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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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벗을 생각조차 못하고 달리던 이들은 보도블록 틈새에 힐이 끼었는데, 발을 뽑으려 해도 보도블록은 지옥에서 넝쿨을 뻗어 올라온 생물체인 양 힐 끄트머리를 악물고 놓아주지 않았으며, 구두는 구두대로 끈끈이주걱처럼 발을 감은 연쇄 상황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당최 구두는 왜 벗겨지지 않는지 헤아릴 틈도 없이, 깨금발을 뛰던 참가자들은 목이나 머리에 화살을 맞곤 제 한쪽 발목을 잡아 감싼 자세 그대로 쓰러져갔다. 광장은 넘어지면서 머리가 깨진 이들의 피로 빠르게 물들어갔다.

1. 현남 오빠는 "내가 늦게 끝나니까 너는 일찍 끝나면 좋지" 라고 했다 한다. 이건 정말 읽을 수록 에바다. 남의 걱정을 해주는 건 사실인 듯하고 안정적인 직장도 좋다. 근데 왜 남자가 일 늦게 끝나는데 여자는 일 일찍 끝내야 되냐. 집안일 시키게? 나도 남자는 월 200 이상 벌어야 한다 생각은 하지만 그건 집안에 비상이 생길 때나 한쪽이 해고당할 때 일시적으로라도 둘이서 먹고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근데 저건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 같이 퇴근하면 안되나? 현남 오빠 좀 교활하네.

82년생 김지영이 익살스럽게 표현하려고 빙의를 썼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기독교도가 빙의란 게 존재하냐 정신병이 아니냐라는 희안한 딴지를 걸었다(...) 그래서 현남 오빠에게는 가볍게 스타일을 바꾼 등. 개인적으로 전 이 소설 쪽이 좋다. 작가가 글을 좀 더 이야기체로 다듬으려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다른 한국 작가들처럼 단편소설을 계속 쓰려는 듯하여 많이 아쉽다.

2. 생각보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현명해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나보다. 나같은 경우 현실을 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게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이었는데 난 지 삶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에게 그딴 식으로 말을 하는게 거슬려서 울었다(...) 평소 허세 부리는 건 알겠는데 세상에서 지만 똑똑한 것처럼 굴고 그게 사회에서 통한다는 게 가장 밥맛 떨어짐.
아무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물 한 잔이라도 덜렁덜렁 들고 가지 말고 쟁반에 받쳐서 가야 한다."고 군기잡고 남자들 멀찍이서 구경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신부학교 예지원에서는 저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미친 실화냐.

3. 경년에선 중학생이던 누구던간에 자기 의사대로 하고 싶으면 콘돔 준비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의사를 확인한 뒤에 할 수 있다는 듯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법하다.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보장하라는 운동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작가의 의도가 맞다고 본다. 여성의 경우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콘돔을 썼는데도 임신했다는 경우도 있고, 임신하면 여성은 여러모로 리스크가 참 크다. 낙태해도 살인했다는 소리 듣고 애를 낳아 키워도 몸 함부로 굴렸단 소리를 듣는다. 최근 여성의 욕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는 섹스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키우는 도구가 된 듯하다.



 


 

4. 이방인이란 소설은 잘 봤다.


VR 증강현실 게임 중독자이면서도 수사를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남자가 손을 잡아서 그녀를 구해주려 했기 때문이다. 작가도 그런 점에서 그가 그녀를 도와줬다고 봤을 것이다. 그녀도 소설 이후엔 증강현실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페미니즘이라 보기엔 좀 미흡하고 단지 흡입력이 좋은 느와르물로 보면 될 것 같다.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5.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든 단편소설은 구병모 작가가 쓴 하르피아이의 축제의 밤이다. 고어 만세(...)

 

라이카가 벼룩을 다시 몸속에 넣어두었다. 벼룩은 힘차게 피를 빨았다.
"영리하고 건강할 것, 주인이 없을 것. 나는 모스크바 시내를 돌아다니는 집 나온 강아지였어. 연구소에 흘러들어 배 터지게 먹을 때만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 정신 차려보니 온몸이 전극이 달린 케이블로 칭칭 감긴 채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거야. 젠장, 이게 로큰롤이지 뭐야."
그는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를 허밍으로 부르며 눈을 찡긋했다.


