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버드나무 유일한 - 빈손으로 떠난 참 부자 이야기 우리 시대 아름다운 얼굴 2
한수연 지음 / 하늘을나는교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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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이성애자는 동성 50%를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이고 동성애자는 이성 50%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이 분들은 100%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민나노모노 ㅎㅎㅎ


한채윤 씨가 오래 전에 쓴 글이고 자료집에 좀 더 가깝다.

뉴스데스크에서 게임 폭력성 실험이란걸 벌이다 사건을 만든 적이 있다. 난폭성을 보겠다면서 예고도 없이 PC방의 전원을 다 꺼버린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반론이 거셌다. 그렇다고 게임이 폭력성이 있다는 게 입증된 것도 아니며 심지어 포르노가 아동 대상 성범죄의 원인인지의 여부도 논란이 한창이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감성적으로 나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동성애 사이트와 같이 BL소설 사이트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옛날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요즘에는 해외에 빼돌려서 올릴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컴퓨터나 인터넷에 대해 그렇게 지식이 해박한 분들이 만든 사이트도 아니기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감돌았다. 일단 동성애와 BL문학 팬들은 서로를 잘 모르는 데도 그들을 똑같이 취급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어서, 서로 싸우다 갈라선 점도 있다. 몇 년 후에야 BL문학계에서 출판사를 세워 책도 내고 동성애자 분들이 BL소설도 출판해서 사이가 좀 완화되었다지만. 내 생각에 가장 정신적 충격을 받은 분들은 BL계열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생계를 위한 일을 제외하면 살면서 가장 많은 힘을 기울여 정말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비하하면서 일본학과에 다니는 사람들, 심지어 일본인까지 차별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그 국가에 사는 남성들은 모두 로리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까지 보이는데, 나는 그런 차별이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실상 그런 '여성꼰대'들이 학창시절 즐겨봤던 하이틴로맨스를 보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성차별이 즐비하다. 포르노를 없앤다 하여(없앨 수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아동 성학대 사건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이 포르노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남에겐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포르노의 기준은 (대부분 꼰대)어른들이 정하는 것인데,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편견까지 겹쳐서 조금 선정성이 있는 문학을 상당히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법도에 맞게는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얘기하는 건, 법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습과 정치에 따라 때로 법은 바뀌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강력한 악의 축이 될 수도 있다. 장르문학이 선정적이라며 전부 다 불태운 걸 자랑스러워하던 8090년대 시절 중년층들을 보라. 얼마나 추악한가. 인터넷이 활성화된 지금, 그들이 당당하게 그런 일을 행하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옛날에 차단한 사람 중 동성애자인데 팬픽 좋아한다고 갈구는 사람이 있었는데(경험담) 이게 얼마나 실례냐면... 예를 들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었단 청소년한테 "니가 어떻게 그런 어려운 책을 읽었어?"라고 물어본 거나 다름없다. 그것만도 민폐인데 "애니메이션 문스독 보고 다자이 오사무 팬이 되어 읽었어요 재미있..."이라고 하는 애한테 "넌 그 나이나 되서 일본애니 보고 앉아 있냐? 걔네한테 우리나란 침략당했어!"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 요즘에는 하도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다보니 "BL문학에선 요도에 빨대를 꼽는다며? 어머 너무 폭력적이야" 혹은 "BL문학에선 강간으로 내용을 시작한다며? 어머 성폭력 미화물이야"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옛날 유명한 퀴어문학에선 대부분이 성추행과 강간물로 시작된다는 걸 아시려나. 상식이 없으면 공부하라 하진 않겠으나 닥치는 게 예의이다. 아무튼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의 자기계발적 나발거림에 혹한 일부 청소년들이 분열되어서 우리나라 BL장르가 망한 건 사실이다. 그치만 원인제공자들은 어른 꼰대란 거지.

