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School idol diary 4 - ~니시키노 마키~, L Novel
키미노 사쿠라코 지음, 원성민 옮김, 무로타 유헤이 외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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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뭐랄까 저 위의 인상깊은 대사를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책속의 한줄에 올렸더니 무려 30명이 이 대사를 공유했다고 했다. 올린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단숨에 내가 올린 경구들 중에서 10위에 올랐다. 저들 대다수는 러브라이브가 뭔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스고이 스고이. 대단하다. ㄷㄷㄷ 역시 한국은 마키를 최애캐로 삼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던 것인가...! (결정적으로 내 취향이 아니지만.)

 

 니시키노 마키의 역시 병원의 귀공녀 이야기라서 그런지 공감 안 되는 이야기가 많다. 다만 엄격한 가정 분위기가 내 가정사정과 좀 통한다고 할까. 설정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지역사회에 섞이려 노력하는 게 마음에 든다. 마키를 사립 여학교를 보내지 않은 것도 나름 더 깊은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피아노를 포기한 이유도 저것과 약간 비슷. 그대로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었을지, 아니면 2류 피아니스트가 되서 거기에 만족했을지 망상을 펼치는 것도. 그러고보면 사실 여자애들이란 다 한번씩 이런 적이 있는 걸까나?


 애니에서는 의사직을 물려받는 걸로 확정되어 있었다는 설정으로 등장하는 것 같은데, 이 소설에서는 아버지가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이라 딱히 마키에게 의사직을 강요하진 않는 듯하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쳐 피아니스트가 될 기회를 흘려보내고 나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갈등하고 있다고 그 자신은 이야기하지만, 어쩐지 소설에서 얘가 행동하는 걸 지켜보니 의외로 한 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맹렬히 타오르는 타입인 듯하다. 뮤즈 멤버들에게 놀림받지 않으려고 이전엔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자전거를 타지 않나, 깜깜한 밤에 담력시험하러 니코랑 같이 학교를 가질 않나. 자신과는 다르게 좋아하는 일이 확고하고, 그 일을열심히 하는 뮤즈에게 동경심을 품는 듯하다. 게다가 은근 코토리에게 끌려다니는 것도 있고. 귀여운 캐릭터인건 확실하다.


 다들 저 명대사가 궁금할테지만, 저건 중학생 때 잠시 친구였던 애한테 한 말이다. 니코가 아니다. 랄까 니코편에서 나오는 그 격렬한 마키러브는 어떻게 되는거야. 짝사랑이었어? 물론 담력시험 때 음악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니코를 화장실에다 버려두고 맹렬히 도망가서(...) 니코를 찾으러 다시 돌아오긴 했다고, 그러니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 거 아니냐고는 하지만 ㅋㅋㅋ 니코 다리 까져서 피나는데 침발라준다거나 하는 설정도 없음. '집에 가서 반창고 붙이면 괜찮을 거야.' 절대적으로 귀여움 부족이다 이녀석. 뭐 사람이 똑같은 강도로 좋아하는 법은 없다고 하지만.


 P.S 본격 코토리가 마키를 메이드로 조교시키는 장면.

 

 

 

 

   

 

 

 

 러브라이브의 모 동인지가 떠오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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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School idol diary 7 - ~야자와 니코~, L Novel
키미노 사쿠라코 지음, 원성민 옮김, 무로타 유헤이 외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번에는 명대사를 이런 식으로 편집해서 준비해보았다. (사실 책속의 한줄이라는 앱에서 편집해서 만든 거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니코가 호빵을 먹으려 입을 벌리는 이것. 혀가 보인다 흐흐흐.

