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Design 2023.4 - 그 전시 누가 디자인했을까? Who Design the Exhibition?
디자인 편집부 지음 / 디자인하우스(잡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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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는 배치가 욕망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배치는 사람들을 특정한 관심과 이해 영역으로 이끌고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도록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배치 방식을 결정하는 전시 디자인은 관람객의 태도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도 책표지 이야기를 하면 '책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는데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오죽할까. 미술관의 그림 배치가 어땠다 의자 배치가 어땠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해나 할까? 근데 난 65세 남짓 되어가는 부모님을 데리고 다니니 어느 정도 디자인에 대해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이제 큰글자책을 따로 구비해두지 않으면 아예 책을 읽지 못하시는 분이다. 당연히 전시회를 소개하는 글씨가 작으면 입구에서부터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 벌써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아버지께서는 허리가 불편하시고 오래 걸으면 관절 통증을 호소하신다. 전시회를 걷다가 힘들면 앉아서 쉴 곳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 설계를 하는 분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전시회는 요새 이중적인 것들의 조화가 필요하고 그 때문에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디지털을 이용한 전시회가 유행이지만 한편으로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전시회에 대한 고민이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QR코드를 이용한 체험식 전시회가 유행하고 있으나 대중성을 고려하자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노인들만 생각될텐데 환경을 위해서 혹은 신용 문제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을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해 이번 월간 디자인에서는 정말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게 딱히 2023년 4월호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고 정말 장기적인 시점이며 그런 점에서 이 잡지는 매우 매력적이다. 아무튼 얼핏 보면 무에서 창조를 하는 것 같이 보이는 디자이너들도 이에 대해 지침을 익히고 참조하여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외침은 신선했다. 역시 배려는 학습에서 나온다.

P.S 모 전시회 사진을 봤는데 작품이 죠죠 6부 C-MOON이 스탠드를 발동할 때 현상을 베낀 것 같더라. 서브컬처나 SNS 작품은 베껴도 표절 논란이 거의 안 나니까 그러나? 소위 예술이라는 장르에서 이것저것 베껴가는 게 참 그렇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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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나가타리 : 칼 이야기(상권) - 한정판 (12disc) - 본편(6disc) + 특전 CD(6disc)
모토나가 케이타로 감독, 나카하라 마이 외 목소리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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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2화 완결은 맞으나 1회당 49분이다. 소름끼칠만큼 원작에서의 대사 하나는 물론이고 여주의 머리털 하나까지 확실히 재현해낸 작품이다. 이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마저도 '아 이건 좀..'하고 기피할 만한 현상 아닐까. 무엇보다 유튜브 쇼츠를 좋아하고 영화도 빨리 돌려본다는 MZ세대들은 절대 이런 애니메이션을 좋아할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 원작 작가가 상당히 넌센스 퀴즈를 작품에 응용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애니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모노가타리 시리즈같은 농담따먹기가 자주 나오는데(왜냐하면 모노가타리 시리즈 원작도 같은 사람이 썼기 때문이다.) 그게 전투씬 10분 빼고 39분 종일 나오고 있으면 MZ세대들은 금방 다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건 곰방대 피던 시절의 사람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 맞다. 게다가 툭툭 요즘 유토리의(근데 듀라라라가 처음 연재된지도 시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이걸 본 세대도 이미 젊은 세대에 속하진 않는 거 같다.) 마음을 건드는 듀라라라와 달리 어떤 의미에선 더 직접적으로 훅을 때리기 때문에 더욱더 젊은 세대들이 싫어할 것 같은 작품이다. 그도 그런게 칼을 쓰는 것도 힘들텐데 칼이란 도구에 의존하는 셈이니 몸을 칼처럼 단련하랜다 ㅋ 젊은 세대 누가 좋아할까 싶다..