 

약간씩 이 분 이야기가 틀린 게 있는데. 일단 티가 나는 게 그리스다. 그리스는 보통 동성과 이성적 사랑을 하여 성과 사랑에 대해 배운 뒤 이성과 계약결혼한다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양성애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남성들 사이에선 이성과 열렬한 사랑에 빠지면 되려 비웃음을 당하기 때문에 동성애가 강조되었다 하더라. 대신 여성이 동성애를 하면 비난받는 등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영화를 통한 동성애자들의 자긍심 고취와 이성애자와의 소통을 꿈꾸는 서울퀴어영화제, 한국 최초의 동성애 전문 잡지로 서점 유통을 시도한 버디의 발간이 있었고, 니아까, 보릿자루와 같은 무가지도 제작, 베포되었다. 또한 2000년부터 매년 거리행진-프라이드 퍼레이드와 전시회, 영화제, 토론회 등을 엮는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무지개축제'가 열리고 있다.

홍석천의 커밍아웃과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의 성공 등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을 갖추어 가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동성애'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규정한 '청소년보호법'과 동성애를 비하하는 문구를 담은 교과서 등이 큰 문제이다.



 


 

2004년 청소년유해기준에서 동성애는 삭제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동성애 소식과 차이가 많아서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야 할 게 많다. 역사적으로는 알아둬야 할 소식이지만.

 

제가 만난 다른 동성애자는 고등학교 때, 자기가 동성에게 이끌린다고 느끼는 순간에 '에이즈 걸려 죽겠구나'하고 공부를 안 했대요. 집중이 될 리도 없고, '내가 공부해서 뭐하나, 난 죽을 텐데......' 그런 식으로 인생을 거기에서 끝장내 버리는 거예요. 그나마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런 증언을 하는 거죠. 미국에서 청소년 자살의 30%가 동성애로 인한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것들을 본다면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동성애에 대해서 말을 하거나 동성애에 관련된 매체를 보여주면 청소년들이 동성애에 물들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그런 식으로 물들 것 같으면 우리는 어떻게 이성애에 물들지 않았을까요? 엄마, 아빠도 이성애고 친구도 이성애고 가르쳐 주는 것도 이성애밖에 안 가르쳐 주고 보는 드라마, 영화도 다 이성앤데 어떻게 이성애에 물들지 않고 꿋꿋하게 동성애를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문제는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팬픽이반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글을 올린 뒤 동성애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이어서 나온다. 청소년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알찬 질문과 함께 현명한 대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P.S 오래 전 파고다극장 화장실이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한다. 기형도 시인이 여기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시 읽고 정말 감탄했었는데 그렇게 생을 마치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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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캐롤 타브리스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또하나의문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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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평등을 단지 여성을 조직 안에 끼워 넣는 일로 생각한다. (...) 로날드 드워킨은 "아이가 둘이 있다. 같은 병으로 한 아이는 죽어 가고 있고 다른 아이는 그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고통받고 있을 때, 남은 약을 누구에게 먹일지 결정하려고 동전을 던진다면 그것은 두 아이를 평등하게 배려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말 왜 이리 혜자냐;;;;; 처음에 '그들'이란 단어는 미국의 은행이나 학교같은 사회 조직을 의미하는데 다들 공감할거라 생각한다. 일단 학교 교사들과 좀 알고 지낸 적 있는데 내부에서 노처녀와 노총각에 대한 대우도 전혀 다르고, 교사끼리 결혼해도 남자분이 설거지는 커녕 손가락 하나 안 댄다는 데에 충격받은 나로선;;;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고 30살 되면 인생 끝났으니 독신으로 살다 가라 그러는데 남자는 그런 얘기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독신으로 살면 가난하다는 데에 남자들 전혀 찬성 안 하는데 자기 아는 사람들에겐 결혼하라는 모순 진짜 개소름끼침;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서나 양성평등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쓴다. 성평등은 소수가 쓰는 언어이자 비공식적 언어로,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의 주변 환경과 이데올로기를 명백히 드러냄으로서 그 사람이 차별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양성평등이란 단어를 전부 성평등으로 고쳐야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양성이 평등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는데 양성이 평등하다는 단어를 쓰면 자칫 여성과 남성간의 대결구도를 더욱 심화시키기 쉽다.

