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 2015.7
레이디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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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인간답게 사는 데 필요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이다. 다른 사람의 인권은 물론,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인권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가정폭력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다들 안녕하신가.

사실 난 7월 후반에서 8월 초반동안 전혀 안녕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정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인간관계가 어수선해서 말이다. 지금도 마음이 반 정도는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내 신념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는 걸 확인한 날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이 상당히 많이 섞여있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생각하고 있는 걸 쓰는 수밖에 없다.

 

 1. 본당 공동체가 '다양성 안의 일치'를 통해 친교 공동체로서 나아가야 하는데, 때때로 어떤 단체나 운동은 자신들만이 좋은 가톨릭 신자가 되는 유일한 답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 군중 속의 고독은 내가 즐기는 키워드였다. 그래서 어떤 단체나 운동이 자신들의 우월함을 뽐내기 시작했을 때, 그 상대가 아군이던 적이던 난 거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나도 사람이라, 아군이면 일종의 으스댐이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곤란하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이던 간에 난 아웃사이더 혹은 관찰자 시점을 지향한다. 만약 내가 단체에서 실망 외의 다른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면,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같이 공존하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이야기가 많이 딴 데로 새나가는데, 애초에 난 분명한 목적이 없으면 단체를 눈여겨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재미로 들어가는 커뮤니티라도 마찬가지이다. 선하던 선하지 않던 간에 강한 명분이 있어야 조직은 오래갈 수 있다. 명분이 흐릿해지거나 다른 분명한 것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공동체는 끝이라고 본다, 정치 다음으로 분명한 목적이 있는 커뮤니티가 종교인데, 종교 커뮤니티조차도 우월주의에 빠지기 쉽다고 하니 다른 단체는 얼마나 조심해야 할 일인가.

 

 2. "죽을 고비도 많이 넘기고 어렵고 슬펐던 일이 많았지만 하느님께서 저를 무척 사랑하셨나 봐요."

 - 이처럼 내가 단체와 친구를 신중하게 고르는 이유는, 과거에 하도 배신당한 일이 많아서인 것도 있다. 사실 그렇게 신중하지 못한 나는 사회관계에서 굳이 벌여도 되지 않을 일들을 벌려놔서 많은 좌충우돌을 겪었었다. (지금의 일도 그 일종이라고 본다.) 그러나 가정생활이 워낙 원만했고, 소통할 친구가 인생에서 한 명씩은 항상 있어왔고, 대학시절부터는 어느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다고 한다면 그건 신의 은총을 받은 걸까? 하느님의 취향도 상당히 특이하다고 생각한다만 (애초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을 고비를 준다는 건 사디즘 아냐? 싶지만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뒤에 다루겠다.) 뭐 내 취향은 아니니 터치하지 않겠다. 운에 있어선 어느 정도의 사랑을 받았다는 게 확실한 듯 싶다. 남이 내 과거를 겪었다면 글쎄... 지금 나이까지 살아있었을까 싶다(...) 자만이 아니라 정말 내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었으니까.

 

 3. "마음 도둑도 도둑질 아닙니까?"

 - 요즘 젊은 친구들(내 또래거나 나보다 한 살 위거나 혹은 한 살 아래)을 보면 참으로 딱하다. 30살에 접어드신 분들은 그래도 돈을 많이 버는 직장에 들어가거나, 혹은 한 밑천을 모아서 어떻게든 잘 살고 계시는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또래들은 생계 걱정이 점점 생계 걱정이 되는가 보다. 최근 신학 공부를 하다가 굶어죽는 젊은이들도 많이 봤다는 동생의 말에 많이 놀랐다. 사실 그 녀석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고보면 요즘의 종교는 점점 현실성과 떨어져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아니, 떨어져있기는 커녕 이런 세태를 이용하여 젊은이들을 종교에 들어가게 꼬드기고, 말 그대로 '돈도 마음도' 다 빼앗기게 만든다. 마음 도둑도 도둑질이다. 처음부터 마음이 유약했던 젊은이들은 신흥종교에 빼앗긴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조차도 힘들어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 고통이 훨씬 더 클 것이다.

