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급기야는 1시 40분에 모임이 있다는 공지를 보았으면서도 2시에 도착해버렸다. 다행히도 지도원들이 친절하게 기다려주셨다.(나중에 알고보니 양천구청역에서 강림교회까지는 멀고도 멀었다... 더 늦게 가서 사람들 놓쳤더라면 큰일날 뻔했네.) 왠지 조용한 팀이다 싶더니만, 알고보니 거의 대부분은 봉사활동에 처음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친근하게 대해준 탓에 간신히 말을 트고 통성명까지 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 수줍음이 많아서 거의 말은 못했지만 처음으로 말문을 연 것만 해도 나에겐 큰 진보였다. (라고 자기위로를 좀 해본다;;;) 추석날인데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일이 남아돌았다. 일하는 곳에 무작정 끼어들었다. 일회용 접시에 비닐랩을 덮어씌우고, 볶음밥에 넣을 양파와 당근을 썰고, 야채전을 부쳤다. 전부 다 처음 해 본 일이라서 힘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했다. 뭐 양파는 본인의 아침 주식이기 때문에 다듬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눈도 별로 따갑지 않았고. 사실 마지막 야채전이 제일 고비였다. 부루스타가 모잘라서 밖에 설치되있는 가스레인지에 쭈그려앉아 부침개를 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추운 건 둘째치고 야채전에 모래가 들어갈까 조마조마했다. 전 뒤집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내가 힘들게 전을 뒤채는 모습이 딱했는지, 전이 핫케이크처럼 되는 게 못마땅하셨는지, 옆에서 지켜보시던 아주머니가 일을 도와주셨다. 야채전을 다 부칠 때 MT때처럼 봉사자들이 동그랗게 모여앉아 제육볶음을 익혔다. 제육볶음을 다 익힌 다음에는 멀쩡한 송편을 비닐봉지에 15개씩 골라넣는 일을 했다. 방앗간에서 만들었다고 하기엔 터진 송편들이 너무 많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봉사자들이 21일날 쌀을 찧고 반죽까지 직접해서 만든 송편이라고 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세상에는 역시 착한 사람들이 많다. 대야에 고기를 쏟아놓고는 직접 그 많은 고기를 양념하시는 남자 한 분이 계셔서 입만 딱 벌리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 분은 호텔에서 주방일을 하신다고 한다. 유명한 호텔에서 주방일을 하신다면 상당한 월급도 받고계실텐데. 얼핏보면 자기 월급과 상관없는 사람들을 성실히 도와주시는 그 모습에 감명했다. 저녁 10시에 노숙인들께 음식을 직접 나눠주고 싶었지만 과제가 있어서 저녁 7시에 그 곳을 나왔다.  

 일단 글을 보시는 분들께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일단 봉사활동을 하면 아무리 사람이 남아돌더라도, 아무리 할 일이 없더라도 할 일을 스스로 만들어라. 옆에서 어쩔 줄 모르고 우물쭈물하기만 하고 있으면 그저 방해물이나 장애물이 될 뿐이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 한마디도 없이 묵묵히 있다간 분위기까지 깨버리기 쉽다. 물론 잡담이 너무 많고 시끄러우면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방해되겠지만, 낮은 목소리로 하는 잡담은 분위기를 업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오늘 모임에서도 몇몇 그런 사람들을 봐서 내심 답답하던 차에 적어본다. 

 P.S 사진은 본인이 빚은 하트표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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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를 무시하는 어떤 아기한테 끈질기게 인사를 했다. 내가 귀찮았는지, 아니면 이제 부끄러움은 사라진건지, 혹은 진료가 끝나서 홀가분해졌는지 나는 그 녀석의 심정을 모른다. 어쨌던 그 녀석은 나한테 통통한 손을 흔들어줬다. 일할 게 없는지 사방을 뒤적거리다보니 침대를 혼자서 옮기시는 간병인 할머니가 계셔서 도와드렸다. 항상 당신이 직접 침대를 나르셨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침대가 잘못하다 모서리에 부딪치면 환자가 아플 수도 있으니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결국 내시경실까지 옮겨다드리고 병실로 다시 들어가는데 침대에 누워계시던 환자분이 문득 내 등 뒤에서 "고마워요"라고 말을 건넸다. 이 모든 게 봉사활동으로 인해 받는 보답이다. 좋은 일하고 인정받는다는 기분, 사랑받는다는 기분, 내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봉사활동으로 인해서 받는 정신적인 보답도 있다. 적어도 죽어서 천당에 갈 거라는 안도감이나 만족감이라도 생긴다. 그러나 역시 실패한 일들이 많다. 우선 병실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다보니 물건을 놓으려 해도 일일히 간호사들에게 물어봐야 했다. 게다가 간호조무사를 했으면서도 얼음주머니를 채우는 일은 처음이라 빨리 진행하지도 못했고, 무엇보다 얼음을 사방에 흘렸다. 만일 내가 병원에서 봉사활동으로서가 아니라 취직한 간호조무사로 일했더라면,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병원에서 나와서 학교로 오자마자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반성했다. 아직 사람들을 제대로 도울 만한 자세를 갖추려면 좀 더 많이 배워야 하나보다.  

