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민음의 시 104
박정대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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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당 담배 클럽에서의 술고래 낚시 중에서

                                  

무가당 담배 클럽에서 봄을 맞이하여 첫번째로 하는 일은 지난 겨울 읽던 책들을 절구통에 넣고 빻아서 떡을 만들어 먹는 일,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 맥주의 강을 망치로 부수어 마시는 일 그리고 그 강물 속에서 술에 절어 겨울잠을 자던 술고래들을 낚시하는 것, (...) 술고래들은 한결같이 잠에 취한 채 정신없이 끌려나오지, 낚시로 잡아올린 술고래들을 운반하기 위하여 무가당 담배 클럽의 마을에는 기차가 드나드는 작은 역도 하나 생겨났지, 하루에 두 번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들어올 때면 술고래들은 잠에서 깨어나 펄쩍펄쩍 뛰지,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거라네, 술고래들은 아마 도시로 팔려나가 사람들을 위해 얼음 맥주의 호수를 망치로 부수는 일을 하겠지, 더러는 커다란 수족관 같은 데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연기를 하기도 하겠지,



 


 

술 마시면 담배 피우고 싶다는데 정작 술은 마시고 담배는 끊은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다. 아무튼 술은 둘째치고 담배가 세금을 엄청 거둔다는 건 사실이다. 금연에 쓰는 건 물론이고, 함부로 담배꽁초 버릴 때 화재가 생길 걸 예상하여 그에 대비한 소방 관련 세금까지. 그렇다고 대안인 전자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도 최근 밝혀졌으니, 그냥 피지 않는 걸 추천한다. 대체 왜 복지 관련 세금 내긴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담배는 거리낌없이 사냐고...


나는 정말 강원도를 내 고향으로 삼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서 약 4년간 살았다는 동인천은 기억에 없다. 내가 살았던 서울시 금천구에는 그 나름대로의 자연은 존재했지만 드넓은 바다가 없었다. 그런 곳에서 사람은 많으니, 이들이 점점 마음이 비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신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왕따를 당했다. 개인을 공동체에 포섭시켜야 하는 지역에서 오히려 소외라는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강원도는 그런 우리 가족 주변을 산과 바다로 둘러싸 품어주고, 이곳의 여러 생물들은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다.

여행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단지 여행하는 과정이라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추가하는 책을 좀 더 사랑한다. 그렇게 당해놓고도 난 아직도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건지.

 

얼마 전에 페친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분 시집을 사 읽은 적이 있는데 너무 별로였어서.... 실망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페북에서 추천한 시들은 의외로 몹시 괜찮다나. 이 분은 확실히 시집을 잘 골라야 할 것 같다. 이 시집에서도 여행, 사랑, 뭐 그런 소소한 테마들이 확실히 많이 나오더라. 부정적으로 말하면 시시한... ㅋㅋㅋ 근데 간혹 그런 시들이 눈에 띄어서 반전미 요소가 있다.

위에 인상깊은 구절처럼 우화적인 이야기들이 많지만, 세부적으론 사회현상을 깊이있게 다루는 것 같아 인상깊었다.

 

혜화동과 관련된 시에서 쓰여진 걸 보니 시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11월인 듯하다. 마침 지금 11월; 이 책 전엔 세월호 책 읽었는데 중간 정도 읽은 날 갑자기 재조사한다더라 요새 타이밍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후에 기타의 눈물이 시작되네 중에서

                                       

1 처음에

                   

처음에는 아무런 노래도 할 수 없었네, 그러나 침묵이 악기처럼 울릴 때, 노래는 그리움의 상처로부터 돋아나는 달빛의 새살, 바람이 없어도 저 홀로 나부끼는 깃발이라는 것을, 나의 기타는 아네, 다섯 개의 검에 베어진 심장을 지닌 나의 기타는 아네, 자신의 상처가 노래임을, 상처받은 한 마리의 고통, 하나의 심장이 노래의 유일한 근원임을

                                       

3 그 다음에

                                      

밤은 참 길기도 하다, 아직 기타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라디오를 틀었다, 밤은 참 길기도 하다, 라디오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음악 프로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 낮에 한숨 푹 잤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왠지 요즘 보고 있는 중인 기븐이란 애니메이션이 생각난다. 거기서도 주인공이 뭔가 흐느끼듯이 노래 부르면서 기타 연주를 하던데.

 

동정 없는 세상 중에서

                                       

새벽에는 박하와 나만이 깨어 있다, 동정 없는 세상

나는 담배를 피우며 글을 쓰고

박하는 글을 쓰는 나를 쳐다보다

가끔 졸기도 한다, 졸면서 박하가 꾸는 꿈이

나는 몹시 궁금하다, 짐노페디라는 음악

참 멀리 가는 그 음악의 성분이 나는 그립다

매실들이 둥둥 떠 있는 매실주 술병을 쳐다보면

나는 자꾸만 음악이 고파져서 밤새도록 마시고 또 마신다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에서 강아지를 데려와서 이름을 박하라 붙였다고 한다. 대체 이 분 정체가 ㄷㄷ 물론 이 시의 이름도 영화 제목에서 따온 건 당연하다. 그나저나 짤은 9개월된 강아지라 하지만 여기서의 강아지는 무려 2달된 강아지입니다 사실 쌤쌤 아닌ㄱ...(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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