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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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이 있다. 해언이 등장하는 장면과 만우가 다림질을 하는 장면. 이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만으로도 이 소설의 존재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나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묘사만으로도 주제를 형상화할 수 있다는 건 작가의 힘이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 드러나는 것들이 이미 암시되었던 것들이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언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 역시 도식적이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생략된 것들, 내가 지나친 것들을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잘 모르겠네. 기대한 작가, 기대한 작품이었고 보기좋게 빗나갔지만 또 그래서 새롭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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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라는 말을 가장 우아하고 치열하게 돌려 말하고 있는 책” @alllookt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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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어울리는 - 이승은 소설집
이승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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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소설집, <오늘밤에 어울리는>

“세련되고도 정제된 방식의 개성적인 울림”을 만들어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등단작 「소파」와 미발표작 「찰나의 얼굴」까지 총 8편의 작품을 담은 작가의 첫 소설집입니다. 두 사람 혹은 네 사람이 등장해 식사를 하거나 파티를 즐기는 동안 일어나는 대화가 소설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물들의 관계는 정물이나 소품처럼 균형을 이루고 있고 대화에서 드러나는 것들과 나란히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놓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등장인물들은 적극적인 행위로 사건을 끌어가지 않지만 위태로운 모빌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관계는 변화해가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그 변화는 분명해지지 않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영영 알 수 없고 작가가 던진 실마리들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읽고 나서도 그 위태로운 긴장감이 떠오르는 소설입니다. 독자가 계속해서 감정이나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매력적인 소설. 새로운 한국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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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0
손보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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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

1911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라진 조니워커 화이트라벨을 찾아 프랑스를 방문한 보험 조사관 ‘그’와 뉴욕의 예술재단에서 일하다 죽은 친구의 유품을 수령하기 위해 대학시절을 보냈던 프랑스로 돌아온 ‘그녀’의 만남을 그린 경장편 소설.
전직 경찰 출신의 우수한 보험 조사관인 그는 ‘일과 관련된 대상을 ‘의미화’해서는 안된다고, ‘의미화가 한 번 일어나면 그가 찾아야 하는 어떤 것은 이미 오염되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쩐지 직장 내에서 겉돌고 있는 그녀는 ‘과거에 붙잡히는 게 싫었다. 그건 그냥 한 때 주어지는 삶이었고, 이제는 지나가 버렸고, 아무 의미도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떠나온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습니다.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이 마주치는 우연. 이후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손보미 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으로 한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에 대한 정보는 소설 속 인물들의 행로와 감정에 풍부한 실감과 상상력을 더합니다. 우연이 삶을 돌려 세울 때 그 자리에 멈춰 선 인물들이 떠올리는 건 무엇일까요? 서로를 내버려두듯이 함께 걷는 마음, 개인의 의지보다 더 큰 질서에 대한 희망은 아닐까요? 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빼어난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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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최승린 지음 / 난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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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린,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난다
2014년 등단한 작가 최수린의 첫 소설집을 소개합니다. 10편의 단편 속에는 인터넷 프리미어리그중계업체 팀장으로 일하는 전직 축구선수, 죽음을 앞둔 은퇴한 메이저리거, 헤어진 연인과 록스타의 공연장을 찾은 남자, 어중간한 재능으로 자신감을 잃은 사진작가, 아내의 유품을 찾기 위해 소원한 아들과 일본 여행길에 오른 남자처럼 ‘패배’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을 따라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심정을 떠올리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건 우리들 역시 어떤 식으로든 그런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실패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그런 의미조차 사그라진다. 모두가 실패자가 될 때, 그래서 누구도 실패자가 아닌 때가 온다.’ 먹먹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자신을 깨닫게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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