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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수상작 콜렉션 [2004 ~ 2007] (9DISC)
구스 반 산트 외 감독, 페넬로페 크루즈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군인 집안 출신이라 다부지고 씩씩한 오틸리아에게 임무가 하나 떨어졌다. 어쩐지 믿음직하지 못하고 무서움에 떨면서 거짓말을 번복하는 룸메이트 가비타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가비타는 임신 4개월이며, 어쩐 일인지 영화에 출연하는 그 누구도 질문하지 않지만 애아빠는 그녀의 옆에 없다. 오틸리아는 친구 대신 호텔을 대신 잡아주고, 남자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의사에게 비용을 지불했으며, 의사와의 접촉도 직접하고, 낙태할 때 아기도 대신 처리해 주었다. 어쩌면 남자 이상의 도움을 주었다. 비용이 모잘라서 의사랑 성관계까지 해줬으니 말이다. 상황이 어떻든지간에 원하지 않은 성관계인지라 심경이 상당히 복잡할 텐데 남자친구 집안의 생일파티 참석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그 정신없는 와중까지 아낌없이 남자친구에게 결혼약속을 받아내는 오틸리아. 그녀는 분명 아이를 낳는다면 잘 키울 것이라 생각한다. 의사는 프런트에 신분증을 두고 갔으며, 호텔 직원들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닥 달갑지 않고, 남자친구는 아이가 생길 수 있다는 가정에 별로 듬직하지도 침착하지도 않은 반응을 보이지만 말이다.
불꽃페미에 참석해서 봤다가 혼란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나왔다. 영화에서 하도 그 두 여성들이 담배를 맛깔나게 피워서 그런지 거기 있던 여자애들도 모두 담배피러 나가더라.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래서 여자애가 몸을 함부로 굴리면 안 돼'라고 하는데, 문제는 오틸리아이다. 그 와중에 의사가 얌전히 콘돔을 썼을리는 없고, 아무리 그녀가 생리를 했어도 임신 가능성이 있을텐데... 협박에 기반한 그런 강간으로 아이가 생겼다면 과연 오틸리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아님 그런 상황을 방관한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물어야 할까, 의사? 아님 가비타? 현명한 오틸리아는 곤란한 일이 생길 때는 가비타가 그녀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누구나 그런 곤경에 빠지는 상황은 온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누구의 말을 듣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묘한 공포감을 강조하면서 그 영화가 성교육 자료로서 완벽하다고 하지만, 나는 자신이나 혹은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할 때의 대처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면서, 하지만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는 명확히 호소하면서... 근데 사실 이럴 바에는 아예 관계를 안 하는게 여자로서는 속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이건 영화를 보는 각자의 생각에 맡기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