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촛불집회 준비물에 관한 상상 b판시선 18
하종오 지음 / 비(도서출판b)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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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창/거리에서 광장에서


 


나무가 작은데도 꽃을 피우는 동안


사람이 혼자 노래를 불렀다


개화를 기다리는 사람을 몰라보고


작은 나무가 꽃을 천천히 피울까 봐서였다


 


대통령이 부패하고도 큰 관저에서 잘 지내는 동안


시민이 떼 지어 노래를 불렀다


하야를 명령하는 시민을 몰라보고


부패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까 봐서였다


 


사람이 혼자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 음성에 덮인 작은 나무가


원가지를 푸르르 떨었다


 


시민이 떼 지어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 음파에 흔들린 큰 관저가


부패한 대통령을 부들부들 떨게 했을까




 


 

혹시해서 말하는 건데 이거 박근혜 대통령 때 이야기다;;; 자한당이 요새 집회 이용하는 통에 촛불집회에 대한 책은 조심해서 들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나쁜 놈들 ㅠㅠ 시위 나갈 때마다 저작권 비용 내놔라.


운동권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민주적이지 못한 사람을 보면 지적질하고 싶어하는 특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박근혜 대통령 때 촛불시위 나간 적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난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촛불시위 나갔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들어간다. 요새 진보권 책을 빌리다보니 사서 분의 나를 보는 눈이 예사롭다. 그러나 이건 내 상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혹은, '저 년이 이번엔 책 안 접고 제대로 깨끗하게 반납하려나'라고 생각하며 째려보는 걸 내가 잘못 해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순신 동상이 군국주의의 대표적인 상징이라지만, 어차피 세종대왕도 삐딱하게 보면 한때 남쪽 사람들을 먹을 것 없는 북쪽으로 강제 이민시킨 독재자 왕이 아닌가. (지인의 평가는 더 잔혹하다. 세종임금은 백성을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한다. 철저한 대상화라는 것이다.특히 세종때 만들어진 부민고소금지법 이건 조선이 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난 잘 모르겠으니 이 의견에 대한 견해는 일단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몫으로만 하겠다.)

세종대왕도 있는데 왜 하필 이순신 동상에서 만나자고 하느냐는 질문은 어차피 부질없는 것 같고...

 

하종오 책도 메이져라 피했지만 이 시집은 특히나 노골적인 제목을 지니고 있어서 기피했던 책이다. 요새는 지나간 추억 회상하기엔 딱 좋은 책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촛불시위 때 앉아 있었던 나와 주변 사람들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촛불시위 뿐만 아니라 더 과거에 있었던 시위들 이야기도 나와서 새롭다.

 

수어와 수화/거리에서 광장에서 중에서


 


집에서 텔레비전 귀퉁이 수화창을 봤을 땐


당연한 화면이라고 여겼던 나는


촛불집회 무대 한쪽에서


가수들의 노래와 연주자들의 악기 소리를


두 손에 온몸을 보태어 수어로 번역하는


수화 통역사를 보고는 기꺼워했다



 


 

그러고보니 검찰개혁 촛불시위에서도 이런 거 있었는지 모르겠다. 전에 나한테 홍대 가수들 나오라고 말해달라 했던 사람 있는데, 이런 분들부터 좀 섭외하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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