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평론 2019.봄 - 34호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지음 / 알마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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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불쾌한 감정이 발생하는 관계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 한 사람, 한 사람은 각기 나름의 동기부여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 (...) 그것이 무엇인지는 본인에게 들어보아야 한다. 이것은 여러 비공식적 모임(술자리, 차 모임 등)에서 나누는 이야기이지만, 공식적인 활동가 워크숍 프로그램 등에도 의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할말이 오억조 있는데 정리.


1. 일단 사회적 기업은 30대가 되도 애 소리 듣는 상황에서 '우리 애를 위해서' 이런 구호 촌스러우니 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1인 가구들 싸다고 샤니빵 먹다 죽어가는 거 생각하면 내가 속이 쓰리다. 정 위해서나 위하여를 쓰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몸을 위해서'라 했으면 좋겠다.

2. 비공식적 모임은 술자리 빼고 차 모임만 했음 좋겠다. 그리고 비공식적이라뇨. 직장 직원들 얼굴 보는 것도 일이니 시간만큼 월급 주십쇼. 어차피 막내들은 직원들 '접대'해야 하잖?

3. 그러나 역시 내가 꼰대라서 그런가 이런 현명한 나이드신 분들의 훈계는 좋다. 젠장 내가 이걸 10년 전에만 봤어도 이 꼴은 안 났을텐데... 뭐 8090년대 하렘물 남주 성격으로 인해 득본 것도 좀 있긴 하지만.

 

내 또래나 후배들은 사실 누구보다도 존경할 만한 직장 선배를 찾는다. 그들은 직장 사람들을 까면서도 마지막에는 이 한국 사회에 멘토가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무리 인간이라 허점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정당한 일을 하고 있으니 희생은 감수하자라고 생각해도 현재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는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싶다. 80년대 운동권에서도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대의를 위해 참아오지 않았는가.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의 사랑을 빙자한 성추행을.) 민주 대통령까지 세워진 마당인데 대체 얼마나 더 젊은 세대들이 기다리란 말인가. 기다린 것만도 이제 3~40년째인데.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자꾸 유투브 크리에이터로 가는 것이다. 어쨌든 거기선 꼰대가 없으니 말이다.

그 통수에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의욕이 없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꼰대이며 그들 때문에 청년들은 퇴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솔직히 난 아직도 과장이나 팀장이 하는 일의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은 평사원과 하는 일이 퍽 비슷해지고 있다 하는데 아쉽다.) 모든 회사에서 신입 직원들을 위해 직급과 그 역할을 설명해주는 교육을 한다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생협평론에서 토론하는 사람들 중 강선균이라는 분의 말씀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 분이 제안하신 말씀처럼, 내가 인복이 좋은 탓에 1년간 백수로 놀아도 먹고 사는 게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게 퍽 정신건강에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일하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 덕분에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모든 청년 1인가구에게 이런 기회가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항상 윗자리를 독점하는 사람들 때문에 당사자들이 실무일만 맡게 된다는 나오는데, 요지는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 협동조합 자체가 정부에서 성립된 게 문제가 아니라 '강제로' 세워진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또한 대다수의 친일파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 점 또한 마음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농협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근본은 전쟁자금을 조달하려는 저축운동 벌였던 식산계 출신들이 있었다니 말이다. 친일파 숙청에 소홀했던 게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때 대학은커녕 학교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고졸에서도 파벌이 나뉘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이버대학교를 가서 학위를 딴 사람도 어떤 면에서 보면 비웃음과 차별을 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사 자격이 있다는 이유로 별도 구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 남아있으려 하는 비정규직 강사들은 어떨까? 나는 대학교를 다닐 때 만난 비정규직 강사들이 가장 눈에 선하다. 교수들이 이명박을 탄핵하는 촛불시위에 나가는 학생들을 조롱했을 때, 시간제 강사들은 묵묵히 그리고 이를 갈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자료들을 모았다. 나는 사정 직전에 빼는 섹스를 해도 임신 가능성이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여성학 교수와 사드의 소설 이야기를 하는 국어국문학 교수에게 낚였다. 대학교의 존재 자체가 욕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 학생들과 강사들을 갉아먹고 사는 일부 기생충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몇몇 빼곤 걍 대학교를 거부한게 아니지 않나 능력이 없어서지.

