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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로커 베이비스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노파의 말에 의하면, 일만마리 중에 한 마리 비율로 인간의 얼굴을 한 파리가 있는데, 입을 벌린채 자고 있으면 인간의 얼굴을 그 파리가 인간의 성대 냄새를 맡고 입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성대는 인간의 여러 기관 중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 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 파리를 먹어버리면 인간은 미친다.- 

 맨 마지막, 하시의 목소리가 쟁쟁히 울려퍼지는 장면을 덮고서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 뭐 좀비물이라면 좀비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버린 이유는 최근 이유없이 무라카미 류에 빠져버려서 이다. 심지어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도(....)
 그러므로 코인로커 베이비스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무라카미 류의 책이다.
 배경은 감동적일 정도로 내 취향이었다.
 억압되는 파괴감정, 적절한 주인공과 배경인물들, 바다, 인파 속에서 추락하는 연예인.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그들만의 해피엔딩.
 이 책을 읽고 가슴부터 두근거리고, 행여나 기쿠와 하시가 실패할까봐 조마조마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사회라는 코인로커 속에서 매몰되어버린 아기들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격렬한 인생 속에서 그들의 답이 진실이었던, 혹은 아직 찾지 못했던간에 그들의 엔딩은 정말로 훌륭했다.
 필시 작가는 숨도 쉬지 않고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갔으리라. 나도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아마 이 책을 들춰보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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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아토다 다카시 총서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충격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으로 보게 되면 왠지 허무한 결말에 코웃음을 픽 흘리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기본적으론... 뭐 책표지를 유심히 보면 알 수 있듯이 공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끝에 써져 있는 후기에서 잘 나타나 있듯이, 작가 다카시가 담고 있는 세계란 지독하게도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환상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실 그 점이 가장 매력있는 요소로 생각된달까.
 현실에 대한 그의 냉소는 '가장파티'에서 극단으로 치솟는다. 참으로 보기 불편한 결말이랄까.
 개인적으로 최대의 반전은 냉장고보다는 '노래를 잊어버리지 않는 앵무새'라고 생각.
 기묘한 이야기 등의 환상이나 블랙코미디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가볍게 훑고 지나갈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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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을 때부터 무언가 수상한 냄새가 풍긴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반전은 그냥저냥, ’아.. 역시.’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도 있을 듯.)
 어긋나는 시간과 어긋난 사회, 어긋난 병, 어긋나는 가족... 이 모든 것들이 불쾌감을 안겨주는 소설이었다.
 고어소설로는 A급의 양호한 점수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잔혹한 광경보다는 뭔가 다른 의미에서 19금으로 결정되었을 수도 있지만.
 역시, 남자들은 세월이 지나도 아직 어린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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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북
하워드 엥겔 지음, 박현주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뚱딴지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본인은 이 책을 추천해 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진짜 소설일 줄 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쇼크먹을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과에서는 정말로 존재할 것 같은 환자들이 나왔었고, 그 환자들에 대한 의사로서의 애정이 책 속에서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환자들의 증상에서 상당히 과장된 면이 있기도 했다. 어쨌던 그런 실소설을 썼던 올리버 색스가 추천한 책이다. 역시 이 책도 정신과 관련된 실소설이다. 그러나 이 책이 환자로서 병원에서의 온갖 생활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올리버 색스의 소설과는 다르다. 이미 '책 못 읽는 남자'라는 에세이를 써서 유명세를 얻었지만 이 책에서는 추리라는 아주 적절한 양념을 끼얹었다. 내용 자체도 흥미있지만 무엇보다 흥미가 있는 점은 바로 작가가 소설을 썼다는 사실 그 자체다. 왜냐하면 그가 걸린 병의 이름은 바로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쓰는 데엔 문제가 없지만 글을 읽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병이라 한다.

 만약 내가 실독증에 걸린다면? 일단 본인은 국어를 남들보다 좀 할 줄 알고, 외국인들 앞에서 더듬거리지만 영어나 일본어 등도 좀 할 줄 안다는 자신감에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하루에 10권씩 책을 읽지는 않지만, 나름 집에서 밥먹을 때나 밖에 나갈 때는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배우는 중이었던, 혹은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언어들을 하루 아침에 읽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기가막힌 일일까! '더 리더'처럼 남이 글을 읽어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사실 남의 글을 읽는 게 문제가 아니다. 작가라면 자신의 글을 읽고 편집 혹은 수정해야 하는데, 직접 쓴 글도 한참동안 알아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편한 일일까? 책을 읽지 못한다는 그 공포는 본인도 지금까지 겪은 모든 불행과는 비교도 안 되리라 생각한다. 바로 본인이 삶에서 겪은 불행을 독서로서 풀었기 때문에. 

