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윈터 에디션)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농민군이 우금치에 도착해서 본 것은 고개 위에 걸려 있는 총들이었어요. 농민군에게는 총이 없었습니다. 그들을 지휘하며 전투를 이끄는 사람들이나 총을 사용했죠. (...) 총칼은커녕 죽창 하나만 들고 싸운 사람이 훨씬 많았어요. 그러니 잔뜩 걸려 있는 총을 보고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농민군은 옷 속에 부적을 붙였다고 해요. 그 부적을 붙이면 총알이 피해간다고 믿었대요. 정말로 그렇게 믿었을까요? 아니요. 당연히 믿지 않았을 겁니다. 너무 무서우니까, 무서워서 한 발짝 떼기도 힘드니까 붙였던 거예요. (...) 이 아무개들은 용감하게 싸운 게 아니에요. 두려워하면서 싸웠어요.



 


 

그러고보면 나이든 분들과는 말이 잘 안 맞는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직접 내가 그 현장에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인륜에 맞게 말하면 대체로 잘 알아들으시던데...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고 그냥 그런가보다 넘어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친구 하나는 정말 꼼꼼이 가려서 사귀기는 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굉장히 완고한 성격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쉬운 듯. 표면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자신과 나이가 같거나 더 젊은 사람들은 이미 당신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걸 왜 모를까. 나중에 그 사실을 깨달았을땐 이미 상당히 다른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진 상태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으면 괜히 멋쩍고 이유없이 분노에 차서 페북이나 카톡 프로필 같은 곳에 '인간을 싫어하는 인간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붓고 있겠지만. 자신이 바로 자신을 떠난 인간들을 싫어하는 인간인 걸 인지하지 못하고 말이다. 한때 당신을 좋아했던 사람이 당신을 싫어할 수도 있고, 반드시 원인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나 대부분은 당신의 포용성 없는 성격이 원인이다.

 

이 책의 치명적인 문제를 꼽는다면 나혜석에 대한 해석이 너무 엉망이다. '나혜석이 강간을 당해서 수치를 막으려면 강간범과 사귀었다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와 '나혜석이 최린과 사귀었더니 나중에 가선 최린이 강간했다고 말했다'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라면 나혜석은 당연히 강간 피해자다. 그러나 후자는 '나혜석이 최린과 사귀어놓고 남편에게 버림받을 위기에 처하니까 최린이 강간했다고 거짓말했다'라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실제로 독서모임에서도 매우 강건하게 이렇게 생각하는 분을 만나 나와 큰 충돌이 있었다. 결국 여자의 재산 보고 건드리는 최린이 잘못한 거 아닌가라는 식으로 설득했지만, 이 책이 나혜석에 대해 큰 오해를 가져다 주면서 아울러 고인에게 2차 피해의 여지를 준다고 본다.

인터파크에서 별점 수 9인걸 보니 이거 올리면 또 ㅈㄴ 욕먹을 거 같은데 아무도 지적을 안 하니 어차피 동네방네 욕먹는 내가 쓸 수밖에 없을 듯. 솔직히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이름이 뭔지, 1쿨인지 아니면 1기인지 따지는 것보다 나한텐 이게 더 소중하다 ㅋ

 

삼국유사가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라면, 혹은 안데르센의 동화라면 어땠을까요. 교과서나 시험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만화책으로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다면 그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좀 더 매력적이고 낭만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 또 핀란드에는 '무민'이라는 국민 캐릭터가 있습니다. 무민은 동물이 아니라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 트롤이에요. 사실 우리나라 설화에도 인어공주에 비견할 만한 해녀 '아리'가 있고, 한국판 트롤이라고 할 수 있는 도깨비가 있습니다.

 



 


 

뭐 우리나라는 기독교랑 분서갱유가 서브컬쳐를 다 쳐부셔놔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나저나 아리라는 이름의 해녀도 있었구만요. 처음 들어보는데.

 

저는 열렬한 야구팬인데요, 야구를 보다보면 스포츠가 한 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을뿐더러 때로는 의외라고 할 만한 반전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딱 맞죠. 그런데 스포츠만큼 반전의 묘미를 주는 것이 또 있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극적인 반전으로 가득한 역사입니다.



 


 

저도 야구물을 참 좋아하는데요. 참된 허벅지 서비스가 참 많아ㅅ... 아 아닙니다.

 

친일파의 후손은 계속해서 돈과 권력을 움켜쥔 채 떵떵거렸고, 박상진 의사의 후손은 가난 속에서 쓸쓸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1961년이 돼서야 선열유족이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지요. 여전히 박상진이라는 이름은 유명하지 않지만, 그 삶을 전하는 책과 다큐멘터리, 뮤지컬이 나오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분의 업적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사회 탓하지 말고 노오력하라고 하는 게 나혜석에 대한 평가 다음가는 단점인 거 같다. 솔까말 요새 정보 다 알려지고 있고, 그래서 친일파 후손들 넓은 집에서 발 뻗고 귀 후비면서 편하게 자는 거 다 알고 있는데 나만 ㅈ나게 고생하고 있다 생각하면 누가 열심히 하겠나 걍 편한 길 택하지 하는 생각이 자주 난다. 그리고 뮤지컬은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같은 거 아니었나 ㅋ 아아 나는 현장에서밖에 음악 안 들어요 이 ㅈㄹ하고.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며 효율만 중시하다 보니 안전이 뒷전이 됐어요.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세월호 참사까지 끔찍한 비극으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야만 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환경 문제나 교육 문제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도처에 산재해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말입니다.


 


프란체스칸의 정신으로 정신적 경제적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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