난 우리나라를 꽤 좋아한다. 사실 풍전등화였던 역사마저도 재미있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땐 서양 문화가 부럽고 저 안에 편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1999년에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입장을 밝힐 때마다 "그럼요 남녀가 똑같지 어디 다르나요?"라는 근거도 없는 말을 내뱉곤 한다. 특히 최근 어느 모임에서 더욱 좌절을 했는데, 남성이 쓴 책에는 '치한이 엉덩이를 만질 때 여성도 소리질러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가 근무하는 직장이 특히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런데 여성 분들은 '그래요 우리가 성추행에 당당히 맞서야 해요!'라고 너무나 밝은 얼굴로 말씀하고 계셨다. 언제는 안 맞섰단 말인가? 그리고 양성평등 시대에는 여성이 때리면 남성은 경찰에 신고할 게 아니라 그 여성을 패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PC방 사건 꼴 날 수 있단 말이다. 서양문명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러 옛 지식인들의 모습이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달까.

또한 더치페이를 찬성하는 여성분이 대체 어디까지 자신이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계셨더라. 난 눈치없게도 밥은 남자가 사고 커피는 여자가 사는 게 보통이라 했다. 그러나 수많은 남자 분들은 댓글에서 편집증적으로 그 자리에서 먹을 밥과 그에 들어갈 돈의 액수를 계산하고 계셨고, 내 댓글은 금방 묻혔다. 뭐 여성이 히스테릭하다고?

 

사람은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반사회적일 수가 있다고 본다. 나는 그것 때문에 내 친구들과 관계를 끊으라 말하는 사람을 몹시 싫어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자신이 어떤 면에서 반사회적이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좋았을 텐데.

그리고 레알 사상체계고 뭐고 난 친구 사귈 때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는데 ㅋㅋㅋ 중요한 건 내 사상체계가 올바른가 아닌가에 있지 남 의식 신경써서 뭐해 피곤하게스리. 그냥 서로 통하는 게 있음 그거 같이 얘기하는거지, 무슨 친구의 친구 가지고 너 빨갱이들과 어울리냐 어휴 절교해 너 동성애자들과 어울리냐 어휴 절교해 이러고 있어. 현기증나게 사는구나 싶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군대에서도 소총마저 왼손잡이들은 쓰기 힘들다. 그래서 강제로 오른손으로 쏘게 만들곤 한다. 징병제라 수많은 왼손잡이가 군대에 들어왔을텐데 말이다.

이건 왼손잡이만이 아니라 다른 소수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다수에게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소수자들은 무시당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자. 소수자만이 아니라 인구의 50%는 여자이지만 대다수의 물건은 남자에게 디폴트가 맞춰져 있다. 남자들은 그런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산다.

다수에 속한 사람들은 그게 문제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살면서, 자기들만 편하게 살면서 그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사소한 것으로 징징댄다고 한다. 그럼 다수에 맞춰야지 그 소수 때문에 다수가 불편해야 하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을 왜 양보할 생각이 없는가? 그리고 애초에 디자인할 때 다수에 최적화는 안 되어도 다양한 사람에게 접근이 쉽도록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감수성 자체가 이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은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것이다. 황교안이 박근혜보고 여성의 몸으로 오랜 구금생활을 감행한다고 하는 건 성차별 발언이다. 여성의 몸이라 해서 감옥 생활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교도소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면 그것 또한 성차별이다. 이걸 대체 높으신 남성 분들은 왜 모를까.

 

90년대 이야기라 아무래도 현재 시대와 좀 다른 이야기가 수두룩하긴 하다. 근데 이건 아직도 똑같구나. 피임약 먹고 몇 시간 후에 술 마시면 괜찮은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음. 또한 술과 피임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비전문가의 글이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님. 미개하구만. 물론 술마셔도 피임이 된다는 의미는 알겠는데 아니 피임약 먹은 후 빨리 취하지 않는 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고 나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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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징조 애지시선 47
김길녀 지음 / 애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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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거 중에서

 

눈빛이 참 고운 주치의는 날 아주 착한 환자로 알아

 

꼬박 꼬박 병원에 오고

꼬박 꼬박 약사를 만나고

꼬박 꼬박 환하게 웃고

 

꼬박 꼬박 꼬냑을 마시고

꼬박 꼬박 불량음식을 먹고

꼬박 꼬박 불면증을 즐기고

 

꼬박 꼬박 바다를 보고

꼬박 꼬박 타라수를 마시고

꼬박 꼬박 잦은 통증과 함께 밤을 새우고

 