라이카 너무 유쾌한 거 아니냐 ㅋㅋㅋ 무튼 화성의 아이는 내가 본 동물이 주인공인 소설 중 가장 잘 쓴 소설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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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Chris 2018-07-06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에서 최은영 작가님을 처음 만났죠. 얼른 신작도 읽어야...

저희 집 같은 경우는 할머니(상당히 가부장적이십니다..)가 맏아들인 아버지에게 자기 마음을 다 알아주길 원하셔서, 근데 또 할아버지도 돌아가신 상황에서 아버지는 할머니께 거칠게 대하지도 못하고 마음고생 많이 하시죠.. 근데 또 제사 땜에 어머니도 고생 많이 하셔서 두 분 싸우면 또 아버지가 수습하고... 암튼 가부장제의 잔재가 남자든 여자든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경년도 참 좋았죠. 마지막 문장이 진짜 아리더군요.. 다만 거기서, 왜 아들이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밖에 없었는지도 문제가 되긴 되겠군요.

저도 하르피아이 되게 맘에 들었습니다. 남성들의 ‘방관의 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극단적 집단논리에 반발하는 여성들도 존재한다는 것까지 다루다니요. 현실과 판타지를 버무리는 실력은 역시 구병모 작가님!

이방인, 제가 주인공이 게임 중독자라 말했던가요... 암튼 이건 남성과 여성의 장르적 고정 역할을 뒤집었다고 해야 하려나.

그나저나 최정화 작가님은 너무 난해하게 쓰셔서, 알아먹기 넘 힘들었..

갈매미르 2018-07-06 21:13   좋아요 1 | URL
이방인. 형사보다는 범죄자를 좋아하는지라 처음에 딱 보고 별로그닥이었다가 점점 좋아졌어요 ㅎㅎ 이런 느와르물이라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는 손보미 작가가 쓴 줄도 몰랐네요. 그들에게 린디합을에서는 생각도 못했는데 점점 발전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쇼코의 미소 이미 보셨더군요 전 미카엘라가 가장 좋았네요 ㅎㅎ 신작도 의외로 폭발적인 인기였습니다. 한국작가책 보시는 분 만나니 좋네요 ㅋㅋ 제가 가는 독서모임은 한국소설만 추천하면 대부분이 뭐 씹는 얼굴입니다 ㅠ 특히 최은영이라던가 김덕희라던가 박찬세 세대들이 맘에 안 드신다나....
 
바디픽션 - 몸에 관한 일곱 가지 이야기
김병운 외 지음 / 제철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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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일어난 목하가 나직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다. 그 목소리만 남아 있다면 이곳에 영원히 붙박여 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목하에게 그 말을 했나, 만약 하면 너무 자주 하게 되는 거 아닌가 염려하다 보니 한 번도 꺼내지 못했다.


 


 

 

애정표현은 생각나는 대로 합시다.
나는 그렇게 하니 후회하는 게 없음.


1. 강의를 듣거나 수업을 들을 때 삑사리가 나는 선생님들을 많이 본다. 특히 학원의 스타강사일수록 더욱 그런 듯하다. 소설 속 등장인물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가정환경때문에 억척스러워진, 흔한 한국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시달려 있었다. 어머니를 갑작스레 잃은 그는 어떻게 세상과 삑사리를 잘 다스리고 교섭해나갈 수 있을까. 독특한 발상이 인상적이었던 김병운의 말 같지도 않은.
정직이 최고라는 교훈도 덤으로 보여주는 듯한 올바른 소설이다.



 


2. 원래 나이 들면 썩는 것과 상관없이 치아가 흔들리고 이상 생기고 그러긴 한데 한 번 치과 안 가본 사람들이 꼭 민감하게 반응하더라.


책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1년에 한 번 돈 내고 스케일링 받으면서 정보 캐보세요(...) 어떻게 하라고 다 얘기해 준다. 양심 있는 의사라면 심각해지기 전에 되돌리거나 유지할 수 있는 관리방법 가르쳐준다. 그러나 이 여자의 경우 진료하러 간 치과에서도 쓸데없이 CT를 찍지 않나 재수 좀 꼬인 듯.



