽게 돼.
지수 :
우리도 경험할 만큼 경험했으니까.
윤정 :
왜냐하면 그땐 나도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이되고 싶었거든. 어떤 걸 볼 때 그런 느낌을 가지고 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나이를 먹은 거지. 우리 나름의 세계가 너무 확고해지니까 그런 신선함이 거추장스러운 거야.
구달 :
그런데 내가 더는 읽고 싶지 않거나 이제는 부정하고 싶다 해도, 그것에 계속 묶여 있기는 한것 같아. 그래서 어렸을 때 읽는 책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
여진 :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은 있지만 어쨌든 이 사람은 잘 쓰는구나 싶어. 그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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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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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함과 다정한 배려 같은 것들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 아니라 훨씬 더 개인적이고 고유한 것. 우리가 갖고 있지만 알아차릴 수 없는, 모르기 때문에 살피고 돌봐야하는 귀한 부분에서 비롯하지 않을까? 안은영의 ‘발랄함과 굳건함, 코믹함과 용감함’과 그 그늘까지도 포함해서.

문득 아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마음의 한 부분이잠시 경련을 일으키듯 움직였다. 은영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위험하고 고된데 금전적 보상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은영의 능력에 보상을해 줄 만한 사람들은 대개 탐욕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좋지 않은 일에만 은영을 쓰려고 했다. 아주 나쁜 종류의 청부업자가, 도무지 되고 싶지 않았다.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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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말들 -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소소한 반복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김은경 지음 / 유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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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므로) 어디에서고 쉽게볼 수 있는 이런 상황을 가만 보면, 어떤 일에 대처하는 혹은 맞닥뜨리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도 습관처럼 반복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자세와 태도가 되풀이되면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된다."

"오롯이 혼자가 된다는 것. 모든 관계와 단절되어 완벽히 자유로워질 때 인간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된다. 무엇이든 될 수있다‘라는 완벽한 자유 아래 무엇이 될 것인지 선택한다. 그 선택의 근간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태도이고, 일상의 성실한 태도가 어떤 선택의 밑바탕이 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일상의 태도가 성실해질 때 습관이 된다. 그리고 어떤 태도를 선택하는가도 습관처럼 반복된다. 나는 체호프가 방의 한쪽 구석을늘 정갈히 했다는 것이 인상 깊다. 그 정갈한 아침마다 그는 매일 달라지고 스스로 소중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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