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 -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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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e+Ability=Liberty

 

"freedom은 외부적 지배나 간섭이 없는 상태의 소극적인 자유를 뜻하지만, Liberty는 선택의 자유, 속박에서의 해방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어. 할아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진정한 자유를 누린 분이시지."

 

 

 

사실 마음의 쿠션 운운하는 책들은 전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베낀거다.

등대로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소개할 때 대놓고 스펀지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문장 하나면 간단한 이야기를 애써 서사방식으로 풀어내느라 수고했다. 나는 R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부터 response라는 단어가 떠올라 버려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지루해 죽는 줄 알았지만. (일단 제목에서부터 스포일러가 풀풀 풍겼다. 만약 이 단어가 생각 안 났다는 사람은 나이고 뭐고 학교 다시 가서 작용과 반작용 수업부터 다시 들어라.) 아버지와의 관계가 개판으로 끝나서 아버지와 그 가족이라면 지긋지긋하던 한바로가 할아버지의 유산을 얻기 위해('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냐??) 미국까지 가는 이야기다. 그나마 "그는 승리하여 유산을 차지하였습니다" 같은 시시껄렁한 결말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돈 많은 그의 형제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한바로와 화해하는 이야기는 정말 구차했다. 무슨 신파극 쓰는 것도 아니고, 사족을 넣은 것 같은 느낌이다. 형제는 형제 나름대로 잘 살겠지. 무슨 돌아온 탕아를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원한이 할아버지의 퀴즈가지고 쉽게 풀리겠냐?

 

 

  

어떤 문제가 닥쳐와도 휩쓸리는 법 없이 남의 일처럼 문제 밖으로 자신을 분리시켜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

자신과 문제를 동시에 내려다본다는 해결책은 무라카미 류가 이미 자신의 소설에서 쓴 방식이다.

수위가 좀 낮으면서도 짧아서 재밌는 달콤한 악마가 내 안에 들어왔다를 추천해본다.

생각해보니 무라카미 류도 상당히 자유로워 보이는 인간이긴 하다.

 

 교회에 다니시는 분이 강력추천 해주신 데다가 심지어 빌려주신 소설이라서 어거지로 보긴 했는데, 솔직히 중간에 몇 번이고 때려칠 뻔했다. 그래도 별 세개 정도는 줄까 했는데 여러분도 이런 책 보지 마시고 진정한 소설을 보시라고 별 하나 줍니다. 솔직히 이런 쓰레기같은, 자전소설도 자기계발서적도 소설도 아닌 삼류가 잘 팔린다는 게 개탄스럽다. 이런 지루해 죽을 것 같은 소설 말고도 재밌으면서도 똑같은 교훈을 주는 소설들 많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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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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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 믿네. 상대가 마누라일 때는 복상사가 절대 없다는 의사의 말은 믿네만."

"이럴 수가. 메멘토 모리."

"아무렴. 메멘토 모리."

 

 

 

게임을 하다보면 엄마아빠를 팔아대는 욕설까지 하게 된다는데,

최근엔 그에 맞서려는지 인터넷 고스톱 게임에서 장년 노년분들의 욕설이 캡쳐되서 속속들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근데 난 이 분들의 욕설이 왜 그렇게 정감이 가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었나 (...)

 

 욕설 할 때조차 이 새끼 저 새끼가 아닌, 상대를 아무개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섹드립에서조차 뭔가 관록이 묻어나는 느낌이지 않은가? 할아버지(혹은 할머니)가 그 사람의 아이디를 부적 종이에다 직접 적던가, 혹은 어떤 영험한 사람에게 적어달라고 하는 장면이 상상되면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인명이 제천'이라는 고명한 한자어는 또 어떤가. 이 소설 또한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최일남 작가가 쓴 국화 밑에서라는 소설에서도 등장인물이 주인공에게 '인터넷이 주류인 이 세상에 한자를 남발하다니 시대에 뒤떨어진 거 아닌가?'라는 식으로 질문한다. 일종의 자기 디스이면서, 한편으로는 장년의 유머감각을 은근히 자랑하는 듯한 문장에 그만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보통 소설을 볼 땐 마지막 문장 마지막 단편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최근 소설이라 보기엔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단편이어서 깜짝 놀랐다.

 김연수 씨의 깊은 밤 기린의 말도 상당히 좋았다. 문체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체장애 막내와 눈 먼 강아지의 교감을 바라보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만 마음이 짠해지고 말았다. 여러 모로 동물이나 인간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박완서 씨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도 잘 봤다. 르포인듯 아닌듯하게 한 갱년기 여성의 하루를 쭉 흘러가듯이 보여주는데, 한 사람의 사생활을 뜯어본다는 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너무 짜릿한 일이다.

 권지예 씨의 퍼즐도 잘 봤다. 그놈의 힐링 타령 때문에 요즘 스산한 소설을 못 본지가 너무 오래 되었다 생각한 참인데, 등골까지 서늘함을 느끼게 해줘서 몹시 반가웠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기에도 충분한 소재였다. 내가 무른 곶감을 못 먹는 이유가 이 소설에서 공개되는데, 내 사생활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상세히 쓰지는 않겠다. 아무튼 이 소설도 남자들 필독서이다.

 이명랑 씨의 제삿날도 국화 밑에서랑 비슷하게 찰진 유머 감각이 씁쓸한 성인들의 세계를 살포시 덮는 듯한 감각이 나는 소설이었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식상해보이는 소재를 저렇게 창의적으로 발휘할 줄은 몰랐다. 반전물이지만 권지예 작가의 작품처럼 후폭풍이 몰아닥치는 게 아니라 그저 약간 어깨가 흠칫,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으쓱, 하는 정도.

 조경란 씨의 파종도 잘 봤다. 특히 공감이 가는 문장이 있기에 가져왔다. 이 작가의 혀라는 소설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신경숙 씨의 표절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이 작가의 표절 의혹을 건드리지 않은 이유는 사실 딱 하나밖에 없는데, 이 작가가 쓴 소설과 원본이라는 소설을 비교해 볼 때, 문장 구사력에서 너무 차이가 나서였다. 조경란의 글은 확실히 20~30대의 여성들의 마음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마치 일본만화계의 마스다 미리처럼 말이다.

 단숨에 쓰다보니 글이 길어지니, 여기서 마쳐야겠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2000년대 소설들, 2010년대 소설들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역시 나는 술마시고 난폭한 행동을 한 적도 없고 자해를 한 적도 없으니 알코올 의존증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술을 끊거나 줄여서 마셔야겠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알코올 의존일 가능성이 큰 거에요. (...) 의사는 의존증에서 회복되는 것은 자꾸만 발목이 빠지는 습지에서 육지 쪽으로 걸어가려고 애쓰는 것과 같다고 충고했어요. (...) 이렇게 후타리가 되어 아버지와 마주 앉아 있자니 그 말을 우격다짐으로라도 혼자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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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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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에서 빌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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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에서 빌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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