 


ㅠㅠ 아니 그나저나 남자 왜 이리 팩트충이야.


팩트충은 사실 위기를 벗어나는 데 적합치 못하다는 걸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가 이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지는 중년 아닌가? 그런 건 언급도 안하다니 지만 살려는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지적질 좀 고쳐야겠지만...



 


3. 불능의 천사는 내가 유독 주목하는 시인의 단편소설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사무장의 명령을 받고 한 히키코모리로 보이는 단장님의 아들을 돌보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고 허구하면 집안에서 난봉을 일으키는 소년을 증오했지만, 그도 질리다보니 점점 소년이 갖혀있는 복층의 단독주택이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소년과 단장님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려 시도했지만, 소년의 단장님에 대한 애틋한 충성심과 단장님의 맹렬한 거부를 발견할 뿐이었다. 방임가정의 단면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집단에 소속되어 평범하게 살려는 맹목적인 심리를 잘 짚어낸다. 어느 정도는 청소년 시절의 나 같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평범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시기를 단장님의 과민한 반응 때문에 더욱 힘들게 보내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단장님의 맹목적인 거부는 소년의 특성을 말라죽이려는 통과의례같기도 한데.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주인공이 소년인지 소년이 주인공인지 주변 사람들도 주인공도 헷갈려하기 시작한다. 주제도 주제지만 필체가 꽤나 광기에 절어 있다.

4. 솔직히 유재영 이번엔 좀... 기억을 빼가서 무언가랑 교환하거나 저장하는 스토리는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흔히 쓰이는 이야기인데. 특이한 거라곤 배급형태 정도;; 단편에게 너무 거창한 걸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말가면 좀 달라지려나.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다.)



 


5. 내가 책을 읽을 때마다 부모님은 나에게 눈으로 묻는다. 너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많은 실수를 반복하느냐고. 너는 허영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무리 나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회적 인기를 외면하기 위해 수없이 책읽기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그렇다면 어쩔거냐고 되묻고 싶었다. 그걸 알아봤자 내가 책읽기를 중단할 수 있겠냐고.


무슨 수를 써도 종국에는 죽음에 처할 뿐이라고 전남친은 말했다. 그에게 묻고 싶었다. 그걸 물어봤자 어쩔 거냐고.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냐고, 혹은 책이 어떻게 해줄 수 있냐고. 문송합니다 라는 말이 생각났다. 중요한 때 튀어나오는 습관만큼 나와 내가 읽은 책은 무력하다. 그러나 내 몸 밖에 있는 남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하더라. 자타가 인정하듯이, 내가 잘하는 일은 오직 내가 하는 덕질에 사람들을 영업시키는 일이다. 나만큼 사람을 쓸모없어지게 하고 실수를 반복하게 하는 일에 남을 끌어들이게 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차라리 사람을 바이러스에 가깝게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최근엔 친구와 오디세우스와 일리아스를 읽기로 했다. 떠벌리는 것 외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고대 시절 이야기에 남을 빠뜨리고 파탄내는 내가 죄인이지 뭐. 그러나 몸에 밴 기억은 그만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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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무시 어린이 생활 영성 시리즈 15
수잔 케이 리 지음, 빌 클락 그림, 권혜신 옮김 / 두란노키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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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번 다른 사람에게 내 섹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가로막히고 말았다. 애인과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잤네 잤어, 하며 웃던 친구들은 정작 애인과의 섹스 얘기를 하면 네 잠자리 사정까지는 듣기 좀 그렇다며 막았다.

1. 역시 킨제이 보고서는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이쪽 업계(?) 내에서는 짱인 듯하다. 배운 적이 없는 관계로 무성애라는 관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아직도 통용되는 걸 보니.



 

 


2. 언해피에서 오토코리섹슈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모에화하다니 섬나라는 역시 대단하다.)



