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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살인 사건 스도쿠 미스터리 1
셸리 프레이돈트 지음, 조영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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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사건의 해결점은 스도쿠의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덕분에 스도쿠에 대해서 아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이미 수학에선 4~5년 동안 떠나있던 탓에 머리는 잘 굴러갈 것 같이 않은데, 집으로 도착한 책은 스도쿠를 풀어야 할 것만 같은 책이지... 겁먹은 나머지 군대를 막 다녀온 남친에게 '스도쿠가 뭐야?'라고 솔직히 물어보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세히 가르쳐주는 우리 자상한 남친 ㅠㅠ (리뷰로 염장질하기!) 아무튼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1부터 9까지 가로와 세로를 수놓는 게임이라고 한다. 의외로 답은 한 개 혹은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까다로운 게임이란다. 계속 나열 가능한 숫자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후딱후딱 지나가버리는 게임이라서 시간때우기 좋다고 한다.
 본인도 스도쿠에 인식이 너무 치우친 나머지 암호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이 책도 시간 때우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아빠나 다름없는 수학교수님의 부탁으로 수학 천재로 알려져 있던 여주는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녀가 고향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안가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리고 보스턴 출신인 형사가 엉겹결에 퍼즐박물관 큐레이터를 맡게 된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미국의 훈훈한 시골이야기라고 하기엔 다소 풍자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 글이다. 무분별하게 쇼핑몰을 세우려는 고향사람들이라던가, 쇼핑몰을 반대하지만 타지역 사람들에게까지 배타적인 고향사람들이라던가, 온화하고 인정많은 성격을 지녔지만 다소 히스테리를 부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기를 부추기는 여주의 고모라던가... 각각 캐릭터의 장단점을 매우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덕분에 소설도 상당히 안정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다. 시리즈로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예전에 보았던 '그림포'처럼 실제 암호와 퍼즐을 몇 가지 올려놓고 설명을 제공한다면 훨씬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추리가 유행인 것 같다고 할까, 숫자로 힌트를 내는 추리소설이 이번 해만 해도 벌써 여러 권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셜록홈즈시리즈'같은 정통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서가 사실상 하나도 제공되지 않는 현장을 관찰한 홈즈가 재잘재잘대는 걸 수동적으로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이야기 스케일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독자가 같이 머리를 굴릴 수 있는 추리소설도 나름 참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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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사람 - 소믈리에 이준혁이 만난 15명의 명사들
이준혁 지음, 김문정.전재호 사진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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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와인이 사치스러운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와인을 즐겨 마시다 보니까 타인의 취향이 이해되고 더 이상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가의 렌즈를 구입하게 되는 것처럼 와인 역시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p. 92  
   

   와인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터뷰라 그런지 다들 허심탄회하게 술에 대한 견해, 취향에 대한 생각, 예술에 대한 관점을 술술 털어놓는다.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함은 물론, 와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 노력하는 소믈리에의 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1900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비싸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일단 김현중과 배용준 등 한 외모하는 인물들이 와인을 들고 있는 사진이 많다. 화보(...)의 가치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작품들의 사진이 등장하며, 책에 붙는 세금은 전부 아이들을 후원하는 기부금에 쓰인다. 게다가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한 멋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와인에 대한 각종 기초적인 지식을 알 수 있다. 와인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 와인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전혀 이 책을 구입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본인은 홈플러스에서 싼 와인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게다가 입맛은 어린애 취향이라 스위트 와인을 주로 구입한다. 와인을 음미하는 법도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비싼 와인이라고 무조건 좋은 와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안심이 되는 느낌이랄까.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시는 차, 같이 마시는 와인은 추억으로 남고 특별하게 남는다. 본인의 입맛이 칵테일에서 와인으로 돌아선 이유는 바로 남친하고 같이 마신 삼만원짜리 와인이었다. 디캔딩으로 인해 맛과 향이 전혀 달라진다는 점이 신기했다. 와인셀러까지는 무리겠지만 집이 생긴다면 코르크따개와 디캔딩할 용기 정도는 구입해둘 생각이다.

