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
구수환 지음 / 비아북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출발 당일 새벽 6시쯤 휴대전화에 다급한 문자와 음성 메시지가 왔다. 출발을 보름 넘게 연기하라는 것이다. 톤즈로 가는 길목에 있는 쉬벳이라는 마을에서 정부군과 주민들이 마을 성당을 놓고 양쪽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신부가 성당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인 장면이었다고 하더라. 가난도 문제지만 전쟁이 일어나는 위험한 곳에서라면 더더욱 자원봉사자를 모으기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울지마 톤즈 영화를 촬영했던 PD가 그 영화의 주인공인 이태석 신부가 사망한 이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에 관해 쓴 책이다. 나는 영화 안 보고 읽었다. 영화 본 아버지와 말을 맞춰 봤는데, 딱히 새로운 정보가 드물어서 정말 영화에 관심이 있던 사람 아니면 딱히 따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안 본 사람이라면 이 책만 보고 끝내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영화 자체도 이태석 신부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찍었다고 하니 말이다.

솔직히 교실이데아 다큐멘터리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러웠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다들 이 책 읽고 감명적이었다고 쓸 테니 난 리뷰 처음부터 몇 가지 지적질을(...) 좀 하겠다.

1. 남자들은 제발 자신이 낳아본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낳을 것 같지도 않은데 엄마 드립 그만 좀 해라.

2. 세상살이 다 겪어봐서 눈물이 메마른 사람조차도 마음 속에 눈물은 있다. 왜 굳이 이태석 신부를 보았던 마을 사람들을 모아 영상을 틀어놓고 그들의 눈물을 보고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신부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짤막한 한 마디보다 영상으로 신부님이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보여줬다니 그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다. 영상으로나마 같이 장례를 치르면서 그들도 신부님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 사람에 대한 편견이 많이 들어있다. 물론 이태석 신부가 그렇단 소리가 아니라, 저자가 그렇단 소리다. 낙태 합법화 반대를 암시하는 글에다가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비하하는 발언까지.. 성추행이 문제일 뿐이지 동성애가 나쁜 게 아닌데 말이다. 다행히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올해 동성애를 인정해주셨다. 그리고 톤즈처럼 남자가 일을 해 돈을 많이 벌어 아이들을 모조리 출세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건 선진국의 후진국에 대한 오만이다.

 

 

후반은 글쓴이 자신이 하는 일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분히 정치적이다 ㅋㅋ 하기사 이명박 뽑혔을 당시 인간들 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지 신부님 돌아가신 이슈에 관심이 있었을라고.. 대부분 기독교인이기도 했었고? 도발이라도 하지 않으면, 일부러 마이너 길을 걷지 않으면 관심을 못 끌테고(...) 아니면 처음엔 고발성 성격이 짙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고 했으니 책에서라도 그걸 살리시려는 듯.

 

영화 울지마 톤즈를 제작하면서 누구에게보다 먼저 꼭 보여주고 싶었던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입니다. 그들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은 진정성에서 나옴을 말하고 싶습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천박하고 부끄러운 것인지를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울지마 톤즈를 주인공이 신부님이라는 이유로 종교영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울지마 톤즈는 강력한 고발의 성격을 가진 다큐영화입니다.

 

 

그러나 높으신 분들이 눈 하나 깜짝할까? 최근 가톨릭 신자 출신 정치가들이 많아지니 영화를 볼진 모르겠지만, 그저 영화관에서 악어의 눈물만 보일 게 아니라 평등한 세상을 위해 지혜를 써 줬음 좋겠다. 이런 책과 영화는 상황의 시급함을 알리는 초석밖에 되지 않는다. 하긴 보는 것만 해도 장하긴 하겠네. 어쨌든 지금은 자영업자에서 쫓겨나게 생긴 아버지가 이 영화를 보고 울며, 가난한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지(...)

25년 전, 처음 입사했을 때를 떠올립니다. 입사 후 1년도 안 돼 강원도에 일 방송국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강원도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 방송국으로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10여 분이 찾아왔습니다. 그분들은 사기 분양 때문에 전 재산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며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 보름 후, 그분들의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다음날 아파트 주민들이 찾아왔습니다. 집에서 만든 떡과 과일을 내놓으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답답함을 들어줘 고맙네."

 

 

PD가 권력이 있긴 하군요; 방송국 입사 초반 땐 맨날 갈굼당한다고 누군가에게서 듣긴 했지만.

 "뭐가 많이 나서 아프냐고 물어보면, 약이 독해서 그렇지 괜찮다고 그러니까, 괜찮은 줄만 알았죠. 근데, 내가 우니까 울지 말라 그래요, 우리 아들이. 엄마, 나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조금 있으면 아이들하고 축구도 하고 그런다고. 그래서 저는 암 1기나 된 줄 알았죠. 내가 참 미련했어요. 우리 아들이 죽는다는 걸 생각도 못하고."

2010년 1월 13일 밤, 다급히 어머니에게 아들이 위급하다는 연락이 왔다.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에게 "내가 누군지 알겠어?" 하고 물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누구야?"하고 다시 물었다. 아들은 "엄마!"라고 불렀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머니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두 아들과 딸을 신부와 수녀로 보낼만큼 누구보다도 신앙심이 깊었지만 하느님이 밉고 원망스럽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까지 얘기할 게 너무나도 많았다. 우선, 가정능력이 아무리 잘 되더라도 대한민국에선 감당못할 자식 10명을 여자 한 명이 낳게 했다는 점. 물론 돌아가시고 싶진 않았겠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사람들이 어머니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이 두 번이나 막말을 했다는 점. 무엇보다 어머니가 고아라는 표현이 좀.. 물론 사회적 약자라는 표현이었겠지만 엄연히 일하며 자식을 먹여살리는 여성을 어린아이로 취급한다는 점에선 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불행하게도 어머니는 끝까지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러나 아들을 사랑하므로 아들이 행하고 있는 해외결연이 한국 특유의 국수주의로 인해 후원이 적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준 돈마저 전부 다시 돌려주었다. 자식이 선을 행하면 마음 속에 사랑을 지닌 부모는 그 몇 배로 선해질 수 있다는 좋은 예라 볼 수 있겠다.

기타의 음정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추위에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 말씀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평화 위해.

나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노래가 끝나자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 묵상은 이태석 신부가 중학교 3학년 때 가사를 쓰고 작곡한 노래이다. (...)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짓밟혔고 많은 사람들이 투옥되었다. 혹시 이런 시대적 아픔을 노래로 만든 것은 아닐까? 이태영 신부는 그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심지어 노래도 잘하셨다니 ㄷㄷ 희대의 천재이셨구나.

이태석 신부는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세 시간 동안 손수 운전해 아강그리아까지 찾아왔다. 자신이 고생했던 경험을 생각하며 아프리카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겼다. 건물 지붕에 올라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세상과 단절된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위성 안테나를 세워 인터넷도 개통시켰다. 

 

 

 

이런 면도 멋있다. 개인적으로 기술 관련 손재주 좋으신 분 부럽.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경제 잡지 포천은 2001년,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 100곳을 선정했는데, 절반의 기업이 섬김의 리더십을 경영이념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리더십에 대한 글이 나오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강조된다. 왠지 성공 관련 묵직한 자기계발서 좋아하시는 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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