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의 춤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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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arto d'Assalto

Drummed their boots on the camion floor
Hob-nailed boots on the camion floor
Sergents stiff,
Corporals sore.
Lieutenants thought of a Mestre wholeㅡ
Warm and soft and sleepy whore,
Cozy, warm and lovely whore:
Dammed cold, bitter, rotten ride,
Winding road up the Grappa side.
Arditi on benches stiff and cold,
Pride of their contry stiff and cold,
Bristly face, dirty hidesㅡ
Infantry marches, Arditi rides.
Grey, cold, bitter, sullen rideㅡ
To splintered pines on the Grappa side
At Asalon, where the truck-load dies.


 


 

대체로 에드가 앨런 포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은 경험에 따른 글쓰기를 혐오했다.


그들은 심지어 '고전'이라 불리는 것에도 서슴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전(특히 일리아스)에서 교육받은 대로 세상의 모든 것을 겪으려 '남자답게' 전쟁에 나갔지만, 현실은 그저 외국의 여성들을 임신시키고 고국에 돌아와서 결혼하여 아이들을 키우는 것뿐이라 밝힌다. (특히 헤밍웨이 쪽은 그런 구절마저 미화된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쪽이 고전이 되었지만, 나는 어쨌든 그들의 의견에 찬성하는 편이다. 책은 다양하게 장르 가리지 않고 읽어야 한다. 아니, 그렇다고 우리가 진짜 전쟁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후손들은 제각기 사기를 치고, 다이어트나 머리가 좋아지는 신종 약을 팔고, 인공지능에 의지하여 '보고 싶은 것만 보며' 경험 운운하더라. 헤밍웨이가 보면 혀를 끌끌 찰 일이다.

옛날 격언에 좋은 XX는 죽은 XX라고 했다. 좀 극단적인 말이지만 어차피 좋은 친구던 나쁜 친구던 대부분은 나보다 먼저 떠나고, 먼저 떠난 사람부터 먼저 죽는다. 그러니 모두들 날 찾지 말고 인연 없으면 그냥 죽어서 만나자 ㅇㅇ.

옛날에는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을 찬양(?)하기도 했었고 그런 부류의 책들이 팔리기도 했다. 대략 90년대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를 꺼내 자신을 엿먹일 여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자유롭게 솔직히 이야기하는 게 진짜 좋은지, 된장이던 똥이던 다 찍어 먹어보는 게 진정 몸에 좋은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그건 둘째치더라도 세상이 여성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다. 뭐 딱히 여성이 아니라도 세상이 결국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그들의 헛짓거리를 보며 낄낄거리는 건 사실이다. 나는 남자들이 군대에서 개고생하는건 인정하지만, 그들이 고생하는 만큼 하나님의 교회 신도들도 겪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선 너무 웃겨서 말이 안 나온다. 그런 말을 한다는 데서 애국심이라고는 코털도 없는 거 아닌가.

그 성적으로 자유롭다고 하는거도 “남자한테 잘 대주는 여자 그래서 따먹기 쉬운 여자” 딱 이정도지 거기에서 자기가 하고싶은거 주장한다거나 남자가 요구하는거 거절하거나 그러면 바로 쌍년 걸레년 갖은 년 소리가 다 나오지 ㅋㅋㅋ 그게 지금 시대에는 썅년 걸레년이 아니라 메갈년이 된거고.

자기 사정도 궁핍한데 지갑을 막 털어서 친구들에게 밥이나 술을 사주는 것도 좀 그렇게 보이긴 해도, 역시 지갑을 열어야 할 때는 있다. 내가 진짜 초등학교 때 사회관계가 너무 안 좋아서 별 방법을 다 쓰다 마지막에 시도했던 게 그거였다. 의외로 먹혔다고 한다. 그래도 동창회하는 곳에 친구들이 두번씩이나 불러주긴 했으니까(...) 그렇지만 역시 노골적으로 티를 내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건 사실인 듯하다. 생각을 좀 더 연장해서 보면, 거짓말을 잘 못해서 친구를 잃는 케이스가 많았다. 누군가가 말을 안 하면 거짓말이 성립 안 되니 침묵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것도 또 안 됐다. 내가 워낙 수다스러워서; 그 때문에 10대 때엔 친구를 잃기도 했었다. 결국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면 인간관계가 좋아지긴 하더라. 일단 지갑을 여는 외에 친구를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먹히긴 한다. 에티켓을 지킨다거나. 하지만 난 그 어떤 것도 돈을 이기는 건 못 봤다. 어떤 사람이 친구에게 장기를 줘서 친구관계가 돈만큼이나 돈독해지는 케이스는 본 적 있으나, 장기보다는 돈을 꺼내는 게 더 편하지 않겠나. 그러나 돈을 빌려주는 건 안 된다. 빌려주면 돈을 갚기 이전이던 이후던 관계가 너무 싸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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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2
찰스 부코스키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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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unch

Our educational system tells us
that we can all be
big-ass winners.