혹시 무성애자에 관해 좀 친숙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참조해도 되겠다. 주인공은 공사판 안내표지를 사랑하며, 이런 자신을 이상하다 여기며 끊임없이 경계하다 결국 정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어느 학교 내의 대안교실에 입학하게 된다. 사실 오타쿠들에게 그나마 좀 친숙할 수도 있는 소재가 바로 이 오토코리섹슈얼이겠다. 피규어같은 사물이라던가, 애니메이션의 어떤 캐릭터를 진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3. 대체로 남성들이 테크닉이 없어서 발생하는 여성들의 성적 흥미 저하(...)의 특징을 여전히 여성의 '오르가즘 문제'로 돌리는 남자들이 많다.


그래서 여성의 바람을 의심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 그 다음 농담으로 동성애자냐 아님 무성애자냐 은근슬쩍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또한 독신주의자들이 주로 "오랫동안 애인이 없다보니 무성애자가 될 것 같아."라는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성애자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남녀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아닐까. (나는 무성애자의 요소라고는 1도 없기에 이 글은 추측이다.) 이는 무성애자들끼리의 만남을 자칫 이성간의 관계로 정의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성애자 하면 어렴풋이 생각나는 게 있었다.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남녀관계와 관련되어 있는데 무성애자들은 그럼 그런 때엔 조용히 있는 걸까?' 그런데 무성애자들도 로맨틱한 관계는 추구하고 있더라. 그동안 함부로 선입견을 품었던 데 대해서 반성한다.



 


4. 여자가 여친일 때 섹스하면서 동영상을 찍는다. 여자가 헤어지자고 하자 남성이 그 영상을 보여주면서 협박한다.


나명원 씨의 글이다. 왠지 정말로 있을 것 같아 무섭지만 나는 한 번도 이런 복수를 당한 적은 없어서 다행이다. 대신 헤어진 남친에게 살해될 거란 예고(?)를 받긴 했지만. 자기 혼자 보고 자위할테니 동영상 한 번만 찍자는 남자놈들 말 진짜 믿으면 안 됩니다. 그거 하면 항문섹스하자 그러고 그거 끝나면 지 친구들하고 돌림빵하고 싶은데 상대해주면 안 되냐 그러고 그거 해주면 다른 여자하고 자도 괜찮겠냐고 물어보고 그거 허락하면 아마 그 여자랑 님이랑 쓰리썸하고 싶은데 괜찮냐고 할 것임. 완강히 저항하라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애초에 애인이나 부부관계도 남이라 생각하라. 다 캡쳐하고 녹음하고 일일히 점검해봐야 됨. 실제로 저 일을 다 겪어본 분도 처음에는 남자가 괜찮다 그렇게 생각했고 나랑 주변 사람들도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지. 그리고 미친 놈들아. 여친 가지고 AV 그만 찍어라. 잘 살고 있냐. (한 분은 SNS 하고 있고 유투브에서 게임 방송 중이다. 다른 한 분은 모르겠음.)



 


5. 좋으면 스킨십도 하고 싶고 뭐 그래도 관계까진 하기 싫을 수 있는 거 아닌가.


Part 1이란 수필에서도 남자가 허리를 감아서 끌어들이니깐 여주도 두근두근하더만. 하도 다른 인물들이 고자고자 욕하고, 그거 안 하면 무슨 문제있는 것처럼 난리치니깐 에이섹슈얼이라 하면서 거리를 두고 세상에 천천히 접근하는 게 아닐까가 내 생각이다. 솔직히 사귀면서 섹스 따지면 정상적으로 볼때 쫌 그쵸.

 

"연애가 다 그렇죠 뭐. 혼자 사는 게 짱이에요."
그는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는 선배님도 예전에 연애 했다면서요."
"뭐 할 때는 좋죠. 암요."
"와. 진짜 태세전환 빠르시네."
"제가 한 우디르 합니다. 우디르 해 본 적은 없지만요."



 


놀랄 게 많다.
여자분이 혼모노 롤덕후다.
남자보다 2살 정도? 연상이다.
책에서의 비유라면 여자가 고자다.
그보다 이거 연애물인데 수필이다.
아니 근데 이거 무성애자에 대해서 쓴 책 아니냐.
그럼 뭐지? 쵸비츠인가?
배울 게 많은 분야(?)인 것 같다.