 

 일단 무리해서라도 9권 전권을 소장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는 러브라이브 단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약간 어두운 편이다. 심지어 필요할 땐 과감히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수정까지 해댄다. 아이돌 DVD 영상을 가지러가기 위해 2학년 팀이 니코의 집을 추적할 때 니코가 애니메이션에서처럼 격렬하게 그들을 거부하는 건 똑같다. 하지만 호노카가 왠지 착해져서(...) 중도에 니코의 집을 추적하는 걸 포기하고 순순히 니코가 밖에서 준 DVD를 받고 돌아간다. 하지만 니코가 몸살감기에 걸려서 정신이 혼미해질 때, 러브라이브 전 인원이 니코의 집을 찾아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니코의 집을 찾아온 것은 분명 처음이었다.

 

 니코의 아버지가 현재 하늘나라에 있다는 정보는 애니와 똑같으며, 아버지가 그 유명한 니코니코니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왠지 여기서 덧붙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의 니코는 엄청 니코니코거린다. "안녕하세니코"라는 식이랄까. 그래서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기가 괴로운 거였다() 깊은 사정이 있었다고 하니 이해합시다 여러분. 하지만 3학년 팀이랑 말이 안 통해서 1학년 팀 중 하나요 또는 린과 붙어다니고 마키를 희롱하며(?) 다니는 거 왠지 상당히 친구관계 문제있어보... 흠. 나친적인 내가 할 말은 아니구나;;;

 

 제일 진지하게 보았던 건 니코가 어릴 적부터 아역배우로 진출하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노력했었다는 에피소드. 보통 가정들에서도 이런 경우 많이 있겠지.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 분명한 꿈이 있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했던 것 뿐인데, 돈이 많은 사람들만 선발되고 자신은 인생에서 B급 배우로 전락하는 것. 한 방향으로 한결같이 나아갔던 그 녀석도 지쳤는지 결국 '현실' 운운하면서 자신의 꿈을 접으려고 하더라. 평범하게 엄마아빠 다 있던 그 녀석도 나와 소주병을 앞에 두고 무너졌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없는 야자와 니코는 어땠을까. 그래도 가난하진 않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려 들지만 그녀는 다음 문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사치는 무리겠지, 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내 꿈도 사치에 포함되는 것이다. 캐노피 달린 침대처럼.' 그녀가 아역 배우로 선택받지 못한 이유는 이렇다. 앞니가 빠졌다는 것이다. 이갈이할 때엔 다 그런 법이니까. 그런데 돈이 있는 집 아이는 의치를 해서, 기어이 뽑히게 되었다고 한다. 랄까 이래서 자본주의 싫어...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에게 투정부리지도 않았고, 다른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포기하지도 않았다. 다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방 아이돌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열심히 블로그를 꾸며서 (의외로 사람들에게 호평받는다는 설정.) 치밀하게 뮤즈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신의 일과를 관리한다. 처음 러브라이브를 볼 땐 이 오만한 캐릭터를 받아주는 뮤즈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갈 것 같다. 세상의 억압에 눌려서 너무 단단해졌을 뿐, 그녀는 상당히 쿨하고 다부진 캐릭터이다. 집단은 개인이 극복해야 할 것도 아니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이 집단의 내적 논리를 설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해야만 그 집단을 통해 온전한 꿈이 실현된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뮤즈로부터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서야, 그녀는 어깨에 준 힘과 허세를 약간 뺄 수 있었다.

 

 

 

 

  

뮤즈 단원 전체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자신 개인의 블로그 두 개를 설정해놓은 채, 그녀는 몸살도 기분 좋게 여기며 잠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P.S 여담인데,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에서는 약간의 서비스씬들이 등장한다. 니코편에선 수영복이 등장했는데, 진정한 서비스씬은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이렇게 나오는데, 그렇게 일러스트가 많은데도 오로지 텍스트로만 이런 씬을 보여준다.

일명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는 기법인데,

'자극적인 그림과 영상들은 좋지만 질렸어. 그리고 난 텍스트 시모네타를 좋아한다고.'라고 생각하는 구닥다리 나님에게 저런 서비스씬은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마키편에서도 등장하는데, 앞으로도 이런 것들이 많을 것 같으니 솔깃한 게 있으면 P.S란에 한 장 찍어서 올리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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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틱 나인 1 - S Novel
시쿠라 치요마루 지음, 구자용 옮김, pako 그림 / ㈜소미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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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나 당연한 듯이 거기 있던 게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있잖아? 그럴 때 처음 깨닫게 되는 거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말이야☆- p. 343

 

 

 

 

중심인물들을 실은 조그만 일러스트지와 책갈피가 동봉되어 있었다.

