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천사님 때문에 어느샌가 인간적으로 타락한 사연 2 - 노엔 코믹스
시바타 완 지음, 사에키상 원작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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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좋았던 정통 연애 애니메이션. 굉장히 달달한 편인데 각 주인공들의 과거는 좀 어둡다. 남자주인공은 왕따당해서 전학을 오고 자신감이 떨어짐은 물론 기가 팍 죽은 상태다. 여자주인공은 부모의 성격이 차가운 편이라서 애정에 굶주렸으나 그에 대해 표현할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는데도 이게 맞냐 생각하며 갸웃거리는 상황이라 고백이 늦는다. 특히 남자애를 보다보면 고구마 몇억은 먹은 것 같은 인상을 줄 때가 있지만 뭐 할 땐 하는 애라.. 구체적으로 뭐가 마음에 안 드냐면 맨날 '나 주제에 너한테 이렇게 해서 미안하다', '저렇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하는 점이다.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서 그렇다는 건 이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은근슬쩍 플러팅한다는 건 거의 범죄에 가깝지 않냐? 남을 사랑에 빠지게 해놓고 자기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도 보여서 은근 기분이 나빴다. 여자주인공이 갈팡질팡하는 이유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래도 센스가 좋아서 봐준다 ㅡㅡ 걔네들이 우울해질 때마다 컬러를 어둡게 설정한 게 좋다. 요새 애니메이션 ost가 과하다 느끼는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점도 좋았다. 물론 원작도 매우 뛰어난 작품이겠지만, 꼭 애니메이션도 보는 걸 추천한다. 애니메이션 계열에서 이렇게 잔잔한 전통 순애물은 굉장히 오랜만이라서 신선해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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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밤의 랩소디 - 해외동포 이민생활 산문집
아침편지 문학동호회 엮음 / 사랑닷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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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씨의 아버지는 학생 때인 1950년대 초반 부모를 따라 다시 강을 넘어와 경흥에 자리 잡았고, 결혼한 고모들은 훈춘에 살았는데 1962년 '조중 국경조약'이 체결되면서 이들 형제는 자연스럽게 북한 국적과 중국 국적으로 갈라지게 됐다. 그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지 당시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때는 북한의 경제력이 좀 더 나을 때라 중국 사람이 된 이들은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 건너편 훈춘에선 개가 쌀밥을 물고 다녔지만, 이쪽 강변 사람들은 무리로 굶어죽었다.


이전에 헤밍웨이의 심경을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독서모임에서 단체로 서울경마공원을 간 적이 있다. 도박을 매우 싫어하는 나는 거의 반강제로 끌려가게 된 셈인데.. 얼마나 싫었냐면 거기 가서도 마권을 구매하지 않았다.

헤밍웨이에 대해서 뭘 느꼈는지는 둘째치고,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선택적인 분노조절장애 이야기이다. 경마하는 인간들(옛날옛적엔 마쟁이라 부르지만 지금은 말딸이라 부르고.. 뭐 아저씨든 할아버지든 청년이든 거기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이 내가 학생알바인줄 알고 욕을 오지게 박아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이리저리 밀치고 언성이 높아지더니 결국 자기네들끼리 주먹질을 했다. 그들의 충혈된 흰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또 하나는 마트에서 일했을 때이다. 정규직 파견직 구분없이 일했지만, 정규직들은 파견직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걸핏하면 파견직들에게 정규직으로 취직하라고 권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규직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이건 사실상 정규직더러 근로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뒤늦게 투잡을 하라고 회사에서 권유했지만 어디서 사람을 구해야 투잡을 하지.. 어이가 없던 건 파견직의 월급도 같이 줄었단 것이다. 본사에 전화하니 매출 탓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마트 정규직들의 눈치를 봤던 것 같다. 그 때부터 파견직들을 보는 정규직들의 눈이 싸늘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정규직과 파견직이 퇴사했다. 나름 그 시골에서 굉장한 광경이 벌어졌다. 여자들은 크게 울면서 어떻게 가족을 먹여살리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중에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모 회사가 아예 정리해고를 한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이제 노조가 시위하고 대한민국이 들썩일 것이냐? 난 아니라고 본다. 기껏해야 책임자에게 하소연하다 끝나겠지.

이 두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그들이 삶의 부조리함에 대해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살면서 침묵하는 법, 모르는 척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침묵이라고 해서 편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항은 더더욱 괴롭다.

한 번 용기를 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나 그렇다. 삶은 그 다음이 있다. 그럼에도 저항할 땐 굉장히 극단에 몰려있는 경우다. 시장길 한복판에서 사람이 굶어죽어 아무렇게나 나뒹굴 때, 안전하다고 느껴진 성당 등의 공간에서 남자 등이 여자아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겁탈하거나 혹은 군인이 민간인을 사람이 아닌 개처럼 부릴 때, 우리는 위기를 느낀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입장에선 당에 대한 배신자나 다름이 없다. 탈북민을 싫어하는 한국 민간인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과격하다.', '너무 북한을 싫어하는 것 아니냐.' 쓴 웃음이 지어졌다. 도로에 돈이 떨어져있는지 찾아볼 때, 직업도 구해지지 않고 먹을 것도 다 떨어져 이전에 전화했던 그 남자에게라도 몸을 팔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 우리는 악밖에 남지 않는다. 예술적으로 시위할 때가 아니라고 도련님들아. 바다에 살든 대도시에 살든 일주일 굶으면 누구든 그렇게 된다. 꼴사나운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모여 권리를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개나소나 우울증 걸렸다고 주장하지 말라던 어느 심리학자의 처절한 일갈이 생각난다. 어떤 것이 선하고 악한지 구분하기 어려운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이다. 이 사상의 최대 약점은 특정 집단이 매우 강력하게 한쪽 사상을 형성해낼 때, 외부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운빨이다. 그걸 쉽게 입밖으로 낼 수 없는 이유는, 그걸 쉽게 입밖으로 내는 부류가 이 정도까지도 생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비겁하게 도망친 자신의 전날에 대해 스스로 거론하기 부끄럽거나.