 

 4. 묻지마 범죄자의 유형별 사례 서울 반포초등학교 흉기난동 사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불만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자신이 이처럼 비참하게 사는 이유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상류층의 잘못이라고 여기고, 그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뒤 자신도 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인을 통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 사회가 자신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둘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 그러고보니 쌓아둔 분노가 터져서 이런저런 사건들도 발생한다. TV에서 등장하는 이런 젊은 층의 분노 폭발을 보고 어른들은 왠지 더 경계하고 분노하여, 자신의 아이들이 사춘기의 전형적인 특질만 보여도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는 기색을 보인다. 특히 요즘 갑을이론이 등장하여, 그것에 대해서 알만한 아이들이 그동안의 학대에 대해서 저항하면서 세대갈등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니 이런 현상들이 다 젊은이들 탓인가? 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오히려 발달한 낙태기술을 이용해 남녀선호사상을 실천했던, 전통의 악습을 과감히 끊어버리지 못한 '갑'의 탓이 훨씬 크다. 좀 더 나이가 든 만큼, 그에 걸맞는 책임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5. 부부간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면 개운하고 봄날같이 따뜻한 행복감을 느끼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엉킨 실타래처럼 마음이 복잡해지고 그 어지러운 느낌은 자녀의 인생에까지 오랜 세월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의 마음이 팍팍해진다. 메르스로 인해 병실에 있는 모든 환자들과 가족들이 감금되고, '가만히 있기를 강요'당하는 사이 서서히 죽어간다. 유가족들은 오열하지만, 강제로 그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런 기막힌 일을 겪는 사이 사람들의 마음은 서서히 마비되어간다. 어느 순간엔가 사람들은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거론하지 않게 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그들의 인권만은 활발하게 거론했었지만, 지금은 풀뿌리조차 남아있지 않은 북한의 산 이야기만 꺼내도 종북취급을 당한다.  

 빌어먹을 사회가 술을 권한다. 부모에게 폭음 습관이 있으면 자식들도 폭음 습관이 있다. 유전뿐만 아니라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정환경 탓도 있다.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기억이 안 나고, 무슨 실수까지 했다면 사실 반드시 정신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신과를 가는 게 선택사항이 되다보니, 내가 아무리 충고를 해도 이를 거부하거나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그런 계기들로 인해 집안이 싸움이 나다보면 폭력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만만한 게 여성과 아이들이다. 주로 남성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폭력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아벨이 카인에게 죽임을 당하듯이, 요샌 어리고 힘이 약한 사람들이 학대를 당하는 시기이다. 더욱 나쁜 건, 학대를 받은 이런 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채 몸만 자라게 되고 신체적 권력이 강해지게 될 경우 악한 길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신이 당한 아픔을 다른 사람에게 가할 경우 다른 사람도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어머니도 인간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마라. 어머니는 당신이라는 자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 콩가루 가정을 버텼다고 하지만, 반쯤은 진실이고 반쯤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단체에서 나가면 자신이 진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은 누구나 갑질을 견디지 못한다. 꾸중, 못마땅한 표정, 주먹질을 당하면서 그들의 마음은 점점 죽어간다.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 남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이참에 여기에서 한다. 당신의 어머니가 버텼던 일을 다른 여성들에게 기대하지 말라. 그들은 당신의 감정 트레이너가 아니다. 그들도 당신과 똑같이 상처받고, 때리면 아픈 인간이다. 그 누구에게도 힘든 상황을 버텨내길 강요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말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구절을 하나 더 넣으면서 이 쯤에서 감정정리를 하련다.