그나저나 섹스 좀 안 한다고 해서 고자라고 놀린다니. 은따인 내가 이런 말 해도 될까 싶지만 저런 말하는 애들을 왜 친구로 두고 있냐 ㅉㅉ 하기야 나도 숫한 남캐들에게 고자고자 거렸지만. 갑자기 머릿속을 지나가는 애들이 몇 명 있구나. 아니... 그동안 고자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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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 경계선적 문학
임상태 지음 / 문학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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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하잖아, 언젠간 노트르담 성당의 딸이 될 거야. 쇠기침을 몰아쉬며 그녀는 말을 했고 십자가는 멀리, 붉게 돌고 있었다.
하 늘 이, 내 리 신 병...이래.
(...) 우리는 그리움이라는 성수로 침례를 행한 후 카펜터즈의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를 불렀다. 미지에 주파수를 맞추자 밀교의 종탑으로 향하는 흰 계단이 달을 넘고 있었다.

나는 우주인이야, 벗어나게 해줘...................!
(...) 노래를 멈추려 했건만 쉴 새 없이 혀를 토했다. 어미 잃은 고양이마냥 목울대가 터졌다. 목사님이 안수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단다-. 중창단이 찬양집회를 해도, 소용이 없단다-. 어떤 권사님은 노래가사에 '응답하라!'는 남자 목소리가 수상하다며 혀를 잡아 빼려했고, 그래서 함께 울었다.

 


 

처음 글을 볼 때부터 아 뭔가 천재시다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보통 이러한 글귀에는 느낀 바를 글로 쓰려하지만, 도저히 쓸 용기가 안 난다. 저 명문에 나 따위가 페북에 휘갈겨 덧붙인 글은 얼마나 욕되어 보일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느끼고 지나가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농담조차도 굉장하시다.
페미 쪽으로는 진짜 아닌 사람인데 그냥 그쪽에 대해서건 어느 쪽에 대해서건 할 말이 없게 만듬;;;
문장이 그냥 압도적이라고 할까.
물론 서슴없기도 한데, 그냥 한 문장 한 문장이 확 다가오는 게 있다. 저자는 스마트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냥 시가 아닐까 한다.

교회에 다니신 적이 있는지 성경(특히 구약) 이야기를 요약해서 코믹하게 단편소설로 펴냈다. 시리즈로 연재했으면 좋았을 텐데 출애굽기에 한정되어 이야기되서 상당히 아쉽다. 그러나 지금만으로도 교회의 상당히 핵심적인 약점을 집어서 날카롭게 풍자적으로 성경을 해석해냈다고 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교회 이야기는 시 쪽이 훨씬 괜찮았다.

 

된장찌개에 막걸리,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어차피 예술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잘 섞거나 어울리는 것을 어울리지 않게 섞는 편이 훨씬 예술적이다. 어울리는 것을 어울리게 섞으면 새로울 게 없다. 나는 막걸리 한 잔도 새롭게 마시고 싶다.
내가 해변을 달리는 이유는 아직 꿈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땀내 절은 팬티를 동해의 짠바람에 오징어 머리처럼 말려야 할 것 같다는 미묘한 예감.


 


강원도 양양에 사신다고 하는데 강원도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펜의 힘차고 대범한 움직임이 마치 깎아지른 듯한 설악산의 바위를 닮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들 실험적이긴 했지만(...) 여러 장르를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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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
김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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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때문에 빠듯하게 짠 일정 안에서 각 나라의 수도와 국립박물관, 유적지를 찍고 다니느라 무슨 서바이벌 게임을 치르는 것 같았다. 단 한 군데라도 빼먹으면 '유럽일주'를 하지 않은 게 될까 봐 몸살기가 있어도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 '가봤다'를 증명할 일이라도 생길 줄 알고 입장권과 안내서 따위를 악착같이 챙겼고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셀카를 찍어댄 뒤 곧장 페이스북에 전시했다. 친구들은 내가 게시한 사진과 글에 별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철저한 무반응이 부러움과 시샘의 메아리라 해석하고 더 많은 사진과 글을 올렸다. 여행은 그렇게 일상과 마찬가지로 관성으로 진행됐다.

