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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쳐 보이는 그녀
마모 지음 / 해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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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의 참신함으로서는 '사랑상실증'이 제일 좋았다.
 마지막에 나타난 반전에는 조금 놀랐다고나 할까, 내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절하고 감성적인 단편은 '옥타브'였다. 
 사실 그 외엔 한눈에 쏙 들어오는 글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차라리 '비쳐보이는그녀'의 뻔한 소재보다 이 글을 앞에 세우는게 좀 더 나을뻔했달까.
 음악에 대한 소재가 부담스럽지 않게 나오는 게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일단 이 책이 포함되어 있는 문학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젠더문학이다. 
 즉 '레즈비언의 사랑을 묘사한 소설'.
 어째 인터넷에서 나도는 야한 야오이 소설들 때문에 퀴어문학까지 동시에 야한책 취급을 받아버렸지만, 퀴어문학에도 어디까지나 수위가 다양하고 등급이 다양하고 모양이 다양하다.
 소설의 평가에 또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퀴어문학도 보통의 로맨스물들과 다르지 않다.
 다른 로맨스물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너무나 사랑이라는 것에 민감하다는 것들이랄까.
 이 소설도 또한 그 정통을 향해 흘러가는 구성을 보인다. 
 비록 단편은 잘 안 읽는 편이다만 감성있는 글들과 예리하고 섬세한 글씨체가 절절히 몸안으로 파고드는 기분이다.
 굳이 동성애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재의 참신함, 그리고 사랑에 대한 특유의 날카롭고 시니컬한 문체에 빠져서 퀴어문학을 읽는 일반인들도 있다.
 성적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결국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혹시라도 편견을 가지신 분들에 대한 쓸데없는 우려때문에 말이 많아졌다. 
 '오만과 편견'은 사람을 대하는 아주 근본적인 벽이자 무기이니, 혹시라도 이 우아한 소설에 그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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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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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소설일까 출간된 내내 궁금해하다가 3년만에 보게 된 소설이다.
 칼덕분에 왠지 무서운 장면을 떠올렸지만() 
 잔혹하기보다는 냉정한 여성판타지를 창조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페미니즘소설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만, 이 소설에서 오히려 작가의 개인적인 남성적 환상이 드러났다고 생각된 것은 왜일까. 
 사실 역사에 걸친 모든 남성들의 환상일지도 모른다.
 사실 여성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하등 신비롭고 이상할 것 없는 내용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성들의 환상으로 뒤집어씌워진 환상을 한꺼풀 벗기고나면,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의 안에선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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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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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반전보다는 소재자체가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라는 측면을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뭔지는 몰라도 시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이다.
 덕분에 내가 최근에 읽은 심리소설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 되어버렸다.
 사실 소설에서, 그것도 추리소설에서는 망가져버릴 수도 있는 문체를 매끄럽게 살려놓았다.
 (덕분에 범죄에 사용된 트릭은 일일히 책 속에서 찾아야 해서 추리소설 특유의 ’알아서 풀어주는’ 개운함은 포기해야 함.)
 게다가 코미디언을 사용한 소재는 더더욱 드물기에 내용 자체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주의깊게 따져본다면 첫 장면부터 범인이 금방 밝혀지기 때문에 추리소설로는 지적할 점이 많지만 심리극으로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
 본인은 이 책을 읽으면서 꽤 오래전에 일어났던 개그맨 계약서 소동을 생각했다.
 사람의 의심이라는 건 가지를 치고, 또 가지를 치게 되는 법이지...
 결국은 자신의 생각에 휩싸여 옆을 보지 못하게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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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전쟁 이타카 新괴담문학 시리즈 1
진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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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카 신괴담시리즈의 깔쌈한 출발이다. 다른 책들은 아직 완결내지 못한 장편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시리즈의 첫번째 출발은 일명 바리데기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 책이다. 일단 우리나라의 무당과 그 비어에 대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무당에 관한 책이라고 하니 자꾸만 본인은 이우혁 씨가 쓴 <퇴마록>이라거나 문성실 씨가 쓴 <신비소설 무>와 비교되서 참으로 난감했다...; 그러나 역시 오랜 세월동안 산타고 물건너 무당들을 만나본 그런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 지금 검색해보니 이 글을 쓴 진산님은 여성작가이며, <가스라기>라는 대표적 무협로맨스물을 쓰신 분이시다. 무당에 관해 처음 글 쓰신 것 치고는 그래도 꾸준히 지식을 모아왔던 듯하다.  

