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페달 68
와타나베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부라기 잇사는 1학년 중에 유일하게 인터하이에 출전하게 된다. 그러나 긴장감이 지속되자 중간에 탈진하여 뒤로 밀려나는 현상이 일어난다. 뒤에서 그를 관찰하고 그에게 신의 쪽지를 건네주며 적절한 행동을 지시해줬던 아오야기는 이번에도 집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카부라기에게 쪽지를 건네준다. 애니송을 부르라는 것이다. 카부라기는 그에 대해 기존의 어느 멤버보다 더 강렬한 저항감을 느낀다. 카부라기의 쪽팔림에 이끌려가듯이 집단도 노래를 부르는 아오야기를 비웃는다.

굉장히 상징력이 있는 장면이라 생각난다. 더불어 테니스 경기도 생각났다. 최고 테니스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며 경기를 벌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샤라포바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관중들에게는 그게 소음으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나, 코치 등의 프로들은 그 고성을 건설적인 에너지 방출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테니스 경기에선 보통 선수들이 고성을 낸다고 해서 위법하진 않다. 하긴, 스포츠 뉴스를 보면 야구 경기 중 방망이를 내던지는 선수들도 있던데 그보단 훨씬 온건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테니스 선수들은 땀 뻘뻘 흘리면서 뛰어댕기는데 그걸 윔블던처럼 꼭 정장을 입고 가서 구경한다는 게 오히려 더 비정상 아닌가?

사실 사람들에게 심어진 대부분의 규범이란 부모가 정해준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길바닥에 침을 뱉으면 안 된다고 부모가 강하게 제재하면 그 아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길바닥에 침을 뱉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침을 뱉는 사람에 대해 도를 넘는 통제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으로 연결될 때, 그리고 우연히 침을 뱉었을 뿐인데 고의가 아니게 본인에게 튀었을 경우까지 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등 과하게 나가는 건 본인마저 용납될 수 없는 결과로 나아간다. 공공장소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큰 소리로 애니송을 부르는 건 고성방가로 민폐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정해진 시간 내 적정량으로 보면서 교훈을 얻고 옳지 않은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면, 이들한테까지 '민폐를 끼치는 오타쿠'라는 편견을 뒤집어씌우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을 회초리로 때리며 키운다 해서, 다른 집 아이에게까지 회초리를 든다면 그 집 아이는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규범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길거리에서 침을 뱉거나 이유없이 큰 소리로 노래하는 사람을 보면 불편하다. 그러나 법으로 제재하기가 곤란한 상황일 경우, 본인처럼 엄한 집에서 자란 사람은 자기 집안 내 규범을 남한테까지 강제로 적용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좀 비위생적이거나 이기적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은 단지 나보다 더 충동적인 성격일 뿐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남의 어떤 실수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점점 환멸감이 난다. 그리고 더욱 광범위한 범위의 사람들과 무난하게 잘 지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운동선수들은 승리를 위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어떠한 일이라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겁쟁이 페달을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이 작품의 원작자는 콰이어트 플리즈를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다. 경기 중 선수들이 대화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P.S 결국 원래는 그렇게까지 초변태는 아니고 그냥 엿보는 변태였는데 미도스지가 끌어들여서 진성변태로 만들었단 얘기 아니냐 ㅋㅋ 역시 미도스지 맘에 안 들어.

굳이 법적으로 얘기하자면 동성은 성추행해도 처벌하기가 참 애매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정도면 경기를 방해하는 정도라서 법은 아니더라도 내부에서 처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