It hasn't told us
about the gutters
or the suiciders.

or the terror of one person
aching in one place
alone

untouched
unspoken to

watering a plant.

people are not good to each other.
people are not good to each other.
people are not good to each other.


 


 


 

1. 우리는 분노조절을 잘 못하지만, 부유한 사람이 우리 옆에 서 있는 사람을 질질 끌어 내동댕이 치거나 총을 들이대며 우리를 위협할 땐 매우 분노를 잘 조절한다. 누군가를 도울 때 대가를 바라지만 솔직히 말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기도 한다.


이건 시인의 사정인 듯하지만, 여자들이 많이 꼬이기도 한다. 이미 시인은 세상 물정을 다 맛봤는지라 더 이상 어린 여성이 꼬이는 건 싫은 듯하다. 아니, 다른 시를 보면 아무래도 누님 같거나 선수 같은 여성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의 물건이나 그의 몸이나 그의 유명세를 탐하는 여성들은 속내가 빤히 드러나는데도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페미니즘 이야기만 줄창 읽다가 남자 시인이 여자들에게 된통 당하는(!) 이야기는 유머스럽다. 자신의 연애담을 저렇게 질질짜지 않고 코믹스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분명 재능이다.

2. 온갖 욕설을 다 써놨는데 그대로 번역해놨더라. 심지어 욕 안 한 부분까지 '년놈'으로 써놨는데 상당히 그럴듯했다. ㅋ 모두가 영화 번역을 공격하는 게 트렌드인 모양인데 나는 솔직히 영미시 번역이 그랬다. 기존 번역은 다 맘에 안 들었는데 이 시집은 그나마 잘 살려놨더라. 점잔을 빼지도 않고 음률도 최대한 구현해놨다. 너무 맘에 들어서 민음사에서 번역한 찰스 부코우스키의 시를 또 한 권 읽어보려 한다.

3. 찰스 부코우스키는 마초가 맞다고 생각한다. 굳이 여자에게 당한 남자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해서 마초 돌려까기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쾌한 사람에게는 불쾌하고 재밌는 사람에겐 재밌을 것이다. 시집 자체가 시인의 솔직한 생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라는 시가 메인이었는데 여기에서라도 오타 좀 고쳐줄 수 없었을까.

 

trench warfare

someday they're
each be dead
someday they'll
each have a
seperate coffin
and it will be
quiet.

but right now
it's Bob Dylan
Bob Dylan Bob
Dylan all the
way.

 

층간소음은 원래 층간소음으로 맞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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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9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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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은 아무 것도, 또 누구도 구출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산물이다. 인간은 그 속에 자기를 투사하고, 거기서 제 모습을 알아본다. (...) 사람이란 신경병을 떨어 버릴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이라는 고질병에서 치유될 수는 없는 법이다.

 


 

다소 허세가 있는 말이지만, 나도 짧게나마 그런 느낌을 겪은 적이 있다. 빈혈로 인한 현기증일 수도 있지만() 할머니가 될 때까지 버틸 수 알았던 이빨이 넘어짐 하나만으로 간단히 부러질 땐 매우 웃겼다. 주변은 매우 소란스러웠는데 마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앞니가 없는 내 미래를 생각하고 다 큰 나이에 한바탕 울음을 터뜨렸다;;; 차라리 사르트르같이 갈 때까지 간 외모였다면 울지 않았으려나?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내 자만심이 치유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를 치료하고 나서 그게 마음에 들어서 내 자만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고질병인 것만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내 외모를 잃기 싫다는, 결국 나도 금니만 남고 썩거나 혹은 한 줌의 가루로 태워져 희고 앙증맞은 항아리에 담긴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나 자신.



 

피카르 부인에게 상당히 주목하게 된다. 여기서 사르트르는 어머니와 피카르 부인이 깜찍한 아이를 원했지 고상한 아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미래 모습을 볼 때 피카르 부인은 그의 바람기와 어느 정도 남들에게 주목을 받으려 어떤 무리한 짓도 감수하는 그의 특성을 간파한 듯하다. 피카르 부인과 관련된 두 사건과 사르트르의 피카르 부인에 대한 야한 상상은 사르트르에게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파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가장 동감하는 글이 사르트르가 노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마지막 글이었는데, 어렸을 땐 내가 너무나 약하고 키가 작아서 아이들하고 잘 놀질 못했다.
그래서 내가 운동하면서 지금은 체력을 길렀지만 지금은 또 술래잡기하며 놀아줄 사람은 없고 힘만 넘치니 노가다를 하지 않으면 일하는 것 같지 않다.
'내 인생은 여러모로 타이밍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또 사르트르를 보면 내가 자존감이 이 사람보다 좀 떨어지는 것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키 작은 데 대한 컴플렉스가 엄청나던데 좀 특이한 인물인 것 같긴 하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아 그리고 젠장 어머니들 좀 자기네 애들과 책벌레인 우리 애가 같이 놀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맙시다. 세상엔 한계란 게 있단 걸 당신들이 가장 알잖아요.