 

 6.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공병, 깡통, 스티로폼, 라면 봉지 등 생활 쓰레기가 떠내려온다. 나도 세상사에 찌들어 더러워진 내 가슴속의 찌꺼기를 몽땅 쏟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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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5.7
포춘코리아 편집부 엮음 / 한국일보사(월간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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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기술조합은 에너지금융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최신 트렌드 중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이 트렌드란 미국 최상위 부자들이 친환경기술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기후변화를 막는 데 자신의 재산을 이용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다. 또 누군가는 이것이 21세기의 가장 큰 투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이 두 가지 이유 모두 때문에 투자를 진행한다. 동기야 어쨌든, 이들은 모두 큰 수익을 기대한다.- p. 164

 

 

 

이 짤방을 썼던가 안 썼던가 흠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환경에 위기가 닥쳤으니 닥치고 친환경기술조합에 투자해!라는 분위기가 될수도 있다만,

만약 억만장자가 투자하는 종목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볼 만할 것이다. 잘만 노리면. 

 

 오늘 건진 명언 하나 더.

 "저는 '준비'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그냥 '도전'하면 되잖아요."

 물론 꼼꼼한 준비도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내 손을 떠나있을 일들이 많다. 그래서 사람에겐 실패를 감안하고 무작정 뛰어들 수 있는 행동력 또한 필요하다.

 물론 둘의 명언 모두 재력이나 빽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거나, 특히 자신이 시도해보지 못한 일은 과감하게 실행해보는 것도 또한 필요하다. 특히 꿈이 걸려 있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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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백설공주 1
아키즈키 소라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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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마주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녀석에게 등 돌리는 놈은 되고 싶지 않은 거라고.

 

 

 

 

 1. 만남엔 타이밍이 필요하다.

 

 사실 요즘엔 애니화되는 소설이나 만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왠지 그쪽이 안전빵이고 막장 스토리가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공포물이나 막장물 상당히 좋아하지만 나도 딱히 설명하기 곤란한 내 취향 때문에, 의외의 상황에서 막장으로 흘러가는 장르는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요즘엔 새벽의 연화라던가 빨강머리 백설공주같은 작품을 접하게 되는데, 어째 빨간머리 앤까지 포함하면 죄다 한 성격하는 빨간머리 여성들이다;;; 빨간머리 앤은 어렸을 때 한국 더빙판을 밥먹을 때도 잘 때에도 항상 녹화해서 틀고 있었으며(내 어릴적은 용의 눈물을 비디오 테이프 녹음해서 봤던 시대였다. 이외에도 슬레이어즈랑 몇몇 있었지.), 새벽의 연화도 1권부터 소장하고 있으니, 이 빨간머리 백설공주까지 합치면 역대 인생 중에서 좋아하는 3대 빨간머리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3대 작품에 포함될 만큼 난 이 작품에 깊은 감동을 먹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내 지난 날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지 못했더라면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뜻깊게 읽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손이 닿을락 말락하는 스킨십 좋다. 매우 바람직하다.

5권까지 읽으면서 젠이 두번씩이나 백설의 손을 자기 입에 가져다 대는데 심장 멎을 거 같다 악 러쟈디ㅓㅏㄹㄴ오

개인적으로 얘네들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거보다 더 좋음.

 

 2. 네 편이 될 수 있게 노력할게. 네 자유의지대로 해. 다만 내가 네 자유의지에 방해가 된다면...

 

 일단 이들의 만남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백설공주의 독사과 모티브가 잠깐 등장하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는 걸 말해두겠다.

 