 

친환경 농산물은 부르주아들의 음식이라느니 가타부타 말이 많던 때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기업이 물건을 팔려 했던 전략 중 지금 유행하는 게 가성비일 뿐이다. 비슷해보이는 말 같기는 해도 부르주아에게 아양떠는 것과 차별화 전략은 다르다.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을 잘못 선택한 걸 가지고 친환경 농산물 전체를 부자 음식이네 뭐네 호도하는 짓은 '어차피 망했으니 사회주의는 나쁘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협 초기에 판매전략을 결정짓는 그 자리에 자신이 없었던 게 자랑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말하면 안 된다 생각한다. 물론 한국 특유의 교조주의 때문에 사회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틀지 못해 상품들이 고가인 점에 대해서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읽다 중단한 부분이 어딘지 기억하질 못해 헤메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장들 중 어색한 곳이 많은 탓인 듯하다. 이런 가격에 이렇게 충실한 내용의 책을 내기 힘든 상황인 건 잘 안다. 그렇지만 교정 좀 잘 했으면;

 

영화 에어리프트는 1990년 사담 후세인 시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상황을 다루고 있다. 17만 명의 인도인들이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되었을 때 자기가 먼저 탈출하겠다며 아수라가 되지 않고 17만 명을 구출해낸 이들의 자조를 증언한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그게 평범한지 여부를 생각하기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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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 / 엑스트라 CCC 폭스테일 1 - 노엔 코믹스
타케노코 세이진 지음, 타입 문 원작, 정홍식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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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미운 것이냐?"

"아무래도 좋을 것을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페이트 엑스트라 게임이 원작인 척 하지만 실은 샤프트가 페이트에 대해 비평한 애니 페이트 엑스트라 라스트 앙코르를 보았다.

사실 페이트의 성배전쟁에서는 여러 제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반전이지만 조금만 말하자면 서번트를 소환하는 것 자체에 여러 제물이 필요하다. 마스터는 또한 서번트에게 지속적으로 마력 공급을 해줘야 하는데 이 방법 중 한 가지 때문에 게임은 18금이 된다(...) 사실 아무리 특수한 관계라지만 둘이 애인이 아닌 이상 터무니없는 희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서번트가 성배전쟁에서 패하여 죽으면 소멸하여 제물이 된다. 이 서번트를 과학적으로 소환하려 연구한 게 마법사라는 자들이다. 서번트가 영령이긴 해도 제대로 연구하지 않으면 통통 튀는 개성적인 서번트가 나와 맘대로 주인을 속박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에 그런 경우가 주로 나온다.) 그러다 결국 컴퓨터라던가 기계라던가 현대마법이라고 하여 갖가지 속세의 물건들을 도입하게 되는데, 결국 그렇게 되면 성배전쟁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된다. 마치 요즘엔 미사일 버튼만 누르면 사람을 죽일 수 있어서 정말 '사람이 죽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말이다.

물론, 사실을 알면 약자들은 힘을 합쳐 싸울 것이다. 그 때문에 경쟁 시스템을 만든다. 성배전쟁은 언뜻 보면 토너먼트로 보이지만, UBW에서 그렇듯이 팀웍을 짤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성배전쟁에서도 이 학교는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일단 많은 사람들을 학교에 가두고, 수없이 게임을 벌여 사람들이 서로를 짓밟는데 열광하게 만든다. 이에 끊임없이 길들여진다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아무런 목표도, 감정도 없이 그저 승리를 위해서만.

캡쳐해놓으면 잘 모르는데 보기보다 영상과 그림체가 굉장히 좋다. 모노가타리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샤프트였구나 ㅋㅋㅋ 얘네가 다루는 메시지는 나랑 잘 통하긴 한데 너무 작화가 티난단 말이지.. 일단 작화진들은 세이버 밀어주는 듯 오프닝도 세이버만 나와 ㅋㅋㅋ 아 근데 세이버 왜 이리 시노부같죠 시노부가 좋은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하트언더블레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응이 안 될 듯 ㅠㅠ 역시 샤프트는 이 애니의 최대 약점이었어! 심지어 서비스 장면까지 넘나 샤프트야!! 고개 꺾기에서 좀 벗어나라고!!! 근데 페이트에 대한 비평은 끝내주는 듯 예를 들면 세이버가 (가짜) 아처를 단칼에 베는 장면이라던가. 피식하긴 했는데 여기서 더 웃어야 할지 아처 불쌍하다 해야 할지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 세이버는 뭐가 되던 간에 끝까지 아처 싫어한달까 ㅋㅋㅋ 마치 내 모습 같다...