 

 책이 발간되기 전에 예약해서 산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마 중사님의 적절한 정보 제공과 5pb의 과학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라는 떡밥, 그리고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오컬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 이 3가지 궁합이 맞지 않았다면 절대 사전예약을 하고 책을 사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 세가지 요소의 절충 때문에 별 다섯 개를 준다. 솔직히 카오스 차일드이 과학 어드벤처 시리즈 중 4번째로 나온다고 하는데다 올해 발매된다는 소식이 있어서 '오컬틱 나인은 나오지 않겠지' 생각하고 포기하려 했었다. (주요 장르가 오컬트이기도 했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슈타인즈 게이트의 프로듀서인 시쿠라 치요마루가 이 내용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듯하다.

 일단 대부분의 시점에서 1인칭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인물이 정신없이 바뀌므로 퍼즐을 맞추듯이 소설의 사건을 정리한다고 보면 되겠다. 소설의 설정은 사람의 영혼을 전파로 해독할 수 있고, 오컬트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데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도쿄 키치죠지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을 하나로 모아가는데, 아무래도 오컬트를 가볍게 취급하느라 키치죠지를 벗어날 수 없는 블로거 가몬 유타가 주인공인 듯하다. (노란 떡볶이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아이이다.) 자신이 니트 신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키보드 워리어의 성격이 강하며, 실물의 이성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이 인터넷에서도 현실에서도 거침없이 활약하면서 다른 사람의 약점을 후벼파대는 하시가미 시라이이다. 하지만 뮤라는 니코니코 생방송 점술가에게 트라우마를 보이고 1권 중반에서 후반까지 내내 인터넷에서 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이 소설은 딱히 누구 하나를 특별히 비중으로 두지 않으며, 인물의 비중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경향을 보인다.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대량의 시체가 나오질 않나, 1권 끝부분에선 가몬 유타가 시체의 이빨을 뺀다(...) 하긴 사드의 소돔 120일이 서점 진열대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된지도 무려 3년이나 지났는데 무슨 내용인들 못 내겠느냐마는. 작가 후기를 보면 이야기가 '경우에 따라 모든 종교를 부정할 사이즈'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로 진행되어 나갈지 매우 기대된다.

 

 

 

 

 

 

 

 

 

그 와중에 하늘에서 내려온 서큐버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료타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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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된 인간 - 엘리트 북스 100 홍신 엘리트 북스 100
토마스 만 지음 / 홍신문화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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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여, (...) 들은 바에 의하면 그대는 누구보다도 대담한 것 같소. 그것은 물론 분별없이 경솔했던 견제 공격을 두고 하는 말이오. 그런데 어머니는 계시오?"

"어머니는 만나뵌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를 대신해 충고하지. 그대는 하느님을 시험하는 행동을 했소. 제정신이었다면 그런 장난은 하지 않았을 것이오."

 

 

 

 

요즘 애니나 드라마가 막장물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옛날 사람들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좋아했다.

단지 지금 경제가 침체되는 시기이다보니 대중문화를 살리기 위해 성적으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올 뿐이다.

