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처럼 2240400404 - 우리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김준산 지음 / 페이퍼르네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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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같이 격렬했던 1969년 미국의 반전시위 현장에선

"반항심이 생기면 생길수록 나는 섹스를 나눈다"는 낙서가 유행했다.



 


 

이전에 랑시에르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떤 책에서 한 구문만 잘라서 인용한다는 건 굉장히 무섭다.


어떤 때에는 어마어마하게 책에서 표현하려는 의미를 왜곡할 수가 있다.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은 프랑스 혁명기 자코토의 일화에서 시작되었다. 자코토라는 프랑스인이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텔레마코스의 모험이라는 프랑스어-네덜란드 판 본을 학생들에게 던져주며 알아서 공부하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면서 수준이 엄청 높아졌다. 보통의 교실에서 스승과 제자의 위치가 애초에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내용인 것이다. 무지한 스승이랑 그 위계를 평등하게 하는 스승을 일컫는 말로 지적 평등에 대한 소리이다. 고로 니체처럼 책에서 나오는 학생 간 평등과는 거리가 멀고, 랑시에르의 생각보다 사상 자체가 후퇴한 느낌이 난다. 일반 사람들은 잘 알 수 없는 단어를 쓴다고 하여 책의 질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자도 팟캐스트에서 말하고 있지만, 랑시에르 등이 쓴 책을 직접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번 책에서는 이반 일리치로 전의 이론을 수정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거기서도 틀린 구절이 있다. 의무 공교육은 처음 만들어질 때와는 달리 지금은 사회적 약자들이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방은 가난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점점 더 가난해질 것이다. 학술적 가치를 따지면 고비용 비효율이 맞다. 또한 "보람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라는 책에서 저자는 의무교육을 통해서 국가와 사회는 일할때 보람을 찾아야 한다느니, 보람을 위해서 근로를 한다느니 하는 사상을 주입해서 보람이 아닌 돈을 위해 일하면 속물이라는 인식을 주입해서 노동자를 이용해 먹기 쉽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하지만 사회를 구성할 시민의 보편적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 효율을 따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 책의 또 다른 문제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읽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나이 지긋하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했는데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른 책을 추천하니 그나마 읽을 수 있겠다는 답이 나왔다. 아마 책에 쓰인 종이 자체가 어두워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좀 더 나이드신 분들에게 맞을 것 같은 내용인데 이렇게 글씨가 안 보이게 해놓으면 그나마도 팔리지 않을까 해서 아쉽다. 뭐 어차피 저자는 공무원이니 책 좀 안 팔려도 생계에 지장은 없겠지만.

 

확고한 반대자들이 출몰하는 체제가 역동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긴장시키고, 다른 의견이 자유롭게 충돌할 때 체제는 보다 나은 곳을 상상할 수 있다.


예컨대 성 소수자들이 있어야, 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다른 해석과 활력을 창조해 낼 수 있으며, 노동자들의 강성한 목소리가 있어야 자본가들의 폭거를 중재할 수 있다.



 


그래서 내 페친의 페친 분이 '성 소수자들은 어떻게 할 거냐' 물었을 때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정할 거다'로 답한 문재인의 답변은 잘못된 것이다.


진정한 보수도 아니고 단지 돈 벌기와 권력 잡기에 몰두한 오합지졸들의 파티에 의견을 구하면 안 된다. 정권을 잡았을 때 과감하게 개혁해야 그 정당에 내일이 있고, 역사에 남는 것이다. 그것은 박정희나 전두환 대통령 같은 집권주의가 아니다. 저 보수란 패거리들이 흔히 인용하듯, 무지한 자들의 '포퓰리즘'이 나라를 폭파시키는 행위를 저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내가 잡은 여러 손아귀 중에 그래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맑은 연둣빛 천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 사이로 가로질러, 단아한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여느 정치인과 달리 그녀는 악수를 청할 때 가식적인 표정을 지을 줄 몰랐으며, 사람들을 공손하게 대하는 어떤 굳센 수련과정을 통과한 눈을 가졌다. 자신이 춘천지구 녹색당 책임자고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 나는 그녀가 당선을 위해 선거에 나온 게 아니라, 녹색의 숭고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선거를 이용하는 듯 보였다.

 



 


 

크으 이런 책에 나오시다니 감격스럽네요. 녹색당의 어떤 분이신지 매우 궁금하다.