 그의 글에서는 확실히 나레이션보다는 인물의 대화가 많았고, 그 때문에 소설이 질질 끌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상황에서 완전히 도피하진 않았으나, 무리해서라도 밝은 기분을 가지려 노력하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적절한 유머와 냉소가 섞여 있었다. 덕분에 소설의 몰입력은 한층 좋아졌지만 말이다. 게다가 심리소설로만 생각한 책이었으나 의외로 트릭이 잘 짜여진 소설이었다.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제한된 상황이 오히려 그를 안락의자 탐정같이 보이게 했다. 다른 탐정소설과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면 무의식으로 인해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는 설정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같은 병에 걸리다보니 정신학과 심리학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주인공의 의식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지 아니면 나 자신도 기억이 흐릿한 편이라서 그런지, 베니의 모호한 기억을 따라잡으려면 책 앞 면을 몇 번이나 들춰보아야 했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괜찮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보기 위해 실소설을 볼 때가 있다. 전화위복은 여러가지 다른 속담들로서 하나의 법칙이 되었고, 본인도 굳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신체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무언가 부족해지거나 없어지면 보충하려 노력한다. 우리의 정신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실독증에 걸렸지만 추리력이 극도로 발전했듯이,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또다른 새로운 것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메모리북'은 추리소설로도 그럭저럭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여러 장애우들이 이 소설을 읽고 희망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장애는 또 다른 진화의 길이고, 불행은 또 다른 행복이니까. 이 소설이 바로 그 산 증거다.

 P.S 박현주 님은 아무래도 심리에 관련된 소설을 자주 번역하시는 것 같다. 비록 문체는 매우 딱딱한 번역투이지만, 언제나 심리학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은 매끄럽게 신경써서 다듬어주신다. 전문서적엔 전문지식을 지니고 있는 번역가를 써야한다는 본인의 견해와 걸맞는 책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팔지 않고 집에 보관해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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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저택
펄 벅 지음, 이선혜 옮김 / 길산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본인의 서평으로는 참으로 보기 힘든 별 다섯개짜리이다. 플러스 1점까지 아낌없이 추가해버리고 싶었으나 본인이 선호하는 소설의 분위기에 비하면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조용히 빼버렸다. 대지 3부작을 읽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펄 벅의 소설에서 단연 주목받는 건 캐릭터이다. 인물묘사에 아낌없이 종이를 투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훈성은 잊지 않고 넣는다. 평범한 사람의 삶 속에서 휴머니즘을 찾는 그녀의 정신은 이 소설에서 나오는 안드레 신부를 닮았다. 아니면 안드레 신부가 그녀를 닮은 건지? 

 줄거리는 우 부인을 주축으로 흘러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여자의 방식으로 시골 안 부유한 저택 안에서 실권(?)을 쥐고 살고 있는 여인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저택도 좁게 느껴지고, 결국 40살 생일을 맞아 남편의 방에서 떨어져 나가기로 결심한다. 가끔씩 그녀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우 부인'이 이름으로 혼동될 정도로 뜨문뜨문 나타난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스토리는 가부장제 세계에서는 어느 땅덩어리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워낙 뛰어난 펄벅의 글솜씨로 인해 얼굴이 좀 다듬어진 중국 사모님의 이야기조차 첨예하고 아름답게 표현된다. 참으로 마법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 줄거리를 듣고 나면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은 독자분들은 보통 '인형의 집'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책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설의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마저 가부장제 속에서 그닥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펄벅은 여성주의자보다는 오히려 인류박애주의자에 가깝다. 또한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는 사랑이야기가 더 있다. 안드레 신부와의 사랑이야기에서 육체적인 사랑, 집착 등등을 기대하고 읽으신다면 분명 실망하리라. 그러나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은 분들이라면 분명 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서 숨어있는 광기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비교적 평화롭게 끝난 소설이지만, 난 아래의 글귀 속에서 문득 '죽은 왕녀의 파반느'를 떠올렸다. 

 '그녀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아무런 의무가 없으며 단지 사랑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면 사랑마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물론 강 부인과 달리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유모와 달리 침착하게 집안의 일을 정리해가는 우 부인의 모습도 놀랍긴 하다만, 약간 삐딱하게 꼬여있는 본인의 시선으로는 아니꼬운 여자였다. 시대의 속박을 벗어나 자유를 찾기를 바라면서도 내심으로는 가정이 자기에게 끌려오기를 바라고, 강 부인과 추밍을 위하는 척 하지만 결국은 그들을 자신의 이중적 인생 속에 끌여들여 희생시켰다. 그녀의 미모와 세견된 모습은 하인의 각별한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다. 딱히 그녀의 부를 언급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한 사람이 제대로 살려면 몇몇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하니까. 문제는 우 부인이 그녀가 그녀에게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데에 있다. 아무튼, 아름답지만 숨막히는 삶 속에서 우 부인은 드디어 사랑을 만난다. 

 안드레 신부와 우 부인의 사랑은 우 부인의 결벽만큼이나 지독히 영적이었다. 처음엔 우정으로 넘어갈 뻔했지만 지나치게 서로를 멀리하는 그들이 안쓰러움을 넘어 소름끼쳤다. 시선조차 서로 섞이지 않는 그들의 만남에 오한이 절로 느껴졌다. 아직 20대도 벗어나지 못한 나로서는 육신을 초월한 사랑을 이해할 레벨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더 놀라운 점은 우 부인의 성장이다. 인생에서 겪을 일은 다 겪은 중년대 여인도 사랑을 하게 되면 성숙해지는 것일까. 아니, '아이낳는 기계'에서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분명 성숙과는 다르다. 어떤 말로 그 숭고함을 표현해야 할까. 펄 벅만큼의 실력도 되지 않는 나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책 줄거리만 보고 단순히 슬픈 소설이 될 것이라 결론지었던 나의 성급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사랑이 영적인 사랑일지 생각해보는 순간이었다. 문득 노라가 집을 나간 후에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영적인 사랑을 만났을지 궁금해진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기초 조건은 결국 사랑이기 때문에. 나도 노라도, 우 부인만큼 멋진 여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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