 백설은 빨간 머리를 지녔지만, 새벽의 연화나 빨간머리 앤처럼 그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일단 그 점에서부터 남다른 여성이다. 하지만 확실히 그 국가에서 튀는 색깔의 머리를 지닌지라, 사람들의 시선을 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빨간 머리를 가진 여자라고 멸시하기보다는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찌 보면 다분히 현실적이기도... 아무튼 그 머리 색깔 때문에 그녀를 애첩으로 삼으려는 고국의 왕자가 열심히 대시를 하는 상황. 왕자를 피해서 열심히 도망가던 그녀는 젠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 덕분에 고국의 왕자가 독사과를 주려고 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젠은 옆나라의 제 2황자. 동화에 나오는 다른 여자라면 대뜸 왕자와 결혼을 하지만, 여기서도 백설은 또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궁정약제사가 되는 것이다. 젠은 왕자로, 백설은 타국에서 온 궁정약제사로 바쁘게 살아가는 데다 미묘한 관계로 인해 뭇 사람들의 소문거리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서로 잘 만난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왜 고백하지 않느냐고 에둘러서 물어보지만, 확실히 두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로 적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둘의 신분차이도 있지만, 일단 살아온 삶이 가시밭길인 것도 있다. 항상 형이 좋은 걸 차지하는 제 2 황자의 삶이 녹록치 않지만, 4~5권에서야 밝혀지는 백설의 과거도 녹록치 않다. 어머니 아버지가 다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극도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항상 앞만 보고 달리느라 노골적으로 좋은 티를 내는 젠의 속마음도, 젠의 편이 되기 위해서 매우 노력하고 있는 자신의 속마음도 잘 깨닫지 못했다. 젠이 후반에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으면 확실히 뒤늦게 깨닫고 흐지부지 망가졌을 타입이다. 젠도 백설 빼고는 그 어디에도 의지를 못해서 자꾸만 밖으로 돌아다닌다. 아무리 백성들의 형편을 돌아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적국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적이 많은 형이 암살당하기라도 한다면 그 뒤는 젠이 잇게 될 텐데, 왕자로서 문제가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3. 끊임없는 자기개선.

 

 처음에는 백설을 완전히 천민으로 보고 마구 대하던 전하. 그러나 백설이 배운 게 별로 없을 뿐 결코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임을 깨닫고, 갑자기 잘 닦아놓기 시작한다. 성격으로 봐서는 키워서 잡아먹으려는 건 아닌거 같은데, 자신의 국가에 써먹으려는 속셈인지 아니면 백설의 모국에 보내버려서 우호를 다지려는 속셈인지... 젠과 같이 두지 않으려는 입장은 상당히 확고한 것 같다만, 지금 생각하면 자신까지 용인해주면 젠과 백설에게 아무런 거리가 없어지게 되고 그럼 젠과 백설의 '가끔 만난다'는 원칙이 없어지게 될 것 같으니 스스로 계모를 자처한 거 같기도. 아무튼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인 건 확실하다. 젠과 백설이 가슴 두근두근거리면서 지켜보게 되는 캐릭터들이라면, 전하는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캐릭터. 난 아무래도 권력있고 냉정한 사람이 취향인 거 같다(...) 

 

 아무튼 5권에서 젠에게 마구 일을 시키고, 백설을 모국으로 보내는 걸 보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정말로 젠을 왕으로 세우고 자신은 섭정을 자처하려는 건지도? 그럼 백설은 어떻게 하려는지? 그녀에 대해선 여러가지 시험을 안겨주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려는 의도인 거 같은데, 어쩐지 시어머니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소소한 그림체에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캐릭터의 속마음이 드러날듯 말듯한, 그렇지만 절대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는 전개가 이 만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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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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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울지 않으면 눈물은 무엇 때문에 있는 게요?

 

  

이 말을 한 사람 아니 영혼은 어떤 사람을 배신하려다가 밀고당하여 자식 손자들과 함께 감옥에 갖힌 우골리노의 말이다.

그는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아사한 자식 손자들을 먹으면서 연명하다가

지옥에 가서 그 복수로 자신을 밀고한 주교의 머리를 뜯어먹는다.

 

 마치 그리스의 비극 한편을 보는 듯한 그의 이야기,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자 그를 모질게 대하지 못하고 연민을 품는 단테의 모습은 신곡의 모든 내용을 축약시켜주는 듯하다. 게다가 그리스와 로마와 피렌체의 역사가 뒤범벅이 되어있는 그 복잡한 이야기의 배경 또한 신곡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대목이다. 솔직히 명문장은 많지만 설명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어떤 대목을 올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짧고 이해하기도 쉬운 이 문장을 올리게 되었는데, 왠지 부기팝에서 이 대사를 따온 것만 같다. 아무튼 자식과 손자들에게 먹일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우골리노의 신세는 어쩐지 가난한 집안의 가부장을 연상시키게 한다. 사람들에게 제일 공감이 가는 글귀라고 여겨졌다.

