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진주 #진주문고 #서점원추천책 #김유정문학상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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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작가 #작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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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지 마. 엄마가 눈사람이 되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나도 몰라 잠깐 그렇게 됐어. 아까 조금 눈이 올 때 잠깐 벤치에 앉아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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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졸고 일어났더니 눈사람이 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담담한 묘사 덕분에 동화나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의 일처럼 이야기가 다가왔어요. 눈으로 뭉쳐진 손가락 끝마디가 바스락 무너지는 감각이나 눈물이 고였던 자리가 움푹 패이는 감각, 옆구리부터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감각을 고스란히 떠올리며 서늘하고 투명한 슬픔을 떠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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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소설의 서사적 육체를 통해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재현해놓은 작품’이라는 심사평도 좋지만 작가가 그려놓은 감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쌀쌀해지는 지금 읽어보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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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이승우, 정지돈 작가 등 다른 작가들의 후보작들도 기대가 됩니다. 아직 여운이 가라 앉지 않아서 숨을 돌리고 더 읽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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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소설, <쇼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동시대에 다시 풀어 쓴다면 어떨까요? 내 생각과 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을 담아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의경 작가의 첫 소설집 <쇼룸>에서는 물건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삶을 그려냅니다. 집과 옷, 음식, 소비되는 시간으로 내가 설명된다면 반대로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은 근사한—근사해 보이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삶에서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의 최선의 선택지로써 다이소와 이케아를 선택합니다.

계란절단기나 레몬즙짜개, 크로파르프 소파와 헬머 서랍장, 고시원과 전세 보증금을 통해 확인 가능한 정체성은 종내 슬픔을 동반하게 합니다. 소비가 “삶이 아름답다고 착각하게 하는 착시이자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마취”인 것도 있겠지만 이케아 가구마저도 사치라는 소설 속 인물의 고백을 마주하는 지점에서 ‘소비하는 인간’이 아니라 소비로 설명되지 않는 여백을 읽습니다. 환하고 따뜻한 쇼룸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제 자신의 슬픔을 겹쳐보기도 했어요.

다이소와 이케아의 소품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매장을 함께 걷는 듯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요. 맞아 그거그거 하면서요. 동시대를 담아낸 수작으로 <쇼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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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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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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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손보미 작가가 5년만에 펴낸 단편집입니다. 일상의 순간에서 삶의 단면을 포착해 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는 인물들 사이에 있는 긴장감—일어나지 않은 사건,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기미에 주목합니다. 단편 ‘산책’에서 놀이터에서 만난 어린 연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은 작가의 등단작 ‘담요’에서 놀이터의 소녀에게 말없이 무릎 담요를 건네던 경찰관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 사이의 변화를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인가 확신할 수 없고 내 뜻대로만 삶이 흘러가지 않으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작가가 말하지 않은 부분,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 그 무게를 깊이를 함께 읽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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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저 너머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정임 옮김 / 너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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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5 03:00 이제 막 다 읽었네. 딱 맞다. 시간도. G랑 조반니랑 또 다른 인물—예컨대 다카하시의 이야기를 겹쳐 읽으며 은하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열차의 이미지를 계속 떠올렸다. 기시감으로 가득찬 삶 속에서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건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나. 희망이 아니라면 그건 어디에 자리한 감정일까? 새삼 오딧세이가 떠올랐는데 오디세우스의 피로감 같은 거. 이타카로 하나는 동안 얼마나 지쳤을까? 그렇게 돌아가야하나? 사실 돌아가는게 아니고 나아가는 건데 그렇게 의미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점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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