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가슴 설렌다 걷는사람 희곡선 2
이혜빈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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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내 낳을 때 어땠는데?


은희: 뭘 어때.


달리: 아프드나.


은희: 당연히 아프지. 낳고 나서 울었다이가.


달리: 왜.


은희: 딸이니까. 또 낳아야 해서.


달리: 흥, 둘 다 울고 있었겠네.


은희: 그래도 내가, 니를 낳고 얼마나 가슴 떨리고 설렜는지 모른다.


남편이 있다 해도 자식만큼 사랑할 수 있겠나. 나는 니 아빠가 첫사랑이지만 사실 진짜 첫사랑은 니다이가. 니가 처음 엄마를 부르던 날,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첫 생리 하던 날...... 모든 게 궁금하고 신기하고. 내 자식이니까.


지금도 나는, 니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



 


 

어머니는 내가 처음 생리할 때 하신 말씀이 "와씨 니도 이제 맨날 고생하겠네." 이랬다. 그리고 난 지금 일주일째 그날 중이라 하는데 ㄷㄷㄷ 고생 정도가 아니잖아요 엄니 ㅠㅠ 지금도 넘나 아픈 거 ㅠㅠㅠ


남몰래 짝사랑하는 오빠한테 주려고 명절날 초코렛을 산 달리. 그러나 어머니는 아버지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벌써부터 심기가 좋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낸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할머니와 언쟁하던 어머니는 급기야 과거의 트라우마가 한꺼번에 터져 감정이 북받치고 마는데... 여기에 반전이 가미되어 짧지만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는 연극이다.

 

달리: 큰방에는 오래된 TV가 있고, 할머니는 저기서 전기장판을 켜놓고 하루 종일 TV를 봐요. 할아버지도 가끔 같이 TV 볼 때가 있는데 보통은 작은방에 혼자 있어요.


할아버지 방은 저기에. 작은 책장이 있고 옷 수납장이 있어요.


 


방문은 항상


잠겨 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눈이 나빠서 안경을 썼고, 지금은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다 시력이 아예 멀까봐 퍼뜩 겁먹을 때가 있다.


사람들이 TV 앞에 앉아 하루종일 연속극을 보는 노인들을 욕하지만, 귀가 멀고 눈이 나빠지면 어차피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게 되고 가장 잘 찾을 수 있는 게 TV이다. 뉴스나 역사저널 그날을 제외하면 최대한 TV를 보는 걸 피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눈 먼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의료기술이나 팟캐스트같이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가급적이면 전자로... ㅠㅠ

 

 

순자: 영서는 요즘 일이 좀 되나.


은희: 아휴, 이제야 풀리는 갑습니더.


순자: 그래. 하다 보면 잘 되겄제.


은희: 그럼 뭐합니꺼. 돈을 하도 써대니까 빚 갚는 데만 다 들어갑니더. 작년에는 내내 놀았는데 한 달에 삼백 기본으로 쓴다 아입니꺼. 이번에는 골프에 미쳐가지고 그거 하러 다닙니더. 일당쟁이라도 하라니까 골프 치러 간다고 안 하대예.


순자: 가도 노는 거 좋아해서 참 큰일이다.


은희: 아범만 그렇대예. 이 집안 식구 다 그렇드만요.

 



 


 

ㅋㅋㅋ 은근 눈앞에서 디스하시네. 무튼 한달에 삼백 저한테 주면 잘 쓸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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