철학적인 말들이 많이 등장하긴 하는데 나는 그런 데엔 도통 관심이 없고 사르트르가 자신이 꼬마인 것을 인식하면서 쓰는 대목들이 정말 재미있다 ㅋㅋㅋ 보통 동시나 동화를 쓰는 사람들이 어린이의 관점에서 글을 쓰는 걸 정말 못한다. 대부분 무지 환상적이거나 아님 매우 드물게 무지 부정적이거나 하다. 키가 작고 부인들의 가슴에 파묻혀 있는 애어른의 인생에 대한 불평불만에 주목해보시라.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르트르보다 니장이 일찍 죽었다. 물론 남자들이 허세를 부리려고 하면 끝이 없어서 죽음이 두렵다느니 다시 여성의 자궁에 들어가서 허공에 빠지고 싶다느니 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른 한다고는 하지만, 설마 니장까지 그럴 줄이야... 요즘 배우다 만 청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게 니장 같은 허세이니 사르트르에게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하기야 그와 계약결혼한 여성 분은 사르트르보다 더 똑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 모임에 제대로 끼지 못했지만. 나 같으면 저들을 따돌려서 아웃사이더로 만들었을 듯하지만, 사르트르는 아무튼 못생겼었으니. 그를 일생동안 사로잡는 열등감이 문장 너머로 전해진다. 결론적으론 그 열등감이 그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치장해줬지만. 사르트르가 필록테테스로 친히 예를 들어줬듯이 말이다.

 

나는 당장 심심풀이로 무슨 짓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러다가 '전능하신 천주님' 생각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 순간 천주님은 창공에서 곤두박질치더니 아무 해명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천주님은 없구먼." 나는 짐짓 놀라는 척하며 중얼거렸다.


군데군데 신에 대한 콩트같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런 식의 글이 취향인 사람들은 꼭 이 책을 보시길 바란다. 혹시나 나처럼 천주교인이나 기독교인인데도 무신교도들의 유머를 보고 낄낄거리는 사람이 있을 듯하여 예시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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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무지개 탐정 코하루 체인지 (총7화/완결)
Touta Kitakawa / 루트코믹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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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체로 얀데레가 취향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제일 처음으로 모에했을 땐 아무래도 미래일기였던 듯하다. 그만큼 강렬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을 못살게 괴롭히는 게 얀데레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통제를 해버리게 되는데 그러면 츤데레와의 구분이 없어져버린다. 사실 츤데레도 아픈 말로 사람을 쿡쿡 찌른다는 데서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아는 사람이 3D 츤데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캐릭터와 굉장히 성격이 일치한데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그녀의 자녀는 그녀와 말도 잘 섞지 않으려고 한다능(...) 아무튼 그러다보니 얀데레는 미묘하게 살인(...)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판타지나 SF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어나면 그건 고어죠.

2. 여기서 중요한 게 밸런스이다. 남자애인 아키라는 워낙 감수성이 좋아서 이해범위를 넘어선 그녀의 엽기적 발상에 발끈하다가도 그녀의 좋아요 공세에 넘어가서 데레하는 면이 강하다. 소꿉친구 여성을 장난으로 때린단 설정이 좀 안 좋아보이긴 한데, 여자친구가 얀얀대기 시작하다보니 최고의 방어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도 여성을 때리는 건 옹호할 수 없지만. 아무튼 아키라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하여 대체로 보답하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나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강구한다. 여자친구에게 뭐 그렇게 상세히 가르쳐줄 필요가 있나 고민하는 카오루의 모습도 나온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였다. 결국 연인은 상대방의 모습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한다. '나는' 굳이 가르쳐줘야 하나 싶겠으나, 의외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3. 얀데레는 배신하지 않는다. 사랑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될 뿐이지. 의외로 사람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강하며(공감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공감하지만) 어떻게든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려 애쓴다(그리고 반드시 보답을 받으려 하지만.). 사기를 쳐서 돈을 뺏고 달아나거나 바람을 피는 것보단 백배 낫지 않은가. 나는 사람이 변화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얀데레를 정상인처럼 살게하는 방법은 (정신상담과) 진지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관심이다.

 

 

 

P.S 그리고 역시 마코토는 어쩔 수가 없잖음? 마코토니까 얀데레가 둘씩이나 있었다고 봄. 솔직히 여성이 얀데레가 아니더라도 그 놈의 진실을 보고도 정상적으로 사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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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 - 바닥난 인생길 위에서 다시 예수를 만나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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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죽나요? 하늘아버지께서 데려갈 준비를 마치셨다면 모를까."