 

1998년 미국의 한 만화 마니아가 인터넷에 올린 짧은 글이 논란이 되었다. 오랜 시간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가 공산주의를 표방한다는 내용이다. 마을 지도자 파파 스머프는 숱 많은 수염과 특유의 붉은 옷은 마르크스를 상징하고, 가가멜은 스머프를 잡아 황금으로 개조하려는 폭거의 부르주아를 뜻하며, 고양이 아즈라엘은 부르주아 체제를 수호하는 마름을 표상한다.



 

지금은 뭐 저자가 만일 스머프를 만들었을 당시 가난했다면 우연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그릴 마음이 들었으려니 하는데 처음 저 이야기를 들을 땐 상당히 그럴 듯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보니 포켓몬스터의 나옹도 머리에 금화를 달고 다니네 ㅋ


이건 여담이다. 요즘엔 인터넷이 아주 발달되서 만화만으로 돈이 되지는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나는 매우 존경한다. 그리고 가뜩이나 일본을 혐오하는 한국에서 일본이 최강국으로 손꼽히는 만화를 그리려 한다면 얼마나 욕먹을까 어휴;

 

대학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여자 동기생 하나가, 페이스북에 놀라운 사진을 올렸다. 조각 같은 복근, 늘씬한 다리, 건강한 미모와 관능적인 자태는, 내 감추었던 육욕을 열어 잠시 몽롱한 상상에 휘달리게 했다. 친구의 나이는 불혹이다. (...) 친구는 독신이다. (...)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나는 내 친구의 저 놀라운 자태 속에 무엇인가 침전된 불순물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 무엇이 그녀를 다 채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남편이나 자식을 바라는 미지근한 미련이 남아서일까? 혼자 겪어야 하는 노년의 삶에 대한 불안 때문인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는 친구는 누구보다 늠름했다. 그녀는 무엇인가 다른 종류의 허기를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언젠가부터 페북에 내 사진을 올리지 않게 되었거나 그보다 아예 찍지 않게 된 건 한남아재들 때문이었다. 걍 아무 생각없이 다이어트 중이었기 때문에 헬스장 가서 사진 찍어 올렸는데, 그때 정말 어마어마한 소리들을 들었다고 할까. 그때 난 남친이 있었지만 군대에 있기도 했고 알바 처음 시작할 때 자꾸 남친 있느냐 결혼할 거냐 물어보는 게 귀찮아서 독신이라 하고 다녔었기 때문에 더 했다. 하체가 적당히 포동포동하고 튼실해서 취향이라 하며 작업거는 인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거슬리는 건 왜 그 사진을 올리는지 외로워서 그런건지 등등 나에게는 없는 의미를 멋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었다. 임자있거나 결혼한 인간들의 단점을 꼽자면 유독 독신들을 자신보다 하등한 사람마냥 취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잔소리가 유독 많은 거라 생각한다. 왜 그 사람이 독신인지에 대해서는 남들이 알 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계속 잊어버린다. 물론 자신이 쏟은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생각도 없다.


내가 애니메이션을 좀 보다보니 친구에서 연인 사이가 되는 로맨스 내용도 본 적 있고 동창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관련된 동인지도 본 적 있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감. 어떻게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친구에게 육욕이 느껴질 수가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아니 그리고 그 친구는 이 책 안 봄? 대학 동기 사이에서 소문 퍼질까봐 우려가 되는 구절인데; (이후부턴 육욕이란 단어를 써도 된다고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거나 혹시 받았다고 해도 다수의 독자를 불쾌하게 했다는 전제 하에서 쓴다.) 욕구는 가질 수 있을지 모르나 작가 이름이 가명이 아니지 않은가? 무례를 솔직함으로 포장한다 해서 젊어진다거나 무례가 가려지는 건 아니다. 아무튼 일기는 좀 일기장에 써줬음 하는 소소한 바램. 오랜만에 황혼유성군이 생각나긴 했지만.

 

오늘날 유희의 대표주자인 영화의 예를 들어보자. 100억을 들여 만든 한국판 블록 포스터가 휴가철을 맞이해 개봉했다. 제작사는 관객을 예측하여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향의 요소들을 꿰맞춘다. 감독은 흥행될 장면을 분석하여 영화를 흥행이 예상되는 범위 내로 찍는다. 비밀 시사회를 열어 반응을 살피고, 거부감을 느낄만한 장면을 덜어내어 수정한다. 개봉과 함께 각종 이벤트와 홍보로 여론을 형성한다.



 


 

난 어차피 영화에 쓸데없이 19금 실려 괜시리 시청자에게 부담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편집엔 찬성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화 계에서 엑스트라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는 점은 마음에 걸리더라. 요즘에는 좀 개선되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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