그나저나 페이트와 성격은 꽤 똑같은 듯. 신지는 졸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자애들한테 우월해보이려고 되지도 않는 입 털고 있지 않나, 여전히 사쿠라는 밑바닥 인생 살고 있는 것 같고. 린은 사쿠라를 모르는 양지 세계에 살아서 그런지 좀 거만해짐.

네로와 연산군의 공통점은 훌륭한 음유시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죽음은 국가, 즉 정부에게는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바람직한 행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관한 역사의 기록은 대부분 사람들을 불만족스럽게 한다. 대중들은 네로와 칼리굴라의 잔혹성에 열광한다. 이는 단순히 대중들이 피를 바라서만은 아니다. 본능적으로 대중들은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 (막상 그런 점에 대해서 대중매체들은 일부만 다루지만.) 역사에서 선한 자는 승자이며, 정권을 잡은 이들은 현재 영웅이 직접 살을 베어나가며 주문을 영창해가면서 전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심기 불편한 존재를 '폭군'으로 만들어 주작하고 팔아넘긴다.

다들 3층 앨리스 이야기를 제일 이해 못하는 듯하다. 내가 보기엔 앨리스는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이 집단성폭행 당했던 과거를 밝혀주고 자신의 시신을 찾아주면 이길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이 페이트는 아무래도 성배를 찾는 게 문제가 아닌 것 같다.

 

P.S 슈발 최종보스 꼰대네요 말이 너무 많아 ㅋㅋㅋ 얘 말로 48분 때울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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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로이드 리틀위치아카데미아 다이아나 캐벤디슈 (おもちゃ&ホビ-) - 논스케일 ABS&PVC 도색완료 가동 피규어
グッドスマイルカンパニ-(GOOD SMILE COMPANY)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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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는 평범한 소녀 앗코가 동경하는 마녀를 따라잡기 위해서 마녀 학교에 들어가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유독 마법에 대한 소질이 없어서 힘들어한다. 앗코에게 유달리 관심이 있는 아슈라 선생님의 특훈과 함께 학생들은 갖가지 사건으로 앗코와 함께하면서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한편 앗코는 마녀들에게도 관심 밖이었던 고대 시대 지팡이를 얻어서, 여느 마녀들하고도 다른 힘을 얻어가기 시작한다. 그 지팡이가 동경하는 마녀, 샤리오의 지팡이임을 알면서 앗코는 더욱 힘을 얻기 시작한다.

 

그러나 크로와 선생님의 등장으로 인해 샤리오의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마녀도 사람인지라, 착할수록 잘 속는다던가 아무튼 여러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앗코는 크로와로 인해 자신이 샤리오와 다른 점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고, 그제서야 동경에서 비롯된 배신감에서 눈을 돌려 자신을 도와준 다른 여러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앗코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빛을 발하는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교훈성도 짙고, 서양식 작화에 비해 의외로 캐릭터도 섹시한 매력이 있다. 밝고 동화같은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 고대 지팡이에 새겨진 주문이 7가지밖에 안 되는 만큼, 결말도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다.

의외로 가장 모에했던 인물은 콘스탄체. 등장 내내 거의 대사가 없는 것도 특이하지만 처음 등장했던 애니에선 아예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과묵한 엔지니어의 전형적 캐릭터라서 그렇게 설정했다는데 아무튼 그게 또 괜시리 매력이 있다. 의외로 열혈물 로봇(그렌라간?)을 좋아해서 앗코와 같이 제작했다는 점도 갭모에포인트. 마지막 부분에서야 잠깐 등장했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 ㅠㅠ 트리거 놈들 그냥 로봇 그려볼려고 이용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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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19.5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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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t of reading in any alphabetic language is an amazing, exciting and fast process. It is almost like being in a video game. (...) The eyes begin to move over the text, but not in a smooth, clear line. Rather, the eyes jump rapidly from one spot on the page to another. These jumps are called saccades. (...) Our eyes may also go back to earlier words in a sentence that have been fixated upon. These movements are regressions. (...) One's Working Memory is immediately activated along with components, the visual/spatial sketchpad and the phonological loop; letters and words in any alphabetic language are identified by using its phonological information.



