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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왕의 장례 행렬 14
칸노 아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월
평점 :
....... 나는 창녀로는 서지 않아.
리처드가 다음으로 오시하는 게 바로 이 남자, 버킹엄이다. 근데 매우 미묘한 게 이 분 본명도 '헨리' 스테포드() 인데다가 작품상에선 등장하진 않지만 일단 본처가 있는 유부남이란 것이다. 아니 어찌 이렇게 확고한 취향이.. 뭐 그건 그렇다치고 이 인간은 어찌보면 첫번째 헨리보다 더 심각하다. 사랑의 첫 시작도 자신이 실권을 잡으려는 욕심에서 시작한데다, 아무리 합의하에 한 것이라지만 리처드를 반강제로 강간하려 했다는 게 꺼림찍하다; 이후부터 사실 리처드가 자포자기했던 듯한 움직임을 보였던지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린 죄는 첫번째(...) 헨리에게 미룰 수도 없을 듯하다. 한 번 몸 더럽힐 거 두 번 더럽혀봤자 뭐 어떠냔 심정으로 노인 신부를 유혹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버킹엄한테 몸을 주진 않았다고 말하지만.. 어쨌든 후반대 상황엔 버킹엄이 격정적인 성격에다 그런 상황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인물이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 작품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게 연극 속 연극이란 소재를 너무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치먼드(역사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스포하자면 이 분도 헨리 포드이다 ㅋㅋ 리처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3명의 헨리들에게 놀아난셈.) 의 등장이 너무 짧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광대에 대해 정석적인 표현을 썼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광대란 체스판을 뒤엎어버리는 존재이며, 또한 작품 속에 있으면서도 관객을 직시하며 진실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이 작품 속에서도 또한 그가 없었으면 리처드의 몰락도 없었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근데 미친 성우가 이시다 아키라..! 마이너 애니메이션인 걸 감안하면 정말 이 인물에 관해서 충분히 대우를 해주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