 일을 끝내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간호사분들이 나에게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가져다 주셨다. 일도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데 항상 먹을 걸 주시니 그저 부끄러울 뿐이었다. (일단 받아두면 열심히 먹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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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회차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했는데, 본인은 대학을 다니면서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니고 있다. 

  다들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그것도 의대로 유명한 C대를 다니는데!) 어떻게 보수도 짜고 힘든 간호조무사를 하느냐면서 반대하지만, 글쎄. 그 분들의 말대로 내가 현실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순전히 본인은 영시를 배우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고, 아이들을 만나고 자료를 만들며 즐겁게 가르치고 싶어서 아동학과를 복수전공했다. 정말이다. 덕분에 졸업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취직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게 더 생겨서 어쩌면 대학원을 더 다닐지도 모르겠다. 진짜다. 아직도 뻔뻔스럽게 금속점 자영업을 하고 계시는 부모님 등쳐먹으면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권력을 잡는 일이 싫다. 스스로 손목발목을 의자에 칭칭 매서 눌러 앉게 하는 그 권력욕이 싫다. 이걸 해도 저걸 해도 어쩔 수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적은 보수로 나를 희생(?)하면서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아무튼 그 봉사활동을 하러 나는 비가 바닥을 뚫을 것처럼 콸콸 쏟아지곤 하는 길을 걸어 부천성모병원으로 갔다. 의욕이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봉사활동을 많이 해봤고, 어떤 복장을 해야할지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심지어 어떻게 사복을 입은 채로 환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도 잘 안다. 자, 힘내자! 그러나 어제 대학졸업시험 중 하나에 속하는 연극을 마친 상태라 나는 반쯤은 졸려서 입을 헤 벌리고 있었고, 나머지 반쯤은 미쳐 있었다. 의사들에게 인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이젠 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하품을 찍찍하면서 제 6병동으로 올라가보니, 다짜고짜 침대를 옮기는 일을 시킨다. 어차피 병동 간호사들은 이 글을 보지 못할 테니 내가 스스로 병원을 변호하자면, 다음주 월요일날 공원에서 환자들을 모아놓고 축제를 하기 때문에 바쁘다고 했다. 그러나 "월요일이나 화요일날 일할 수는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대놓고 지친 표정과 풀린 동공을 드러내신 수간호사 님에겐.... 애도를. 

 다음주 월요일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드러내듯 매섭게 내려치는 금요일의 비를 무시하고 환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신없이 프린트물과 전단지를 살펴보는 간호사들에게 새삼 감탄했다. 확실히 이 병원은 나와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동안 했다. 적절한 긴장을 주기 위해 몇 번 동안이나 이 곳이 큰 병원이라는 암시를 스스로 심어주어야 할 정도였다. 오늘은 내 상관이라는 분이 오시지 않은 덕분에 인사도 생략할 수 있었고, 굳이 일을 찾으러 빨빨거리고 다니지 않아도 저절로 일이 생겨서 심심하지 않았다. 주로 환자가 아프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를 옮겨주는 역할을 했다. 아픈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은 언제나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일이 조금씩 느려졌고, 일하는 아줌마들은 불평의 기색을 숨기지 않으셨지만. 

 역시 병원에서 일하면 이런 점이 좋다. 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환자가 되었던 환자의 보호자가 되었던 환자의 문안을 보러 온 사람이 되었건간에 곤란에 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두서없이 말을 걸 수 있다. 손도 마음껏 잡아줄 수 있고 힘내라는 말도 건넬 수 있다. 상대방이 기운을 차리면 나도 같이 기운이 나는 듯하다. 게다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깐깐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극도로 성격 나쁜 사람은 없다. 오늘도 처음 만나는 봉사자에게 부담없이 대해주셨고, 피곤해서 성격 나빠진 내가 버릇없이 행동한 일도 너그러이 봐주셨다. 병원 관계자가 아닌 봉사자에게도 쉴새없이 음료수와 과자와 커피와 피자 두 조각을 건네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다. 간신히 있는 기운 없는 기운을 다 짜내서 저녁 5시까지 병원 사람들을 도와주고 학교로 왔다. 다음에 병원에 익숙해지면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사진도 찍어 올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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