꼬박 꼬박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귀신놀이를 하기도 하는

내 안에 여자들이 알약의 주인들이지



 


시집엔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화자의 몸엔 다양한 여자들이 산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 여성들을 죽이기 위해 화레스톤이라는 약을 먹는다. 이 시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약은 여성호르몬을 줄이는 약이기 때문에, 생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다. 왠지 본인 이야기 같기도 한데 ㄷㄷㄷ 아무튼 그 덕분에 시집 속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전부 통일된다.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시인은 시집에서 나오는 모든 여성들이 다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 유일한 타인의 여성은 처녀할머니일텐데, 이 분도 생리를 못하는 시인과 불임이란 상황이 겹쳐져서 낯설지 않다. 이렇게 시들이 질서를 갖추고 이야기를 만들려 하는 시집은 처음이라 되려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여자들이 자신을 죽이는 약을 좋아해서 파티를 한다는 건 이상해 보이지만 저걸 자기 파괴 충동으로 해석하는... 건 여기서 그만두련다 ㅎㅎ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드는 시이다.

 

툭툭 뱉는 말들과 설정 같은데도 예사롭지 않아 좋았다. 생의 연환에 대해 다루는 구절이 많아 시에 힘이 넘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서늘하지만 자연 얘기를 하면 그게 중화되어서 묘한 운치가 있기도 하다. 건조한듯 건조하지 않아 읽다보면 절로 밖에 나가 봄을 즐기고 싶어진다.

 

곧, 봄

 

뜻밖에 눈을 만난 삼월 언저리

기차는 강원도로 가고 있다

펄펄 내리는 시린 햇살 속

ㅡ삼월에 왠 눈이람ㅡ

나한정역과 흥정역 사이에서

풍경들이 덜컹거리자

건너편 여자가 흰 지팡이를 꼭 쥐었다

여자의 눈이 된지 오래인 듯

흰 지팡이는 닳아 있었다

여자는 귀로 무언가를 보는 듯

창밖으로 오랫동안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가끔 여자의 미간이 섬세하게 흔들렸다

두 눈 뜨고도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

여자의 볼우물에서 피어나는

복사꽃 꽃잎, 꽃잎

기차는 비로소 고개를 넘는다



 


원래 강원도는 4월까지도 눈이 온다.


열대기후 되려는지 요즘에는 비만 오지만. 그러게 눈이 싫다는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닌데 사람들은 눈 정리하기 싫다는 이유로 눈을 똥가루라 부르며 손가락질했다. 돌아온 것은? 전형적인 물부족국가가 됐다. 건조해져서 쉽게 불타게 되었다. 이것도 인과응보다 ㅉㅉ 그래도 정신 못차리고 노트르담 성당 탄 것만 안타까워하고 불 속에서 예수를 보았다느니 어쨌다느니 시끄럽지만.

 

이별에 대한 예의 중에서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

어떤 의미도 어떤 미소도

세월이 흩어가는 것

ㅡ이문세 "그녀의 웃음소리뿐" 중에서

 

"하늘이 너무 푸르러 서러운 날" 남겨 둔 채

들꽃 한아름 안고 물길 따라 흘러가고 있는 너

 

지금쯤,

네가 흘러가 닿은 그곳은 먼 먼 바다

그레이트 동굴 안 사자의 관 근처겠지

(...)

섬마을의 적요 속에서

내게 처음 찾아 온 취기를 빌려

맨발의 바람소리와 느린 곡조의 노래로

화장을 치르는 중이다



안 나올 것 같은 시집에서 이렇게 음악을 토대로 한 시가 나오면 참 반갑더라 ㅎㅎ 오래된 것일수록 더 각별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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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enesis Of Aquarion (창성의 아쿠에리온)
Victor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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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틀렸다면 마지막으로 합체 한 번만 하자.

아쿠에리온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남자가 잘생긴 창성의 아쿠에리온을 봤다. 뽕빨물이라 보기엔 실비아가 통통하고 근육이 많은 탓에 하도 욕을 먹어서 여캐 작화에 집착하느라 남캐가 구겨졌다고(...)