그러나 도라지같은 쓴 음식을 선뜻 집지 못하는 분들이 잘 모르는 진실이 있다. 단 음식은 어느 정도 쓴맛을 겸비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단맛이라고 느낄 수가 없다. 경험이 많던 적던 인기있는 갸루가 전국찐따인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 좋다 이거다. 그러나 님들도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건 내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어느새 물린다면, 뭐 굳이 리뷰를 쓰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조용히 카타나가타리에서의 작화상으로도 캐릭터상으로도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염장에 지나지 않는 커플과 그들이 처하게 되는 비극을 보고 나서 다시 단맛을 찾고 유튜브 리뷰도 하고 오만장 요란을 떠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분이 뉴스에 흔히 나오는 그림체는 AI가 따라하지 못한다던데 카타나가타리 그림체도 못 따라하는지 누가 제발 좀 테스트해보세요 ㅠ 박수갈채가합만 듣지 마시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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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 기동전사 검담 섬광의 하사웨이 기기 안달루시아 - 약210mm PVC 도색완료 완성품 피규어
メガハウス(MegaHouse)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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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중 1부라는 것을 주지하고 본다면 2020~2023년 이후의 모든 애니메이션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섬광의 하사웨이에 대한 박한 평가 중 90%는 그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일단 첫번째로 원작이 별로 인기가 없는 삼부작 소설이라서 제대로 본 인간이 없을테고, 두번째로 이 작품의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는 샤아의 역습(작품에서도 직접적으로 이 영화에서만 나오는 등장인물인 퀘스가 언급되는데, 하사웨이 노아의 성격이 복잡하게 꼬인 것에 대해 그의 아버지 다음으로 크게 한몫하는 인간이다. 최소한 샤아의 역습만큼은 보라는 소리다.)보다 훨씬 더 본격적으로 건담에 타는 인물이 운동권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맥락에서 12년 후 본작의 하사웨이는 부패한 연방정부에 대항하고 환경오염을 막겠다는(지구에 속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샤아의 뜻을 이어받아 반지구연방 레지스탕스 조직 '마프티'의 수장 '마프티 나비유 에린'으로 자신을 재정의한다. 그 정체성은 여러 가지 복합적 맥락의 결정체나 다름없다.

짝사랑에 대한 PTSD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하사웨이는 퀘스가 자신을 버리고 찾아간 대상인 샤아에 대한 컴플렉스를 지닌다. 이는 작중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퀘스의 첫사랑인 샤아가 누군지 알고 그에 나아가서 샤아를 닮고자 하는(첫 씬에서 나오는 신문 기사 '마프티 나비유 에린은 다음 샤아 아즈나블인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욕구가 발현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어서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질시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혁명가(샤아)를 죽인 연방군 장교의 아들' 하사웨이는 스스로 부패한 지구연방에 맞서는 레지스탕스 즉 운동권 전위조직의 수장이 됨으로서 아버지의 영향을 떨쳐내고자 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본작은 '건담이 전투하는 메카 애니메이션'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 속에서 고뇌하는 운동권 청년이 건담을 타는 애니메이션'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섬광의 하사웨이는 혁명가를 죽인 위대한 군인의 아들이 전위조직의 운동권이 되어 아버지와 맞서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 트라우마와 혁명가적 정체성 사이 '운동권'으로서 하사웨이의 고뇌는 작중 마프티의 테러로 인한 연방군의 탄압이 지속되는 다바오에서 택시기사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마프티에 대한 비난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테러의 장본인이면서 테러라고 볼 수 있을 본인의 방법론이 틀린 것은 아닐지, 본인의 혁명적 대의가 대중과 괴리된 것은 아닐지, 그리고 개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그렇게 대중과 괴리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등 복합적 고뇌를 갖는 것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우주세기 건담의 메인인 아무로 레이가 가졌던 캐릭터이다. 그럼에도 결국 본작을 넘어 우주세기 전체의 서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지온 즘 다이쿤의, 샤아의, 마프티의 혁명적 의식이라는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또한 퀘스와 다르게 기기 안달루시아라는 메인 캐릭터는 또 계열로 봐서는 하사웨이 노아가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아버지 편이라고 할 수가 있다 ㅋㅋㅋ 그래서 우주세기 건담이 재미있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포인트는 중후반부 멧서와 구스타프 칼의 시가전을 철저히 평범한 시민들의 시각에서 묘사했다는 점이다. 주역기인 크시와 페넬로페의 전투는 어쩔 수 없이 화려한 메카액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시가전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구도로 설정하고 그렸을 때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거대로봇이 시내에서 싸울 때의 소시민의 입장으로 전투를 바라보게 된다. 하사웨이는 소시민의 입장에서 테러를 올려다보며 자신의 방법이 옳은지 또 한차례 고민한다.

