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녕하신가.
사실 난 7월 후반에서 8월 초반동안 전혀 안녕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정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인간관계가 어수선해서 말이다. 지금도 마음이 반 정도는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내 신념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는 걸 확인한 날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이 상당히 많이 섞여있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생각하고 있는 걸 쓰는
수밖에 없다.
1. 본당 공동체가 '다양성 안의 일치'를 통해 친교 공동체로서 나아가야 하는데, 때때로 어떤 단체나 운동은 자신들만이 좋은 가톨릭
신자가 되는 유일한 답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 군중 속의 고독은 내가 즐기는 키워드였다. 그래서 어떤 단체나 운동이 자신들의 우월함을 뽐내기 시작했을 때, 그 상대가 아군이던
적이던 난 거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나도 사람이라, 아군이면 일종의 으스댐이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곤란하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이던 간에 난
아웃사이더 혹은 관찰자 시점을 지향한다. 만약 내가 단체에서 실망 외의 다른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면,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같이 공존하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이야기가 많이 딴 데로 새나가는데, 애초에 난 분명한 목적이 없으면 단체를 눈여겨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재미로 들어가는 커뮤니티라도
마찬가지이다. 선하던 선하지 않던 간에 강한 명분이 있어야 조직은 오래갈 수 있다. 명분이 흐릿해지거나 다른 분명한 것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공동체는 끝이라고 본다, 정치 다음으로 분명한 목적이 있는 커뮤니티가 종교인데, 종교 커뮤니티조차도 우월주의에 빠지기 쉽다고 하니 다른
단체는 얼마나 조심해야 할 일인가.
2. "죽을 고비도 많이 넘기고 어렵고 슬펐던 일이 많았지만 하느님께서 저를 무척 사랑하셨나 봐요."
- 이처럼 내가 단체와 친구를 신중하게 고르는 이유는, 과거에 하도 배신당한 일이 많아서인 것도 있다. 사실 그렇게 신중하지 못한 나는
사회관계에서 굳이 벌여도 되지 않을 일들을 벌려놔서 많은 좌충우돌을 겪었었다. (지금의 일도 그 일종이라고 본다.) 그러나 가정생활이 워낙
원만했고, 소통할 친구가 인생에서 한 명씩은 항상 있어왔고, 대학시절부터는 어느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다고 한다면 그건 신의 은총을 받은
걸까? 하느님의 취향도 상당히 특이하다고 생각한다만 (애초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을 고비를 준다는 건 사디즘 아냐? 싶지만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뒤에 다루겠다.) 뭐 내 취향은 아니니 터치하지 않겠다. 운에 있어선 어느 정도의 사랑을 받았다는 게 확실한 듯 싶다. 남이 내 과거를 겪었다면
글쎄... 지금 나이까지 살아있었을까 싶다(...) 자만이 아니라 정말 내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었으니까.
3. "마음 도둑도 도둑질 아닙니까?"
- 요즘 젊은 친구들(내 또래거나 나보다 한 살 위거나 혹은 한 살 아래)을 보면 참으로 딱하다. 30살에 접어드신 분들은 그래도 돈을
많이 버는 직장에 들어가거나, 혹은 한 밑천을 모아서 어떻게든 잘 살고 계시는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또래들은 생계 걱정이 점점 생계 걱정이
되는가 보다. 최근 신학 공부를 하다가 굶어죽는 젊은이들도 많이 봤다는 동생의 말에 많이 놀랐다. 사실 그 녀석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고보면 요즘의 종교는 점점 현실성과 떨어져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아니, 떨어져있기는 커녕 이런 세태를 이용하여 젊은이들을 종교에
들어가게 꼬드기고, 말 그대로 '돈도 마음도' 다 빼앗기게 만든다. 마음 도둑도 도둑질이다. 처음부터 마음이 유약했던 젊은이들은 신흥종교에
빼앗긴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조차도 힘들어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 고통이 훨씬 더 클
것이다.
4. 묻지마 범죄자의 유형별 사례 서울 반포초등학교 흉기난동 사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불만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자신이 이처럼 비참하게 사는 이유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상류층의 잘못이라고 여기고, 그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뒤
자신도 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인을 통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 사회가 자신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둘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 그러고보니 쌓아둔 분노가 터져서 이런저런 사건들도 발생한다. TV에서 등장하는 이런 젊은 층의 분노 폭발을 보고 어른들은 왠지 더
경계하고 분노하여, 자신의 아이들이 사춘기의 전형적인 특질만 보여도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는 기색을 보인다. 특히 요즘 갑을이론이 등장하여,
그것에 대해서 알만한 아이들이 그동안의 학대에 대해서 저항하면서 세대갈등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니 이런 현상들이 다 젊은이들
탓인가? 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오히려 발달한 낙태기술을 이용해 남녀선호사상을 실천했던, 전통의 악습을 과감히 끊어버리지 못한 '갑'의
탓이 훨씬 크다. 좀 더 나이가 든 만큼, 그에 걸맞는 책임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5. 부부간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면 개운하고 봄날같이 따뜻한 행복감을 느끼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엉킨 실타래처럼 마음이 복잡해지고 그 어지러운 느낌은 자녀의 인생에까지 오랜 세월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의 마음이 팍팍해진다. 메르스로 인해 병실에 있는 모든 환자들과 가족들이 감금되고, '가만히 있기를
강요'당하는 사이 서서히 죽어간다. 유가족들은 오열하지만, 강제로 그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런 기막힌 일을 겪는 사이 사람들의 마음은
서서히 마비되어간다. 어느 순간엔가 사람들은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거론하지 않게 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그들의 인권만은 활발하게
거론했었지만, 지금은 풀뿌리조차 남아있지 않은 북한의 산 이야기만 꺼내도 종북취급을 당한다.
빌어먹을 사회가 술을 권한다. 부모에게 폭음 습관이 있으면 자식들도 폭음 습관이 있다. 유전뿐만 아니라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정환경
탓도 있다.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기억이 안 나고, 무슨 실수까지 했다면 사실 반드시 정신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신과를 가는 게 선택사항이 되다보니, 내가 아무리 충고를 해도 이를 거부하거나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그런 계기들로 인해 집안이 싸움이 나다보면 폭력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만만한 게 여성과 아이들이다. 주로 남성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폭력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아벨이 카인에게 죽임을 당하듯이, 요샌 어리고 힘이 약한 사람들이 학대를 당하는 시기이다. 더욱 나쁜 건,
학대를 받은 이런 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채 몸만 자라게 되고 신체적 권력이 강해지게 될 경우 악한 길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신이 당한 아픔을 다른 사람에게 가할 경우 다른 사람도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어머니도 인간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마라. 어머니는 당신이라는 자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 콩가루 가정을 버텼다고 하지만, 반쯤은
진실이고 반쯤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단체에서 나가면 자신이 진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은 누구나 갑질을 견디지 못한다. 꾸중, 못마땅한 표정, 주먹질을 당하면서 그들의 마음은 점점 죽어간다.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
남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이참에 여기에서 한다. 당신의 어머니가 버텼던 일을 다른 여성들에게 기대하지 말라. 그들은 당신의 감정 트레이너가
아니다. 그들도 당신과 똑같이 상처받고, 때리면 아픈 인간이다. 그 누구에게도 힘든 상황을 버텨내길 강요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말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구절을 하나 더 넣으면서 이 쯤에서 감정정리를 하련다.
6.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공병, 깡통, 스티로폼, 라면 봉지 등 생활 쓰레기가 떠내려온다. 나도 세상사에 찌들어 더러워진 내 가슴속의
찌꺼기를 몽땅 쏟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