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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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경주에 참가하는 이들은 스스로 그 직업을 선택한 군인이라는 것을 잊으셔선 안 됩니다. 또 모든 직업은 영광의 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이것이 곧 군인으로서의 직무니까요. 권투라든가 스페인식 투우라든가 하는 종류의 추악한 경기는 야만의 표상입니다. 그렇지만 전문화된 경기는 문화의 표상이지요."



 


말박이들이 좋아할 만한 대사라 올려본다. 그렇지만 여기서 잠깐 출연하는 말 프루프루는 너무 불쌍했다 ㅠㅠ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문학 사상 가장 압도적인 첫 문장으로 꼽히는 톨스토이의 이 작품 속 이 문장은, 이 속에 담긴 다층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다'는 문장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치환시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을 행복의 필요조건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은 사유리 씨에게 "애비 없는 아이를 낳을 셈이냐?"는 오지랖을 떠는 배경에도 이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작용한다.

저 첫 문장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해석하는 것이야 말로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오독이고 톨스토이에 대한 모독이다.

'행복한 가정'의 '서로 닮은 점' 딱 한 가지는 오직 '관계'다. 그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사이의 관계가 어떠한지가 행복을 더 많이 규정한다.

독서모임하다가 어떤 분이 저 행복한 가정 어쩌구 구절에 관련해서 한 얘기가 있는데, 지금은 뭐였는지 자세히 기억도 안 나지만 그게 너무 마음에 안 들고 심지어 기분까지 나빠져서 ㅡㅡ 소설에 대한 감상은 자유이지만 지 머가리에 사로잡혀 작가의 의도까지 무시하지 말자.

 

은근 경마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일단 돈도 거니 경마라 치자.). 말이 가자는 대로 기수가 따라야지 말을 힘주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몰려고 하면 그것이 아무리 선한 의도였더라도 끔찍한 일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런 걸 봐도 그렇지만 톨스토이는 어지간히 교훈을 던져주려는 의도가 다분해서 어릴 때 보면 딱 좋은 작품들을 많이 쓴다. 그래서 이 분이 쓴 인생론을 본 후에 소설을 보게 될 경우 지루함이 몰려들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톨스토이가 쓴 소설은 왠지 필요 이상으로 일상적인 장면에 페이지를 과하게 할애하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프루스트처럼 의미 있게 연출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도 그게 닥쳐왔지만, 어떻게든 페이지를 넘겨보려 노력했다. 다행히도 내가 관심있어 하는 여성들의 수난 이야기라서 그럭저럭 잘 넘어갈 수는 있었다.

 

'알라빈은 유리탁자 위에서 오찬을 베풀고 있었어. 그리고 탁자들도 모두 Il mio tesoro란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아니, Il mio tesoro가 아니라 뭔가 훨씬 훌륭한 노래였어. 그리고 그 탁자 위에 목이 길고 귀엽게 생긴 병들이 있었는데, 그것들도 모두 여자였어.'



 


가끔 이렇게 음악을 소개?해주듯이 하더라. 확실히 뮤지컬 영화로 만들면 딱 좋겠음.

 

무엇보다도 불쾌했던 건 그가 즐겁고 흐뭇한 마음으로 아내에게 선물할 큼직한 배 한 개를 손에 들고 극장에서 돌아왔을 때, 아내의 모습을 객실에서도 서재에서도 보지 못하고 마침내 침실에서 모든 것을 폭로하고 만 그 불행의 편지를 논에 들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서른네 살의 미목이 반듯하고 다정다감한 사내인 자신이, 지금 살아남은 다섯 아이와 이미 죽어버린 두 아이의 어미이며 그보다 한 살밖에 젊지 않은 아내한테만 빠져 있지 않았다고 해서 이제 와 새삼스럽게 뉘우칠 마음은 없었다. 그는 다만 아내의 눈을 좀 더 솜씨 있게 속일 수 없었던 것을 후회하였다.


 


 

말뽄새봐라 ㅅㅂ ㅋㅋ 어릴 때도 이 구절 때문에 이 ㅅㄲ 뭐야?하고 때려친 건데 지금 봐도 대환장파티네.

 

스테판 아르카디이치는 과격하지는 않지만 다수가 지지하는 주의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는 자유주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다. (...) 자유파 사람들은 말하기를ㅡ아니, 그보다 암시하고 있었다는 것이 적절할지 모른다ㅡ종교는 인민 가운데 야만층을 위한 재갈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스테판 아르카디이치는 비록 짧은 기도라 할지라도 두 발이 쑤시는 일 없이 견뎌낼 수가 없었고, 또한 이승의 생활이 아주 즐거운데 구태여 저승에 대한 두렵고 과장된 말이 무엇때문에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또 인상적인 구절에 스테판 아르카디이치가 나오는데 이 망나니가 나오는 첫 장면이 워낙 충격과 공포인지라(...)

그나저나 신문은 또 톨스토이 본인 꺼라는 게 소름 ㅋ 이 글 쓸 때에도 눈 앞에 신문이 있었을 거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레빈은 정말 성격이 톨스토이 보는 줄 알았다. 매사 뭔갈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행동하는 츤데레 성격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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