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동서문화사 월드북 39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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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어서 내내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객기를 발휘해 읽게 되었다. 율리시즈 읽었을 때처럼 비싼 연체료 지불해가면서 읽어야 했지만 역시 두꺼운 책은 읽은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도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프레이저 씨가 한 권으로 직접 축약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생략된 티가 너무 곳곳에 드러나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야 할까... 12권 번역본은 우리 대학 보존서고에 꽂혀져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찾아봐야겠다. 나중에. 지금은 이 책의 여운이 너무 진하게 남아서 읽기가 좀 그렇고;
 유명한 전설인 네미 사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카니발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해석한 글이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은, 그 관습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 매우 먼 거리를 돌아갔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의 미신과 풍습, 종교, 그리고 약간의 과학을 한 데 어우른 책인지라 지식으로서는 따라갈 책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한국의 풍습까지도 부분부분 설명해두었다. (그 풍습을 프레이저 씨가 직접 봤는지 아니면 어디서 헛소문을 들은 것인지는 제쳐두고.) 그러나 너무 많이 돌아간 탓에 제목 ’황금가지’를 설명하는 요점을 다소 놓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무래도 신을 죽이는 관습, 혹은 왕을 죽이는 관습의 모순에 대해서 너무 집중한 탓이 아닌지. 자신이 전에 썼던 이론도 뒤집곤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신은 이전의 책에서 마녀를 숭배하기 때문에 죽인다고 설명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마녀가 재앙을 일으킬까봐 죽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뭐 철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을 잘 바꾼다고들 하지만 무려 몇 백장이 넘는 이론을 뒤집어놨으니, 허무감을 느끼지 않을리가 있나. 아무래도 마녀까지 조사하면 옆길로 빠지는 것 같아 적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 무리의 왕이 되는 게 진정 무엇을 뜻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P.S 이 책에 또 하나의 재밌는 구절이 있는데, 프레이저 씨는 인디언들에게서 성관계하는 시간에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 풍습을 발견하고서 의문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고 적었다. 만약 이 분이 책을 편찬했을 때 동양의 '음양론'을 발견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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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게임
아다치 모토이치 지음, 성지선 옮김 / 바다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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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책에서 멋있게 수염을 기른 노인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어린아이가 그 노인에게 잘 때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자는지 이불 밖에 꺼내놓고 자는지를 물어봤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인 자신마저도 수염을 이불 안에 놓는지 밖에 놓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랜다. 그래서 결국 그 노인은 밤새 수염을 이불에 넣다 뺐다 하느라고 잠도 설쳤다는 이야기이다.

 쇼지와 사에는 마치 옛날이야기의 정령들처럼 홀연히 책에 등장해 유희를 부리고, 그 유희에 말려든 인간들이 덫에 걸려드는 장면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러다가 마치 그들이 책에 쓰여지지 않았던 것마냥 홀연히 사라진다. 단지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요정들이 아니라 인간이라서 웃고 떠들며 그 비극을 즐길 수 없었다는 것 뿐. 그저 아무 말 없이 폐쇄된 방 안에서 TV스크린을 보며 이렇다 저렇다 상황을 평가할 뿐이다. 처음에 나온 이야기는 뭐 그럭저럭 넘어간다치고 두번째 이야기는 정말 섬뜩한 이야기였는데, 읽는 동안엔 그닥 섬찟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쇼지 특유의 무감증에 전염된 것일까? 덕분에 보는 사람의 마음도 다소 가벼웠다. 화려하게 치장된 비극적인 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딱딱한 문자보다는 예산을 철철붓고 CG를 적절히 녹여 만드는 요즘의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뭐랄까, 결국 이 러브게임의 창시자인 쇼지와 사에는 못된 년놈들이다. 사랑의 진실된 모습을 찾으려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진실들을 낱낱이 들어낸 주제에 결국은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니. 괘씸하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모습에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둘은 세상에 있는 모든 커플들처럼 사랑을 찾으려 하고, 사랑에 아파할 줄 알고,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희생을 치러서야 그 둘은 자신들에게 걸맞는 결말을 찾았다. 아니, 찾으려 한다.