세계 곳곳의 역사 지리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등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취합되어 있고 따라잡기 불가능한 속도로 매일 업데이트된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여행은 철저히 이미 체험한 이미지와 관념의 재생이다. 여행자들이 쏟아내는 안내서는 투입한 금액과 시간에 비해 매우 큰 수확을 건졌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환상을 강요한다. 필연에 거만해지고 우연에 환호하는 게 여행기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혈에 나오시는 분은 이렇게 건장하시진 않으나 치료받으러 오시는 여성 분의 포즈는 구체적으로 이렇지 않을까 상상된단 말이다.


0. 그래도 직접 해보지도 않고 부정하기는 싫으니 해보겠다는 주인공의 자세가 나오긴 하다. 그렇지만 나도 이 작가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이 의견에 찬성이다. 첫째로 나는 여행가서도 책을 가져가서 읽는 타입이니 (그래서 사막은 못 갈듯. 땀이 책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 나같은 놈이 해외여행을 가봤자 돈만 날리지 싶다. 두번째로 항상까진 아니지만 경치가 좋다 해서 여행갔다가 생각보다 별로인 곳들이 종종 있고, 몇번이나 이 파라다이스 같다는 곳이 눈앞에 있는 저곳인가를 확인해본 적도 있다. 해외를 간다고 그렇지 않을까? 진짜로?

1. 전복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좀 뚱한 동네 삼촌 같은 편인데 악스트에서 본 김덕희 단편에서도 비슷한 성격이 주인공이다. 이 사람도 말라죽은 앵두나무 이하생략 시집을 낸 분처럼 비슷한 의미에서 마음에 든다. 내용은 좀 올바른 면이 있으나 그를 표현하는 주인공도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세상은 주인공보다도 더 삐딱하게 기울어지는 느낌이랄까?

여성들은 대부분 소작농같은 신세이고 남성들은 대부분 건물주가 된 유리천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병정은 아니지만 을인 아버지의 비애, 주인공의 따분함 등은 약간 소설의 주제와 어긋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짤막한 사건과 주인공의 소소한 행동의 변화로 마지막에 겉돌았던 주제를 깔끔히 통일시킨다. 여전히 찝찝함은 지울 수 없지만.

2. 급소는 왠지 장과 주인공을 엮으면 BL물 같기도 해서 좋았다 헤윽 커플로 맺어주고 싶다 되려 핏줄이 이어졌을 것 같기도 해서 더 금지된 커플같은 냄새가 나 저 둘이 커플이라고 작가가 공식 인정해주면 나 마구마구 핥아댈 자신 있는데(아냐)

3. 아니 진짜 방심하고 봤다가 빵 터진 절차가 있습니다 소설 ㅋㅋㅋ 90년대 판타지 소설 때 왠지 독자가 배꼽을 잡고 웃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불태워질 듯이 모든 걸 걸고 개그를 추구하는 유행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그 잔해를 보는 듯하다. 어쩌다가 화장실에서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키들거린 적은 오랜만이라 왠지 화장실을 나오니 아랫집 윗집에서 초인종을 누를 것 같은 불안이 스며나왔다. 왠지 뒤로 가면서 갑자기 반전(?)이 뜨지만 그것도 매력있다. 어쩌면 전복처럼 뜬금포 결말이 작가만의 컨셉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맘에 드는 작가라서 그런가 해외여행에 대한 견해도 나랑 많이 비슷하다. 이거 반드시 독서모임에서 엄청 까일 거 같은데(...)
그리고 이 단편소설을 읽은 그 날 난 출근했다가 갑자기 유니폼을 두고 오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원래 걸어서 50분 걸리는 거리를 30분 만에 주파했다 한다;;

4. 흙에 그린 개는 짖지 못한다는 대사는 흙수저의 조선시대 버전 표현인 듯하다. 여기선 노비인 주인공이 글을 베껴쓰다가 양반에게 들키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임기응변을 쓰는 거지만 어느 정도 맞는 듯하다.

