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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23.5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1930년대 당시 영화계에서는 아역배우의 인권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영화 스튜디오는 주디 갈랜드에게 각성제를 먹이며 촬영을 강행했고, 살을 빼기 위해 식욕 저하의 목적으로 강제로 담배를 피우게 하기도 했다. 거기에 물리적 폭력까지 자행되었던 살얼음 같은 환경에서 주디 갈랜드는 최선을 다해 환상의 나라를 모험해야 했다.
'사회생활’은 '현실' 다음으로 나에게 크나큰 환멸을 야기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들을 내 앞에서 말한 사람들 중 이 단어를 자신의 편의에 따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같이 동거하던 친척이 나에게 ‘사회생활’을 할 것을 강요했던 적이 있다. 대학생 때였다. 나는 그 친척이 말하는 사회생활이 구체적으로 뭔지 알고 있었다. 돈을 벌라는 거였다.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일을 하며 경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얼핏 충고 같았던 이 말이 나는 굉장히 거슬렸다. 나도 학생 신분으로 알바를 하고 있었고 수입에 비해 지출을 조절하며 최소한으로 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말이 특히 거슬렸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친척이 말하는 투를 들어보면 ‘너도 나만큼 고생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주술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음식점에서 서빙을 했지만, 과외를 한 적도 있고 꽤 다양했다. 이 모든 노동의 현장은 하나같이 힘들었고 그 힘듦은 당연히 나에게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더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 친척은 나와 비슷한 걸 목격하고 경험하며 살고있었음에도 내가 책을 읽는 걸 싫어하여 압수하기도 했다. 자신의 고생이 나의 고생보다 혹독하다는 주장을 그런 방식으로 했던 거다. 자신이 자본가에게 굴종하는 삶을 무엇보다 싫어하는데도 그랬다.
회사 조직에서 내가 맘에 안 들면 뻑하면 하는 말이 “사회 생활 못한다”였다. 그들이 내가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이용하려 들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말을 사용한 듯도 하다. 오히려 이 말은 직장을 그만두라는 강요보다 더 자주 쓰였다.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도 자주 듣는 이 말들은 직장 내 괴롭힘 외에 아무것도 아님을 지금은 아는데, 그런 사람이 운운하는 사회 생활도 일종의 주술이었다. 복종을 위한 주술.
사회 생활이란 단어를 흑마법 주술로 사용한다면 그들의 언어는 기각돼야 한다. 사실 사회 생활을 못하는 것도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도 노력을 하면 극복할 수 있다. 정말이다. 문제는 그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타인의 입을 틀어막고 복종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조건 직장을 때려치우거나 상사에게 반발하라는 뜻이 아니다. 직장을 때려치는 것도 좋으나 자신의 경제능력에 따라선 선택사항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갖고 사회가 부당하다는 걸 머릿속으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주변이 크게 바뀐다. 그리고 사회복지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