 가장 신기한 글은 와인이 경제에도 관여한다는 간단한 소개글이었다. 와인은 15~40년까지도 숙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사서 저장해두었다가 옵션을 이용하면 돈을 벌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투자이겠지만; 저자의 글을 볼 때 현재는 미국 유학 중이신 듯한데 꼭 성공해서 전세계의 와인을 두루 접하시길 바란다. 문득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그 열정을 책으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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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bliners (Paperback) Oxford World's Classics 113
Joyce, James / Oxford Univ Pr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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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zing up into the darkness I saw myself as a creature driven and derided by vanity; and my eyes burned with anguish and anger.- <Araby>, p. 24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잔잔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분노와 자조를 품고 있는 책이다. 그 안에 내제되어 있는 감정의 에너지는 정말로 엄청나서, 사람을 오히려 감동시키게 만든다. 아마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그의 더블린에 대한 애증?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소설 안에서 신나게 더블린과 아일랜드를 비판하고 있으나, 절대 그 안을 떠나지 않는다. 더블린 거리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나열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위를 마르고 닳도록 활보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 괜히 <율리시스> 속의 인물들을 '코스프레'하는 축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더블린에서 생길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분노를 지우고 사랑이 넘치는 동네로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뭐 지금은 고인이 되셨으니 그저 추측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처음에 이 소설로 수업을 들을 때 무심코 듣고 넘겼던 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수업에서보다 상황을 상세히 그려낼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서 진행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역사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은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제임스 조이스같은 필체가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활짝 핀 꽃보다는 피었다 만 듯한 꽃봉오리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독자에게 전부 다 해설해버리는 필체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필체가 좋다. 수업을 들었던 직후에 느꼈던 바가 많았는데, 미처 글로 쓰지 못해서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때라면 지금처럼 부랴부랴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서평을 쓸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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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3
제임스 조이스 지음, 진선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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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사업가들에게 이야기하러 나왔으니 사업가 식으로 이야기하겠노라고 했다. 비유를 들어 말한다면 그는 그들의 영적인 회계사이기 때문에 청중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각자의 장부, 즉 영적 생활의 기록부를 활짝 펴놓고 양심과 정확하게 부합하는지 따져보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p. 306  
   

  아이고... 예수님이 너 같은 꼴통들 때문에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라고 하시며 친히 성전 앞의 가게들을 뒤엎으신 것이다 -_-;;; 저게 진정한 성직 매매죄 아녀?

 아무튼 '더블린 사람들'은 독자의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는 글이다. '율리시즈'보다는 분량으로 보나 문장으로 보나 훨씬 너그러운 글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일랜드 사람이거나 아일랜드의 사정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더더군다나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 아니라면 이 글을 읽기 힘들 것이다. 비록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채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아무리 적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뒤에 해설에 설명을 실은 것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 번역본에선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The dead'에 나오는 'country cute'라는 단어는 물론 '시골 촌뜨기 소녀'를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부잣집 남자를 홀려먹으려는 가난한 집의 영악한 소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가브리엘의 어머니는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 아일랜드 시골 소녀와의 사랑을 반대한 것은 물론, 아들이 '꽃뱀'에게 물리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까지 고려하여 표출한 것이다. 물론 본문에서 이렇게 길고 자세하게 쓰기는 번거롭겠지만, 그래도 밑에 있는 해설에서 설명을 좀 더 길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But I also dreamt, which pleased me most,
That you loved me still the same.'


이라는 구절을

'그보다 날 더 기쁘게 하는 꿈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대의 늘 변함없는 사랑이어라.'


라고 번역한 구절이 있는데, 왠지 딱딱해진 느낌이다. 영어로 읽으면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공 여자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는데, 출판사 번역본을 읽으면 왠지 그 감정이 짠하게 식는다-_-;;; 이래서 문학을 제대로 보려면 원본을 읽어야 하나보다.

 아무튼 몇몇 '영어가 더 이해하기 쉬웠던' 한자단어들만 아니라면 꽤 읽기 쉽다. 본인은 제대로 보지 않고 덮어버렸지만 해설과 작가의 생애에 대한 설명도 꽤 적절하게 담겨있는 듯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나 '더블린 사람들'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반드시 원문과 같이 읽어라.

 그래도 복원된 구절들이 새로 실려 있던게 읽을만은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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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산 2
가오싱젠 지음, 이상해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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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것은 물고기는 잡으면 잡을수록 점점 더 드물어지는데, 사람은 죽이면 죽일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반대라면 훨씬 더 좋을 텐데 말이다.- p. 256  
   

 결국 끝까지 몰아서 보았다.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실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뭐 처음부터 주인공의 인격이 분열되서 등장하긴 했지만 이건 점점 갈수록 혼돈에 빠지는 기분이다. 아침에 산을 올라갈 때는 또렷한 의식이 있었겠지만, 유달리 밤은 빨리 찾아오고 나뭇가지에 할퀴어지면서 더듬더듬 하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가 헤메였던 주인공의 인생이, 문화혁명당시 중국이,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깨어진다. 분명한 결말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허무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글 속에서 '허무'와 '무'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본인은 이 책을 읽고서도 아직도 그 차이를 모르겠다. 영혼의 산은 어쩌면 우리의 삶 속에,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 그 길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도 <지와 사랑> 종류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은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누군가를 선하고 누군가를 악하다고 정해놓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역사가 흘러가는 방식을 흘러가듯이 표현해놓았을 뿐이다. 해석없이 편하게 읽을수록 더욱 속썩임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1권 후기를 썼을 때 여러 문학적 지식이 있는 분들의 글로 인해 가오 싱젠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다. 그는 번역가, 이론가, 희곡작가, 소설가, 시인이자 중국 전통의 묵화를 그리는 화가라고 한다. 스웨덴 학술원에서는 그를 일컬어 '중국 소설과 희곡에 새로운 길을 연 독창적인 언어'를 쓰는 예술가라고 한다. 모더니즘의 신봉자라고는 하지만 소설은 지극히 동양적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중국 역사상 가장 지독한 시절을 겪어온 그의 깊은 경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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