 지옥의 제일 밑바닥은 손님을 배신하는 이들과 유다가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불바다와 유황이 펼쳐졌지만 지옥 밑으로 내려갈수록 혹한이 펼쳐지는데, 우골리노도 이 혹한 속에 남겨져 있다. 이 다음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눈물이 얼어붙어서 흘러 내려가지 않고 눈에서 얼어붙어버리는 사람이 등장한다. 냉혹한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유다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한때는 미모를 지녔으나 지금은 못생겨진 타천사가 흘리는 눈물은 우리가 차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하다.

 아마도 난 착한 사람은 아니니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옥에 있는 피렌체 사람과 정치 이야기를 주고받는 단테를 보면서, 왠지 허탈해졌다. 우골리노 다음에 나온 영혼의 말로는 가끔 죽은 사람이 지옥에 떨어지기 전에 자신의 육신에다가 마귀를 대신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현세가 지옥과 무엇이 다른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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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5 (반양장) - 웨딩드레스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5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계창훈 그림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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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 꿈이 없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겁니다."

 

  

부호와 결혼한 앤의 다른 친구처럼 보석을 치렁치렁 두르지는 않았지만

앤도 결국엔 길버트와 결혼식을 올리고 언덕 위의 하얀... 이 아니라 해안 위의 하얀 집으로 이사를 해 신혼생활을 연다.

앤의 모습과 좀 닮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이미지를 올려본다.

 

 5권 앞의 몽고메리에 대한 설명에서 작가는 마지 못해 소설을 썼다고는 하지만, 이번 5권에서는 작가의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한 고찰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소설을 많이 쓰다보니 작가의 문체가 좀 안정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소설을 다 읽고 뒷부분에 대한 설명을 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시기는 몽고메리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잠시 그녀에게 친절한 집안에서 묵게 된 날이었고,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두 명을 동시에 만나게 된 날이었다. 이런 생활도 언젠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그녀의 불안감은 하얀 집을 둘러싼 바다의 파도에서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티를 막 벗어난 앤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유달리 귀를 기울이는 듯이 보인다.

 특히 레슬리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린다. 아버지를 자살, 동생을 사고로 잃고 16살에 강제로 시집을 간 이후로 어머니도 사망. 그녀의 망나니 남편도 배타고 다른 나라로 떠나지만 지체장애의 모습을 한 채로 돌아와서 그녀는 12년 동안 그를 돌보면서 상당히 지쳐있었다. 앤 특유의 매력에 끌리면서도 레슬리는 그녀의 행복한 신혼생활을 질투하는데, 그 사연 많은 앤도 레슬리의 양가감정엔 두손두발 다 들 정도였다. 앤과 길버트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구원해준다.

 첫째로, 레슬리의 절친한 친구에게서 그녀의 사정을 전해들은 앤은 무조건 그녀에게 호의를 숨기지 않으며 그녀의 과거를 강제로 캐내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무언가를 꺼내거나 앤이 그녀에게 사랑을 요청하기 전에 앤이 먼저 자신의 모든 걸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둘째로, 길버트의 정직성이다. 그는 레슬리의 남편인 딕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레슬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레슬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고, 레슬리가 마음 편하게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첫번째와 두번째는 결국 '정직'이라는 데서 공통된 점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시대에는 대체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유머가 되는 시대인 것 같다. 아무래도 상대적 박탈감에서 나오는 불안감과 압박감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난 한편으로 '상대적 박탈감'만큼 비열한 말도 없는 것 같다. 이미 경제는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와 너 개인이 아니라 국제적 사회적 문제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에 나오는 노처녀들처럼 남자(그 시대의 권력)와 시대를 집요하게 비판하라는 건 아니다. 결국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인내심과 내 마음을 솔직하게 언어화 할 수 있는 정직성을 얼마나 지니고 있느냐가 중요한 듯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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