그 테마 중의 하나가 근친상간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비극 작품으로 유명한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수천년이 지난 지금마저도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소포클레스는 이제까지 전해져오는 이야기를 정리했을 뿐이라 하는데, 신화는 (성서를 포함하여) 어느 정도 근친상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근친상간은 금지되었던 회피되었던 간에 신이나 아니면 신적 존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여기쯤 읽으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근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까닭을 이해할 듯하다. 비록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배경은 중세에 가깝지만 이 책은 오이디푸스 로마판 이야기이다. 마치 중세의 능글맞은 이야기꾼이 직접 눈앞에 나타나서 이야기를 하는 듯한 장황한 말솜씨에 (내가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기사도 이야기가 섞여 나와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게다가 아서 왕 이야기에서는 조금 딸리는 풍자가 가미되어 중간 정도 가다보면 흥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근친상간에 관해서 잠깐 이야기하자면 난 역시 프로이트의 이론이 정설이라 생각한다. 딱히 가정 뿐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만들다보면 내부에서 꼭 섬씽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모두 다 똑같이 그에 대해서 넓은 마음을 가지고 이해해 주면 좋을텐데, 내 마음같지 않아 그에 대한 배신감이라던가 질투심이라던가 상대적 박탈감같은 걸 느끼는 사람이 꼭 한 명 이상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정신적이기보다 육체적인 욕망이 과도해질 때는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내부 섬씽이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금기로 정한 것이겠지.

 

 어쨌던 이 소설의 결론은 이러하다. 서로에게 동질감을 가지고 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진실하지 못했던 엄마와 아들은 죄를 씻기 위해 각자의 길을 걷는다. 엄마는 구호소를 만들어 자신의 아이를 키워가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죽을 먹이고, 아들은 거의 헐벗은 채로 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채 17년 동안 고행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잡아 교황이 된다. 그런 끝에야, 그들은 서로를 봐도 서로에게 육정을 느끼지 않은 채 순수한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성적 금기는 아마도 가장 혐오하기 쉬우면서도, 인간으로서 가장 이기기 어려운 욕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직도 난 이 소설에 별 다섯 개를 줄 수는 없다. 그 순간이라도 일단 전심전력으로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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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4 (양장) - 약속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계창훈 그림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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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있는 시간. 즐거운 시간. 빠른 시간. 늦은 시간. 키스 뒤 30분의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태고의 시간. 이것은 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의 하나야.- p. 130

 

 

 

1권부터 3권까지가 앤의 학교 적응기이자 연애담이라면,

4권은 앤의 사회 적응기이다.

 

 실제 서머사이드라는 고장에서 교장선생님이 된 빨강머리 앤의 작가 몽고메리는 혹독한 고생을 겪었음이 분명하다. 일단 마을엔 유령마을이라는 그닥 훈훈하지 않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부유한 집이 많은 고장이 늘 그렇듯이) 서머사이드 학부모들의 텃세가 매우 강하게 표현된다. 게다가 단순한 텃세도 아니라 이지메에 가깝다. 원래 프링글 가문 중에 한 사람이 교장이 될 예정이었지만 앤이 교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교육을 부러 사교육으로 만들어버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캐나다는 1950년대부터 공교육화가 시작되어서 앤같이 똑똑하지만 가난한 아가씨도 어느 학교의 교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캐나다도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캐나다의 공교육을 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하다.

 심지어 학교 아이들마저 은근히 앤을 따돌리지만, 앤은 그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의 꼬여 있는 마음을 하나하나 풀어주려 노력한다. 물론 그녀가 그렇게 한다고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작가 몽고메리는 그것이 앤의 노력이라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꼬집는다. 앤은 심지어 서머사이드에서 멀리 떨어져 프랑스에서 사업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고아처럼 살고 있는 그의 딸아이를 데려가게 만든다. (거기에 몇 가지 우연도 작용하지만.) 이 소설에선 자신이 하고 있는 말과 전통에만 얽매인 나머지, 앤이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게 만드는 수다스런 아주머니들이 도저히 바뀔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과거에 일어난 불행을 곱씹으며 미래에 그런 일이 닥치는 걸 두려워한다. 아니, 두려워 한다기보단 오히려 그런 일이 일어나서 마을에 신선한 충격이 일어나기를 얼핏 바라는 것도 같다. 우리는 얼마나 과거에 매여있는가. 쓸데없는 걱정으로 미래를 날려버리고 삶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반성해야 한다! 아무튼 앤이 그곳에 너무 오래 눌러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복잡한 서머사이드 고장을 벗어나 편안한 애번리와 길버트에게 돌아간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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