5. 작가가 본래 편집자 출신이라 그런지 편집 일에 대한 애환의 글이 하울링에서 좌르륵 펼쳐진다. 하기사 나도 무슨 웹진에서 편집을 맡았다는 사람의 SNS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떠나 너무 문장 성분이 엉망진창이라 지적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웹진 편집일 하시며 잘 살고 계시리라. 여기다 내 연휴 내가 쓰는 데도 눈치를 본다거나 갑자기 사직을 당하는 상황 등 직장인 독자가 문득 공포로 소스라치게 되는 요소가 잘 섞여 있다.
그나저나 걍 연차 내고 쉬겠다는데 직원들끼리 같이 좋은 데 나가자니 ㅋㅋㅋ 사장 양심있냐?

6. 여자한테 대쉬하되 시도하지 말아야 할 게 세 가지 있음.
첫째, 밤중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지켜주겠다느니 쇼하지 말 것.
둘째, 아무리 친한 척했더라도 여자가 좋아하는지는 꼭 물어볼 것. 아무리 여자가 튕기는 스타일이라고 해도 자리 깔고 진지하게 물어보면 튕길 자리 안 튕길 자리 지가 다 알아본다.
셋째, 서프라이즈 하지 말 것. 의외로 싫어하는 사람 많다. 눈치라도 고단수던가.
여자한테 대쉬하기 위해선 배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설에서 고 주임이 하듯이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식사를 하러 좌식에 앉을 때 모포를 가지고 와 하체에 둘러주기, 인도를 걷고 있으면 여자가 차 다니는 쪽으로 걷지 않게 끌어당겨주기 등. 사실 기본적인 매너인데 그런 것도 못하는 남자들 많더라. 물론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할 때 고 주임 같은 사람이 가장 부담스럽게 대시해대서 곤란스럽긴 하지만 ㅎ..
철학서와 시집을 같이 보는 중인데 난 철학자보단 시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하울링에서는 가상세계에서의 일이지만 시인이 교수에게 굽신굽신거리는 장면이 나오니 꼭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난에 쫓기는 시인만 있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 또래의 유명한 시인도 아버지가 목사라고 하니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것 같고. 시인 몰까.

7. 가장 별로였던 소설은 코뮈니케이터. 소설 제목으로 상당한 기대가 있었는데 내용이 너무 발랄해서 따로 노는 게 문제였다. 전적으로 신예 작가답지 않게 묵직한 기술이 많은 김덕희의 작품을 생각해보면 뜻밖의 작품이고 가볍게 쓰려고 노력한 게 돋보였으나, 요즘 제법 심각한 문제인 게 개에 대한 이슈인데 너무 가볍게 치고 나가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혈. 가시 자국ㅡ혈2보다 훨씬 더 뒷부분에 실려있는 작품이다. 순서가 멀어진 것에 대해서 직접 이유를 물어보고는 싶었지만 하필 저자가 한무숙 상을 타는 날이 독서모임 있는 날인지라; 근데 퀄리티는 가시 자국ㅡ혈2보단 못하단 느낌이다. 가시 자국ㅡ혈2가 시원스레 결말을 냈다면 혈은 어딘가 자꾸 겉돌고 있단 느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서울에 살던 때 쓰지도 않을 송곳을 비상용이라 고집하며 자꾸 가방에 넣고 다녔을 때처럼, 남자도 한번쯤 그런 날카로운 뭔갈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기분이 있구나' 정도의 인상?
김형중 씨의 평론은 별로였다. 물론 나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본 적 있지만 김덕희의 작품에 비교하기엔 좀 그렇지 않은가? 현실을 반영했다기엔 몽환적인 부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말이다. 자망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배경이 비 오는 강이다 보니 악몽같은 느낌이 배후에 깔려 있다. 그래서 한 소설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뗄 수 없는 게 이 책의 매력인데 평론 끝까지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더라. 굳이 이 책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인셉션에 정치 이야기를 어중간하게 섞은 듯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급소는 한국의 보통 마초물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성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게 힘든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받았지만 여성들의 결을 파악하려 작가가 더 노력한다면 마초물이란 비난은 받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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