결국 본작이 독립적 트릴로지로서 완결성을 가질 수 있는가의 핵심은 2부와 3부의 주된 내용이 될 하사웨이의 내적 고뇌와 아버지 브라이트 함장과의 대립, 그리고 끝내 '미혹을 떨쳐내지 못한(원작자 토미노 요시유키의 표현대로라면 샤아는 미혹을 떨쳐내지 못해 아무로에게 패했다)' 하사웨이의 선택과 패배, 죽음이 어떻게 묘사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1부의 훌륭함이 3부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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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버로드 16 : 하프엘프 신인(下) 오버로드 16
마루야마 쿠가네 지음, 김완 옮김, so-bin 그림 / 노블엔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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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생각해봤는데, 군대들을 쭉 복붙해서 묘사해놓은 것으로 오버로드의 굉장함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작진들도 별 생각없이 예산을 아끼려는 생각으로 생각없이 연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씬밖에 없는 초반의 빈란드 사가나 킹덤같은 경우는 되려 그런 연출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경우에는 어쨌든 전쟁이 주요 테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버로드는 그런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버로드의 주요 테마는 독재다. 주인공이 말하는 당근과 채찍에도 그 일면이 잘 드러난다.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파국이 닥쳐오지만, 그에게 복종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순 편리한 점이 있다. 알베도는 처음부터 그에게 복종했기 때문에 광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점이 있었다. 4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라나의 폭발이다. 마지막에 자기 나라가 멸망해가는데도 좋아 죽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독재가 얼마나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라나가 처음부터 그런 기질이 있었다 할지라도,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각성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반면 주인공도 한 현실의 굴레에 불과했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회계를 잘 모르는 걸 보면 아마 회사에서도 말단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주인공보다도 오히려 더 날뛰는 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 아니 악마들인 것을. 알베도의 광기에 슬슬 전염이 된 건지, 그녀 주변의 모든 추종자들이 멋대로 주인공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으리라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으리라 추측해낸다. 독재의 단점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극성인 자들의 세력이 오히려 독재자보다도 더 커질 때, 역사는 일변한다. 주인공에게는 불행일지도 모르겠으나,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굴러가는 게 일생이고 독자들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성우들이 열일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대로 5기도 쭉 진행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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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슈마허 다시 읽기 인타임 총서 1
김해창 지음 / 인타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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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이 세계의 축소판 같습니다. 섬과 육지를 나누는 낭만의 이미지는 사라졌습니다.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신기루 같은 것입니다. 섬을 답사하고 돌아오면 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1. 작아 직원분이 아무리 '앞으로 작아의 내용은 오랫동안 쉬워질 거에요'라고 이야기했다지만 관광 잡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특히 이전 작아 독자였던 나에겐 그런 느낌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자연과 생태 잡지가 그렇게 힘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봤을 땐 이 잡지가 이렇게나 오랫동안 살아남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 목소리에 힘이 없는 점도 아쉬웠다. 하기사 일본에서 핵폐기물이 흘러 들어온다고 하니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보통 이런 때엔 현 대통령과 반대되는 세력들이 더 목소리를 내는 법인데, 그 세력에 인재가 없고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열기의 흐름이 끊겨 있으니.. 한동안 진보는 물론이고 환경에서도 암흑기가 감돌지 않을까 생각된다.

3. 사실 나에게는 갯벌 다음으로 별로라 생각한 게 섬이었다. 사실 갈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자유롭게 낼 수 없는 직장에 있었을 땐 섬에 갈 수가 없었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지금은 올레길이랍시고 섬을 다리로 연결하지만, 옛날에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가야했다. 최근에서야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우도 및 신안을 보고나서 그제서야 섬이 좋아졌다. 만약 섬을 다리로 연결하지 않았다면 나는 섬에 가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왜 그렇게 섬을 관광지로 만들고 개발하지 못해 안달인지는 의문이다. 못 가봤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득불 다리까지 놓고 방문하기 좋은 곳은 아닌 거 같다. 중소도시에 사는 나조차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서울에 가는 판인데; 굳이 가봤자 답답할 거 같은 생각만 든다. 어차피 인간이 가면 섬이 오염된다는데 그냥 놔두면 안 됨? 그렇게까지 섬에 가고 싶은 분들은 아예 그냥 거기서 사셨으면 좋겠다. 이 잡지에서도 말하듯 쉬운 일은 아니긴 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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