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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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있는 인물들과 힘이 있는 메시지. 목소리와 스토리 둘 다 잡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한달음에 통쾌하게 읽어내려가는 맛이 있었고 위트가 돋보이는 가운데 그 아래에 있는 실재하는 것, 우리가 듣고 흘려보내는 현실의 일들이 있어서.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어떤 무게인지 생각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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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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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에서 말한 핍진한 소설 세계를 창작하는 데 가장 기본이되는 건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에요. 불안은 그런 게 불안이죠. 그 불안은 늘 안고 가는 거예요. 진부하다는 말을 사전에서는 어떻게 설명하는지 몰라도 소설가에게 진부한 일은 대충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물론 대충 짐작할 수 있는인물이 소설에도 나오긴 하지만, 비중 있는 캐릭터의 경우에는대충 짐작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면 곤란하겠죠."

저의 기본적인 태도도 타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깊은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워지다가 사랑하는 순간부터는 이해 불가라고나 할까요. 표피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저도 잘 이해돼요. 이를테면 교차로에서 경찰이 제 차를정지시킨다면, 그건 교통법규를 위반했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만나는 경찰에게는 내면이 없어요. 하지만 그 경찰에게 관심을 갖는 순간부터 내면이 생겨요.

"글을 쓰지 않고, 막연하게 써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아무런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는 말과 마찬가지예요. 글을 쓸 때에만 우리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글을 쓰기만 해도 우리는 글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되는 거지요. 생각과 행동,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일치시키면 더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머릿속의 생각이나 아는 것은그 사람이 행동할 때에만 우리가 볼 수 있어요. 전에 하지 않은행동을 하면 그 사람은 이제 바뀐 거예요. 나아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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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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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묘사, 위트 있고 짧은 대사, 빠른 전개’—하드보일드 소설을 표방하는 소설이지만 살인 사건과 폭력, 음모를 파헤치는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들과 다르게 택배기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인 소설입니다. 정체불명의 주인공이 택배기사로 취직해 물류창고의 컨테이너 숙소와 배달지인 ‘행운동’을 오가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려내는 모습은 오히려 휴먼 드라마나 시트콤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직접 택배기사로 일하는 작가가 그려낸 택배업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과 주인공의 태도—담백하지만 자신만의 기준과 윤리, 유머를 추구하는 모습이 어우러져 몰입감을 더하는데요 ‘부탁을 하면 부탁을 들어주고, 명령을 하면 반항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통쾌해 계속해서 읽게 됩니다. ‘한 장을 넘겼을 때 재미가 없다면 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 장을 넘겼다면 분명 오늘이 가기 전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거라고 자신한다’는 추천글이 과장이 아님을 한 번 더 인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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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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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상황에 처한 여덟 명의 여자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엮은 소설집입니다. 애인이 아닌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정아’, 고시 뒷바라지를 하던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정은’, 유부남을 만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영진’, 성추행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둔 ‘지윤’, 바바리맨과 마주친 ‘화정’,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찌른 칼에 살해당한 ‘수연’… 친구들에게서 혹은 뉴스를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 실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소설 속 이야기들은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면 이야기 너머의 작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천역덕스럽고 능수능란한 이야기꾼, ‘페더급의 속도감과 헤비급의 파괴력’을 갖춘 아웃파이터, 작가의 묘사와 입담이 이어지다 마지막 한방에서 넉다운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시대를 담은 좋은 소설이자 무엇보다 재미있는 소설, 김현진 작가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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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에게 아침달 시집 9
김소연 지음 / 아침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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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소곳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가 우리를 우리를 되뇌고 되뇌며 그때의 표정이되어서. 나는 언제고 듣고 또 들었다. 곰을 무서워하면서도 곰인형을 안고 좋아했듯이. 그 얘기가 좋았다. 그 얘기를 하는 그 표정이 좋았다. 그 얘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좋았다. 그날의 이야기에 그날이 감금되는 게 좋았다. 그날을 여기에 데려다 놓느라 오늘이 한없이 보류되고 내일이 한없이 도래하지 않는 게 네무나도 좋았다. 처음 만났던 날이 그리하여 우리로부터 점점 더멀어지는 게 좋았다. 처음 만났던 날이 처음 만났던 날로부터 그렇게나 멀리 떠나가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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