타천시와 인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존재하는 어느 왕국도시의 남매는 비교적 우수한 전투 능력을 지닌 채 도시를 파괴하는 세계수와의 전투에 참전한다. 그렇지만 아쿠에리온이란 기체 자체가 삼단 합체(...) 등 귀찮은 능력을 지닌 기체라 번번이 실패하는 상황. 특히 타천시족 중에서 인간의 편을 들었던 태양신의 환생이라 불리는 장남에겐 그야말로 망신살 뻗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 앞에 '진짜' 태양신의 환생이 출몰한다. 다소 야수같은 몰골에 그 둘은 매우 실망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름도 아폴로다.) 시리우스는 책을 찾아 읽으며 그들을 이해하려 들지만 정작 타천시를 사랑한 인간이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한편 실비아 드 알리시아는 아폴로와 합체할 때마다 매우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크게 놀란다. 또한 밤마다 꿈에서 아폴로니우스와 헤어지는 슬픈 장면을 보게 되는데.. 그러나 실비아는 전생은 전생이고 사랑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유지하려 든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건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었다고 할까. 질투연성권에서도 밝혀지지만 창성의 아쿠에리온은 혈통과 전생, 그 모두를 이겨내는 인간의 분연한 의지를 다루고 있다. 않이 그렇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아무리 BL 좋아한다지만 아폴로니우스 친구 놈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님? 거 친구에게 애인 생길수도 있지 그걸로 친구 잃었다고 질투해서 1만 2천년 동안 쌓아왔다는 거 아녀; 아폴로니우스 부담스러워서 배신한 거 아니냐 ㅋㅋㅋ

7화 이후부터 초반과는 스토리와 메시지가 상당히 달라지니 참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울러 다른 로봇 애니와 달리 문학작품 같은 대사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특이점이라 본다. 대부분은 시리우스 때문이지만. 태생도 잘났는데 후반부엔 많이 성장한다. 이 점 또한 아폴로니우스가 누군지 거의 상관 없어지는 점이랄까. ("사람 인자가 인간이 서로 기대면서 돕는다는 의미"라는 것도 인간이 교묘하게 지어냈다고 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인간의 망상을 정확히 짚어내는 에피소드가 꽤 많다.) 작화와 반전 때문에 인기가 없는 작품인데 난 일본 애니치곤 드물게 교훈성 아닌 스토리로 직접 승부를 건 작품이라 생각한다. 종교를 부정하지만 본인이 종교심을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시험에 들게 만드는?

 

P.S 아폴로 빼고는 저마다 초능력같은 게 있으니 초능력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가장 인상깊었던 능력이 에리카 홍인데, 가만히만 있어도 주변에 불행을 뿌리고 다닌다(...) 저 정도면 로봇을 타지 않아도 인간병기급 아닌가 싶을 정도. 무튼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화가 등장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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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평론 2019.봄 - 34호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지음 / 알마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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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불쾌한 감정이 발생하는 관계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 한 사람, 한 사람은 각기 나름의 동기부여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 (...) 그것이 무엇인지는 본인에게 들어보아야 한다. 이것은 여러 비공식적 모임(술자리, 차 모임 등)에서 나누는 이야기이지만, 공식적인 활동가 워크숍 프로그램 등에도 의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할말이 오억조 있는데 정리.


1. 일단 사회적 기업은 30대가 되도 애 소리 듣는 상황에서 '우리 애를 위해서' 이런 구호 촌스러우니 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1인 가구들 싸다고 샤니빵 먹다 죽어가는 거 생각하면 내가 속이 쓰리다. 정 위해서나 위하여를 쓰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몸을 위해서'라 했으면 좋겠다.

2. 비공식적 모임은 술자리 빼고 차 모임만 했음 좋겠다. 그리고 비공식적이라뇨. 직장 직원들 얼굴 보는 것도 일이니 시간만큼 월급 주십쇼. 어차피 막내들은 직원들 '접대'해야 하잖?

3. 그러나 역시 내가 꼰대라서 그런가 이런 현명한 나이드신 분들의 훈계는 좋다. 젠장 내가 이걸 10년 전에만 봤어도 이 꼴은 안 났을텐데... 뭐 8090년대 하렘물 남주 성격으로 인해 득본 것도 좀 있긴 하지만.