 이 책은 사랑이 어떻다는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단지 손을 맞잡은 모든 커플들의 내부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그 의문을 제시할 뿐이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사랑이야기가 있고, 온 세계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낼 책은 없다. 그 전부를 볼 수 없기에 사람들은 남들 이야기 중에서도 최대의 프라이버시, 사랑이야기를 듣는 걸 최고로 치는지도 모른다. '스캔들'이라거나 '우결'같은 방송이 아직도 망하지 않고 계속 방영되는 걸 보면, 스크린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관음증 증세는 꽤 오래 버티려나 보다. 아울러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어리석은 방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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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Astrology 2 크리스천 점성술 지혜를 품은 책 5
윌리엄 릴리 지음, 김고은 옮김 / 좋은글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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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하우스부터 12하우스까지 설명이 꼼꼼하게 되어있는 저서이다.행성과 별자리의 속성도 물론 나오지만 책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천궁도를 그릴 줄 알아야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책이다 ㅋ본인은 중세 영국 시대의 지식을 들여다보기 위해 읽고 있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의학적인 저서이기도 하다. 음양에 관한 설명이 있으며 상황따라 몸에 좋은 약초에 대해서도 열거되어있다. 서양 약초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의학 코너만 들여다봐도 상관없을 듯. 단 좀 더 길게 쓰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시와 같이 실제 점을 칠 때 사용한 당시의 천궁도를 제시한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매우 조그마해서 맨 뒤에 컴퓨터로 정리한 천궁도를 참조하시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셔야 할 듯. 별 희한한 내용까지도 점성술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점도 매우 신기했다 ㅋ 간단한 동종주술도 나와있으며, 선대 세계 방방곡곡의 주술사들이 기록한 것을 참조했다고도 한다. 윌리엄 자신의 입으로는 객관적으로 미신 없이 점성술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주술성은 들어갈 수밖에 없는 듯. 중세 책에서 응당 있을 수밖에 없는 오류가 있지만, 주석에서 설명되어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대충 넘어가도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참으로 탄복할 만한 번역솜씨가 아닐 수 없다. 문맥의 이상함을 지적하면서 점성술에 관한 소견을 표현하는 베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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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Astrology 1 크리스천 점성술 지혜를 품은 책 1
윌리엄 릴리 지음, 김고은 옮김 / 좋은글방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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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흥미가 있었는데 이제서야 마음을 다지고 보게 되었다. 마법사의 세계(?)로 접어들 마음의 준비도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어려울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여러가지 행성과 별자리의 운행을 보면서 계산한 다음 예언을 전개해나가는 식이다. 책에서는 쉽게 설명하려고 꽤나 애를 쓴 것 같지만 4년간 수학을 멀리해온 본인으로서는 대체 뭘 어떻게 계산하는지(...) 일단 천궁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은데 이걸 그리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저 이 책이 쓰여진 17세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막연히 생각해본다. 점성술로서는 매우 실용적인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권에서부터 바로 천궁도를 보는 법부터 가르치고 있다. 하우스의 운행을 일일히 도표로 작성한 정성도 정성이지만, 서술형으로 그렇게나 깔끔하게 용어를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다니 그 능력이 매우 놀라웠다. 뭐 본인은 시도하지 않았지만, 작정하고 천궁도를 만들겠다고 달려들면 이 책 하나만 참고로 해도 그럭저럭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얇지만 읽는 데 고생한 책이다(...) 그래도 다음 책에선 여러가지 행성과 별자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니 좀 더 재미있겠지. 아, 참고로 인터파크에서는 이 책의 종류가 무려 ’판타지 소설’로 분류된다. 순간 코웃음이 나올 뻔했다. 사실 따지고보면 점성술도 혼란한 사회 속에서 성행하고 부유한 사회 속에서 시들해지는 하나의 문화현상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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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성격장애 이상심리학 시리즈 21
조성호 지음 / 학지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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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무식한 독자들이 뭣도 모르고 선뜻 책을 집어들다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책의 품질을 마구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상심리학 21권 세트가 이렇게 깎아내려진 책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PH.D 다음 영어로 이름이 써있는 사람들은 인정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책은 유달리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려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아무튼 매우 어려운 정신의학적 증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한 티가 매우 역력한 책이다. 외국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집중적 조명을 받기 시작한 정신의학적 증상인데, 적절한 예시와 상세한 정리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혹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하여 레포트를 쓰거나 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하기를. 본인은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사회가 갈수록 심상치 않게 돌아가다보니 매우 다양한 정신학적 질병이 생겨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만큼 심화된 정신병도 많고 새로 생겨난 정신병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이 5%나 된다고 한다. 책 속에서는 경계선이 허물어진 현대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생겨날 수 있는 병이라고 했다. 자해 이야기는 그저 섬뜩하기만 하다. 그들은 세상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계선을 명확히 긋지 못하는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길을 걷다가 신촌역 1번 출구 앞에 우뚝 섰다.  무수한 어학원들이 세워진 신촌 거리에 드문드문 정신과 병원 간판이 삐죽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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