 

주인공이 다시 예수님을 만난 장소는 길가의 고속도로이다. 왠지 1권에서 주인공이 예수님께 식사를 초대받은 곳이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엘리트 같다는 공격을 받았던 건지(주인공도 초반에 그 사실을 지적한다.), 이번엔 꽤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오히려 1권보다도 더 예수같다는 분위기를 풍기긴 한다.


교회에 가장 의문이 들었던 것 중 하나가 십일조였다. 이 이상 배를 불릴 수 없는 교회도 있을텐데 어째서 재산의 10분의 1을 내는데 그렇게 집착할까? (성서에서의) 예수는 일단 빚도 내고 갚을 거 다 갚은 다음에 십일조를 내라고 하지만, 이 책의 예수는 '세금 다 뗀 다음에 십일조를 내야 할까, 아님 세금 안 냈을 때 십일조를 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서 십일조의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하다. 굳이 돈을 내고 싶다면 자기 형편이 되는 부분에서 양심껏, 아님 목사님에 의해 감명을 받은 만큼 성의껏 지불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신이 있다고 굳게 생각한다면 자기 억제는 필요없다. 다 아는 분이 보고 계시니 조심하자고 생각하게 될테니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이 하느님에게 십자가를 지게 하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이는 성경에도 나오며 이 책에도 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자체를 두려워 했다기보다 인간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는 행위가 곧 신에게서 버려진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그는 조물주이자 아버지에게서 버려지는 고통, 온 우주에서 내쫓기는 고통에서 피하게 해달라고 간구한 것이다. 다시 성경기록을 확인해보면 나무에 매달린다는 것은 신으로부터 저주받는다는 뜻이었다. (신명기에 나온다.) 즉, 예수는 신으로부터 저주받은 신의 아들이었던 것. 예수는 인류의 죄를 모조리 뒤집어쓴 채 하느님의 분노를 모두 받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죄를 지어도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마음껏 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하느님께서는 어떤 죄를 지었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죄와 죄를 지은 사람을 미워해도 하느님만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건 용서한다는 의미와는 많이 다른데, 실제로 이 책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가 닉과 트럭운전사를 용서했다는 대목은 없다. 오히려 예수는 트럭운전사가 다시 교회를 다니면서도 포르노를 보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신다. 우리는 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찌보면 하느님은 우리에게 상당히 관심이 없으신 듯 보인다. 당연하다. 하느님은 다른 사람보다 어떤 사람을 더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유일한 아들이자 그에게 가장 미움을 받는(!) 예수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분은 당신의 삶 속에서 우리를 지켜볼 뿐이다. 이 책의 비유에서라면 마치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를 지켜보듯이 말이다.

이 책에 단점이 하나 있다면 계속 영원을 따진다는 것이다. 그게 있는지 없는지 난 솔직히 깊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솔직히 죽을때도 천국이 영원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나. 그걸 파헤쳐보고 과학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정말로 종교가 해야할 고집이 아닐까 싶다. 따지고보면 불교 빼면 거의 모든 종교가 영원성을 따진다. 그런데 불교도 중생들 다 구제해서 파티를 벌인다면 언제 끝나고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나. 얘기도 안 하고. 기왕 천주교에서 독립한 종교인데 좀 더 쿨해지면 안 되나.

 

어느 집회에 참석했다가 들었는데, 메탈리카나 R.E.M은 물론이고 사이먼 앤 가펑클의 히트곡들도 하나같이 악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그 앞에서 거룩해지고 싶은 마음에 크리스천 음악을 담은 음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없애버렸어요. 나중에 '2006년에 일어난 CD 대학살 사건'이라고 제 역사책에 기록될지 몰라요."
"맙소사! 사이먼 앤 가펑클은 제법 괜찮은 음반인데...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면 다니 다운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알고 있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예수를 바라보았다. '희안하기도 해라. 내가 지금 예수님과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이야기를 나누다니! 갈릴리 언덕에선 상상도 못했던 일일걸?'



 


예수도 인정한 사이먼 앤 가펑클. 사실 메탈리카던 무슨 음악이던 간에 남의 취향에 오지랖 참 많다 싶음. 목사님도 아들딸들 낳으실 텐데 왜 선정적인 가사(?)는 싫어하시는 걸까 싶기도 하다. 악마적인 리듬(?)의 기준도 애매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음악을 찬송가나 가스펠만 듣는 사람들도 주변에 몇 있긴 하더라. 인생 뭔 재미로 살까? 사이먼 앤 가펑클이 예언자와 신을 노래하는 모습은 그냥저냥 그 자체로 다른 이들이 CCM 가수라고 라벨을 붙여줘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하튼 자기 맘에 안 들면 전부 악마적이라고 쏘아붙이는 것들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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