 


 

사실 친구와 친해지는 계기란 게 서로 공통의 관심있는 분야를 찾으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친구관계가 점점 더 깊어지고 다른 함께할 일을 찾기 시작할 때가 힘들다.


친구는 술을 좋아하지만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을 때, 친구는 거리를 걸어다니는 걸 싫어하지만 난 좋아할 때, 갈등이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또한 살면서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의식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올 수도 있는데, 난 가식을 벗고 허심탄회하게 지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할 친구라면 깨질 순간을 미리 각오해야 할 필요는 있다. 물론 나와 다른 친구에게 맞추기 위해 배경지식이나 경험을 갖추는 건 필수이다. 그렇지만 그게 본인에게 맞지 않거나 혹은 더 나아가 사회윤리에 어긋날 경우, 단호하게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친구란 인생에 있으면 좋고 그렇다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몇몇 애매한 것들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가난한 사람이 모두 선하고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게 아니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서 다 때묻지 않은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노인이 된다고 다 찌들대로 찌든 사람들은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향락에 물들고, 나이가 들어서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흥청망청 노는 게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 때 필요한 건 무게지 젊은이들같이 쾌활하게 노는 건 아닐 것이다. 노인이 될 때 롤러코스터를 타면 체력만 빠질 뿐이며 심각하게는 생명이 소진된다. 늙어서까지 거기서 재미를 느낄 순 없다. 오직 필요한 건 지혜의 발휘이다.

 

These processes have to work quickly and seamlessly. (...) If you are only decoding, then you will not be able to see the "movie" played at full speed. Decoding is like watching a movie, but only slowly moving it along one frame at a time. You will become bored very quickly, even if it is a very exciting action movie!


갑자기 뜬금없이 초반에 영어로 독해법에 대한 비결(?)을 공개하더라. 비유도 딱 들어맞고 좋은 구절인 것 같아서 위 아래 구절로 나눠 번갈아 올려본다. 실상은 미국에 태어나세요가 결말이니 아무 도움 안 되지만 유익할 것 같아보이는 전형적인 이야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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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문학동네시인선 096 문학동네 시인선 96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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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중에서

 

눈을 감으면 수면을 뚫고 수많은 소금 인형이 걸어나온다

데운 조약돌로 눈두덩을 지져도 사라지지 않는



 


 

페친인데 잘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고 팟캐스트에서 그의 시가 소개된 건 몇 번 들은 적 있다.


시는 인상깊지 않았고 그 분이 말한 한 구절도 기억이 안 난다. 단지 드라큘라가 등장하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당시는 시집을 내셨을 때가 아니어서 언젠가 시집이 나오면 보려고 이름을 외웠다. 그러다보니 잘 잊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인의 시집을 봐선 안 되었다. 이유가 뭔진 모르지만 아마 이 분이 쓴 산문을 봐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 저녁 시집을 빌리러 가는 도중에 비가 왔다. 시집을 빌리러 왔는데 딱히 뭘 읽을거라 정해둔 게 없었다. 도서관이 문 닫기 직전이라 빨리 뭐라도 빌려야하는데 싶어 마음이 급했다. 아무거나 빌려야 비를 맞아가며 책을 빌리러 온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시인 이름이 보여서 일단 무조건 집어서 사서에게 건냈다. 그 때 시간이 도서관 문 닫기 1분 전이었다.

이 구절이 인상적인 건 우연찮게도 핸드폰이 고장나서이다. 충전단자가 고장나서 비만 오고 습기만 차면 계속 충전이 안 된다. 물기가 있다고 끊임없이 경고알람음이 울린다. 어떨 땐 가스불이나 토치를 켜서 충전단자를 지지면 물기감지경보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시를 보니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은 그 정도로도 경보음이 안 들린다거나 혹은 물기가 닦이지 않겠구나, 싶어서.