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도 열심히 일하면 OO할 수 있어요!"같은 같잖은 개소리에 절대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적당히 서로를 속여나가면서 건강하게 살아남읍시다, 제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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トライガンマキシマム 14 (ヤングキング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나이토우 야스히로 / 少年畵報社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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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가스백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이 특이하다. 사기는 절대 하지 말자는데 큰 한탕을 노린다. 조그마한 걸 도둑질하지 말자는데 사람 죽이는 데엔 아무렇지도 않다. 하기사 우리가 추앙하는 의적들도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는 데 별 주저함이 없었다고 하긴 하는데.. 아무튼 그를 이해못하는 동료들은 그를 배신할 계획을 세우고 가스백은 성질뻗쳐 그들을 죽이려 하지만, 밧슈에 의해 모두가 저지당한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밧슈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가스백은(밧슈에게 '지나가기만 해도 남아나는 게 없는 태풍'주제에 무슨 말을 하느냐고 맞받아치는데, 사실 그 말이 맞긴 하다. 지켜보면 맞아도 가만히 있는 그런 인물도 아니고...) 배신한 동료들이 무슨 사업을 벌이던 훼방을 놓고, 밧슈는 이를 저지하려 쫓아다닌다. 어느덧 사기꾼이 싫다는 악당 가스백은 어마어마한 현상범이 되었고, 배신자의 주도범은 시장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대문짝만한 동상으로 만든다(어디 국가 지역들에서 많이 본 방식 아닌가.. 이 애니를 만든 국가도 괴랄한 지역 동상들을 꽤 볼 수 있었나 보다.). 그 동상을 지키기 위해 보험단 언니들이 파견되고, 가스백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 밧슈가 그에게 다가오고, 가스백은 무슨 꿍꿍이인지 울프우드를 경호원으로 둔다.

액션 정말 대단하다. 모바일로 보지 말고 극장이나 최소한 TV 화면으로 감상 바란다. 1990년대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아직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트라이건 TV판치고는 사회풍자성이 강한데, 이는 사실 요즘엔 좀처럼 찾기 힘든 트라이건 원작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라이건 설정이 워낙 간단해서 트라이건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도 서부물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 나온 스탬피드도 이런 강한 풍자적 분위기였음 좋겠는데.. 원작과 다른 분위기라고 하니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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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문학상 공모작품집 - 동포문학 5호
동포문학 편집부 지음 / 바닷바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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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서 일하면 경력도 쌓이고 연봉도 오르고 여러 가지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한 곳에서만 일하다 보면 한 가지만 보게 되죠. 반면 다양한 곳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 속에 존재하는 개개인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한 곳에서 적응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옮기면 다른 곳에서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결국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고, 여러 상황에 자신을 두어봐야 한다. 공포나 재난 영화 속에서 흔히 보는 캐릭터가 있다. 그 어떠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은 어떻게든 평정심을 잃지 않을 것이란 강한 척하는 캐릭터. 그러나 이런 종류의 작품을 보는 사람은 금방 직감하게 된다. 이 놈들이 곧 사상 최악의 민폐 캐릭터로 등극하게 될 것임을 ㅡㅡ;

나는 직장이 꼭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근로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상, 공통된 화제를 찾으려면(월요일 좋아라던가) 직장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일을 구해야 한다. 아무리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도, 지금의 부적응이 자신의 역량 부족에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책에서 인생을 통달한 사람이 이야기할 법한 깊은 구절이 나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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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Hibiku Yamamura - My Master Has No Tail: Complete Collection (우리 스승님은 꼬리가 없다) (2022)(한글무자막)(Blu-ray)
Various Artists / Sentai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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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바깥 세상을 보고 싶어하는 너구리가 한 마리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인간을 혐오하는 동물들이 만연하는 추세였다. 그 때문에 놀림을 당하던 너구리는 집을 나오기로 결심한다. 인간으로 둔갑해 번화가에 스며든 그녀는 자신처럼 둔갑한 여우를 만난다. 그녀는 라쿠고로 인간 세상에서 단단히 먹고 살고 있었다. 그녀의 생활력을 부러워한 너구리는 자신도 라쿠고를 하길 소망했다. 그러나 거부당한다. 여우는 라쿠고 사천왕 중 하나에 속했고, 그들의 스승은 한 명인데 그는 제자를 두지 말라고 그 4명에게 신신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너구리는 열심히 라쿠고를 연습하여 여우에게 피력해 보이고, 여우는 결국 정성을 보이는 너구리에게 굴복하여 제자로써 옆에 둔다.

라쿠고 이야기라면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생각보다 라쿠고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편이다. 다른 라쿠고 작품들이 라쿠고의 이야기 자체에 중점을 준다면, 이 작품은 막간이라거나 라쿠고를 준비하는 다양한 사람들로 초점을 넓힌다. 다 좋지만 라쿠고를 하는 장면이 끝까지 나오지 않는 건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주인공이 너구리인 특이한 이야기라서 그녀가 둔갑한 사실을 감추는 스토리에 중점을 들이다보니 라쿠고를 피력할 시간이 줄어든 점도 있겠다. 엔딩곡이 나올 때쯤 작품에서 나온 라쿠고에 대해서 설명하긴 하니 지식 면에서 참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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