 그러나 역시 진영과 바리의 은근한 코믹로맨스물(?)같은 전개는 살짝 나를 혼돈의 경지로 몰아갔다. 아니, 로맨스물은 좋아하지만 이런 소설에서 등장해버리면 곤란하다고.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정도의 초멀티 금단근친물이 될 것 같은 느낌에 순간 서평을 자청한 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었다. (물론 로맨스물은 아니며, 오빠와 동생 사이의 건전하고 적절한 선에서 완결이 났다.) 한국무속에 관한 글만 아니었다면 반쯤 읽고서 때려쳤을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소개에서도 판타지 소설이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건가...? 그래도 분위기는 나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거뭇거뭇하고 어두운 일러스트도 한 몫했지만, 평온스럽게 나오다가 문득 나타나는 음산한 기운이 글에 깃들어져 있었다. 특히 자애비의 뜻을 알았을 때 잠시 전에 읽었던 데를 펼쳐보고, 모공이 짜릿해지던 그 느낌. 나름 공포분위기를 살린다고 밤에 읽었는데, 창문이 갑자기 덜컹 흔들려서 흠칫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냥 본인이 공포영화를 하도 안 봐서 둔해졌던 공포감이 슬슬 회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전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단 '당금애기' 다음으로 우리나라 주요 무속신화인 바리데기를 언급한 자체가 흥미있었다. 바리데기 주변 캐릭터의 성격이 어중간하긴 했지만 설정과 배치도 그럭저럭 좋았고, 결말도 다른 책처럼 어영부영 끝나지는 않았다. 적절한 복선도 감탄을 자아내긴 했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생뚱맞게 등장했다는 점? 일단 책홍보와 관련된 독후감이니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궁금하다면 꼭 사서 읽으시길.  일단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무당에 관한 판타지소설이고, 가벼운 내용 특유의 가벼운 재미도 있다. 황석영 님의 <바리데기>하고는 또 다른 맛이다. 구입해서 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무속소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P.S 서평단으로 뽑히고 나서 책이 도착했는데, 컬러일러스트 다음 장에 진산님의 싸인이 있었다! 서평단에게만 싸인북을 줬는지 아니면 다른 책에도 똑같이 그려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작가의 싸인을 받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진산 님과 출판사 분들께 서평에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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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양장)
이경자 지음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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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양양이 고향이라는 작가의 말에 문득 동질감과 경외심이 솟구쳐오르는 걸 느꼈다. 보통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비교적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가와 시인들을 배출한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도 그럴 것이 깊은 첩첩산골로 대표되는 그 고장은 역사를 유독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본인도 고등학교 시절 단체로 소풍나갔을 때 '북쪽 여자아이들이 더 이쁘네 어쩌네' 속닥거리는 어른들을 많이 본 적이 있다. 그것도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린 2000년도에. 휴전이라는 평화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강원도는 피서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동네가 되버렸다. 그 고장 출신마저도 강원도 출신이라고 공공연히 드러내길 꺼리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휴전 특유의 긴장감때문에 오히려 더욱 강원도에 대해 알기를 꺼려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본인은 여자라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최전방에 나가본 군인이라면 내 말을 잘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고속도로를 따라 군사지역을 구분하는 철조망들이 쭈욱 늘어서 있고, 길거리는 휴가나온 군인들로 바글거린다. 제법 한적한 바다로 가다 운이 좋으면 포병대대의 사격훈련을 구경할 수도 있는 곳이다. 북한과의 전쟁은 우리나라의 상처이자, 일상이자, 우리나라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굳이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잠수함 사건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강원도는 전쟁의 긴장감과 아픔을 그대로 품고 있는 고장이다. 아니, 그 자체가 일상이기에 아픔도 없다. '순이'에 나온 어른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듯이 밥먹고 살기 급급한 사람들에게 전쟁은 그저 생계의 전환일 뿐이다. 순이의 할머니에게 전쟁은 그저 각자 남한군과 북한군으로 나눠진 아들들의 죽음뿐이다. 이 소설은 6. 25 전쟁의 옳고 그름을 멋대로 재보지 않는다. 그저 양양사투리처럼 덤덤하고 묵묵히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국사교과서엔 설명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신화이다. 눈 앞에 생생히 어른거리는 50년대의 삶 속에서 우리나라가 전쟁국가임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이 책의 무엇보다 훌륭한 점은 할머니-어머니-순이 순으로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제사를 지낼 때 철이와 순이가 겪는 차별대우 장면은 우리나라 사대정신이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정신적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여실히 담아낸다.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까지 휘두르지만 사실 자신들의 무기력함을 숨기려 할 뿐인 남성들. 그 욕설과 주먹과 발길질을 감당해내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내고 그 속에서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는 여성들. 누가 나쁘고 누가 착한지 따지지 않는다. 누가 착하고 누가 불행한지 알 수 없다. 남성들은 이 책을 읽고서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많을 것이다. 사대주의와 세대차이와 극단적으로 다른 의견 속에서 순이할머니와 순이어머니가 두 눈에 독기를 품고 싸우면서도 문득 서로를 보며 웃는 이유를 아마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으리라. 전세계의 사람들이 모르고, 남성들이 모르고, 심지어 우리나라 여성들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교감을 '순이'는 멋드러지게 표현했다. 

 땅을 깊이 파면 천국이 나온다는 영이의 말에서 유독 가슴이 아팠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가르쳐준 사회의 존재에 대해서 명확히 시사하는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교회에 갔을 때 본능적으로 할머니를 보고 싶어한 순이의 예감은 적중하리라. 그러나 자신이 익힌 문자를 통해 어린시절 그토록 믿고 경외했던 천국과 미국이 자신을 배반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소설 속 그녀는 아직 6살 철모르는 소녀이기에. 이 책을 보는 여성들은 소설 속에 자신의 소녀시절을 두고 오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설빔을 입은 순이의 모습을 담아낸 겉표지 의외에 어떤 일러스트도 실려있지 않다. 오직 문자에 의존한 채, 머릿속으로 강원도의 순박한 이미지를 끌어내야 하는, 그러나 가시처럼 군데군데 달려와 박히는 현실을 이해해야 하는, 어른들의 동화인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들춰보면서 아무리 갑갑하더라도 소설 속 순이는 행복하고 순수한 채로 두자. 우리는 순이와 달리 순수하지만은 않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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