울 엄마 시집간다

 

해가 설핏 넘어갔는데도 우째 이리 눈이 부실꼬, 너그 고모들은 휴가 나왔으면 가만히 앉아서 쉬기나 할 요량이지, 저래 물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 하니 내사 모를 일이다, 처녀 적에도 고디 잡으러 간다꼬 나서서 저물도록 집에 안 들어와 맘고생을 시키더만, 너그 할아부지는 큰애기들이 싸돌아댕긴다꼬 울매나 성화였는지, 하이고 물팍이 쑤시서 좀 앉아야 쓰것다, 하눌이 온통 단풍 들었구나

 

구야, 니 고디가 새끼를 우째 키우는지 아나, 고디는 지 뱃속에다 새끼를 키우는 기라, 새끼는 다 자랄 때꺼정 지 어미 속을 조금씩 갉아묵는다 안 카나, 그라모 지 어미 속은 텅 비게 되것제, 그 안으로 달이 차오르듯 물이 들어차면 조그만 물살에도 젼디지 못하고 동동 떠내려간다 안 카나, 연지곤지 찍힌 노을을 타고 말이다, 그제사 새끼들은 울 엄마 시집간다꼬 하염없이 울며 떼를 쓴다 안 카나, 울엄마시집간다꼬ㅡ, 울엄마시집간다꼬ㅡ



 


 

지금 읽어보니 뭔가 이름만큼 강렬한 인상이 남는 시들이 많은 듯하다. 뭔가 더 인상에 깊이 남으라는 의도인지 할머니의 말을 그대로 시에 써넣은 것 같은데, 위에 적은 시 빼고는 그닥 재미있는 건 없었다. 쓰는 의미는 알겠지만 공산당에 대한 비뚤어진 증오는 현실에서도 접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나를 지치게 했다. (그리고 붓 잡지 말라고 충고했다는 집안 중에서 정말 양반 그만둔 집은 없다고 역사를 찾아서에서 그러더라ㅡㅡ.) 나는 오리지널(?) 시인에게서 나왔을 법한 시가 더 재미있었다. 그러나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하나쯤 적자면 이랬다. 역사이야기보단 할머니 본인의 삶에 대해 더 적었더라면 시가 재미있었을 것이다.


나는 특히 내가 사는 한국이 좁다고 느낀다. 그러나 확실히 이는 심리적 느낌일지도 모른다. 시골을 걸어다니다 보면 서울보다 상당히 크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로 크기도 하고, 혹은 사람이 적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서울은 사람이 많다. 내가 어제 술을 마시고 길바닥에 토하는 걸 목격한 사람이 오늘 내가 술을 마시고 다른 길바닥에 토하는 걸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 사람을 기억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아는 척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내 내부에 있는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난 그 때문에 사후세계가 있다 해도, 천국과 지옥의 형태를 띄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상에는 천국도 있고, 지옥도 존재한다.

No surprises 중에서

 

광대는 울면 안 돼, 세계가 울음바다가 되니까

광대는 웃으면 안 돼, 세계가 웃음거리가 되니까

 

정부는 우리를 대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추락할 때까지도 웃어야 합니까

 

우리의 기도는 바늘처럼 날카롭다

온몸이 바늘로 덮인 하느님

불에 탄 시체들이 하느님 주변에 스크럼을 짜고 있다



 


 

천재에 집착하는 건 자신이 천재가 되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러나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내가 네 시점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고 했던 걸 넌 기억하고 있을까? 네 키로, 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네가 되고 싶어도 나는 네가 될 수 없다. 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제 적당히 징징거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야 하지 않을까? 꾸준히 한 계단씩 밟아가며, 매일의 시간을 네가 해야 할 일로 꽉 채워가는 거지.

이제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늦었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네가 천재 타령하면서 내 심장에 칼을 꽂는 널 보기 싫고. 너는 이제 더 이상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랑을 모르는 나를 보기 싫고. 우린 그렇게 횡단보도에서 만나도,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스쳐지나가겠지. 난 너라는 칼을 감싸주는 검집이 아니었으니까. 또 다른 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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