 

내 또래나 후배들은 사실 누구보다도 존경할 만한 직장 선배를 찾는다. 그들은 직장 사람들을 까면서도 마지막에는 이 한국 사회에 멘토가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무리 인간이라 허점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정당한 일을 하고 있으니 희생은 감수하자라고 생각해도 현재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는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싶다. 80년대 운동권에서도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대의를 위해 참아오지 않았는가.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의 사랑을 빙자한 성추행을.) 민주 대통령까지 세워진 마당인데 대체 얼마나 더 젊은 세대들이 기다리란 말인가. 기다린 것만도 이제 3~40년째인데.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자꾸 유투브 크리에이터로 가는 것이다. 어쨌든 거기선 꼰대가 없으니 말이다.

그 통수에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의욕이 없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꼰대이며 그들 때문에 청년들은 퇴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솔직히 난 아직도 과장이나 팀장이 하는 일의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은 평사원과 하는 일이 퍽 비슷해지고 있다 하는데 아쉽다.) 모든 회사에서 신입 직원들을 위해 직급과 그 역할을 설명해주는 교육을 한다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생협평론에서 토론하는 사람들 중 강선균이라는 분의 말씀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 분이 제안하신 말씀처럼, 내가 인복이 좋은 탓에 1년간 백수로 놀아도 먹고 사는 게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게 퍽 정신건강에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일하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 덕분에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모든 청년 1인가구에게 이런 기회가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항상 윗자리를 독점하는 사람들 때문에 당사자들이 실무일만 맡게 된다는 나오는데, 요지는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 협동조합 자체가 정부에서 성립된 게 문제가 아니라 '강제로' 세워진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또한 대다수의 친일파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 점 또한 마음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농협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근본은 전쟁자금을 조달하려는 저축운동 벌였던 식산계 출신들이 있었다니 말이다. 친일파 숙청에 소홀했던 게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때 대학은커녕 학교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고졸에서도 파벌이 나뉘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이버대학교를 가서 학위를 딴 사람도 어떤 면에서 보면 비웃음과 차별을 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사 자격이 있다는 이유로 별도 구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 남아있으려 하는 비정규직 강사들은 어떨까? 나는 대학교를 다닐 때 만난 비정규직 강사들이 가장 눈에 선하다. 교수들이 이명박을 탄핵하는 촛불시위에 나가는 학생들을 조롱했을 때, 시간제 강사들은 묵묵히 그리고 이를 갈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자료들을 모았다. 나는 사정 직전에 빼는 섹스를 해도 임신 가능성이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여성학 교수와 사드의 소설 이야기를 하는 국어국문학 교수에게 낚였다. 대학교의 존재 자체가 욕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 학생들과 강사들을 갉아먹고 사는 일부 기생충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몇몇 빼곤 걍 대학교를 거부한게 아니지 않나 능력이 없어서지.

 

친환경 농산물은 부르주아들의 음식이라느니 가타부타 말이 많던 때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기업이 물건을 팔려 했던 전략 중 지금 유행하는 게 가성비일 뿐이다. 비슷해보이는 말 같기는 해도 부르주아에게 아양떠는 것과 차별화 전략은 다르다.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을 잘못 선택한 걸 가지고 친환경 농산물 전체를 부자 음식이네 뭐네 호도하는 짓은 '어차피 망했으니 사회주의는 나쁘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협 초기에 판매전략을 결정짓는 그 자리에 자신이 없었던 게 자랑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말하면 안 된다 생각한다. 물론 한국 특유의 교조주의 때문에 사회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틀지 못해 상품들이 고가인 점에 대해서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읽다 중단한 부분이 어딘지 기억하질 못해 헤메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장들 중 어색한 곳이 많은 탓인 듯하다. 이런 가격에 이렇게 충실한 내용의 책을 내기 힘든 상황인 건 잘 안다. 그렇지만 교정 좀 잘 했으면;

 

영화 에어리프트는 1990년 사담 후세인 시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상황을 다루고 있다. 17만 명의 인도인들이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되었을 때 자기가 먼저 탈출하겠다며 아수라가 되지 않고 17만 명을 구출해낸 이들의 자조를 증언한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그게 평범한지 여부를 생각하기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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