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른 노래, 다 다른 아이들 - 백창우가 쓴 아이들 노래 이야기 살아있는 교육 26
백창우 지음 / 보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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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아가,


어머니는 어디만큼 오시나?


읍내 저자 다 보시고


신작로에 오시지.


 


둘째 아가,


어머니는 어디만큼 오시나?


아기 신발 사 가지고


고개 넘어 오시지.


 


셋째 아가,


어머니는 어디만큼 오시나?


예쁜 아기 젖 주려고


언덕길에 오시지.


 


넷째 아가,


어머니는 어디만큼 오시나?


아기 보랴 종종걸음


다리 건너 오시지.


 


꼬마 아가,


어머니는 어디만큼 오시나?


동구 밖에 다 오셨다.


엄마 마중 나가자.




아마 학습 만화인걸로 기억한다. 반항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한 한부모가정의 남자아이가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채 그 때엔 오지도 않을 어머니를 기다리는 장면이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하염없이 울면서 그 장면을 보고 또 봤는데, 그때 이 시가 옆에 적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처음 데이트할 때, 아버지가 일이 늦게 끝나 헐레벌떡 뛰어올 때 등에 땀이 줄줄 흘러 와이셔츠가 흠뻑 젖어 살이 비치는 걸 보고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 결심하셨다고 한다. 어머니의 핏줄을 이어받아서 그런지 나도 옷 잘 입고 깔끔한 남자는 그닥 싫어하는 편이다. 물론 옷은 잘 입어야 하지만, 내 기준에서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무늬와 장식 없이 심플한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체로 멋을 부리는 남자는 남이 조금이라도 지저분(?)하면 비웃더라. 권위 의식을 그런데서 뽐내고 싶던지.

제일 최근에도 있었지만 만남이 너무 짧았고, 일단 그 전에 어느 모임에서 만난 남자분이 최강이었다. 말 그대로 오만함의 최강을 달리며, 조금이라도 칭찬하면 그렇게 허세를 부렸다. 설거지 한 번 안 하고, 글도 못 쓰면서 책 내는 것하며 어쩜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모습만 보이는지 참... 그 사람에게 배운 게 딱 하나 있다면 백창우였다. 동요를 짓는 사람이라 그런지 백창우 씨는 책을 그닥 안 내는 것 같았다. 성실함을 드러내는 징표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자신이 쓴 노랫말보단 다른 사람들의 시와 동요를 더 많이 소개한다. 그런데 글귀는 굉장히 꾸밈이 없고 솔직하다. 이런 사람이 정말 맑은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틀림없이 옷차림도 으리으리한 장식이나 무늬 없이 깔끔하겠지.

어떤 잘 차려입은 남자분이 내가 검은 옷에 안경 닦는 걸 보고 폭소하길래 빈정상해 올려봄. 이슬비 내리고 우산은 없고 급한데 어쩌라고. 확씨 개똥이나 밟아라.

 

근데 이거 시대가 좀 지나서 초판 나왔던 책이라 그런지 영 젠더감수성 안 맞는다. 아빠가 수수팥떡 더 잘 만들 수 있고 노래 실력 더 뛰어날 수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분은 아내랑 어머니 좀 그만 괴롭히고 이혼도 하고 평생 솔로로 살아ㅡㅡ

그리고 저자는 대체 왜... 다른 작가들은 개정판 낼 때 젠더감수성에 어긋나는 글이 있음 각주를 달던가 아님 완전히 고쳐서 내던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유가? 자신감 충만한가.

 

그리고 이 책에 오른 윤구병님 글은 이렇게 윤문하고 싶다.

 

말을 배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노래를 배울 수 있다. 문제는 어머니가 아이들을 말의 세계로 이끌 때 지니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음악의 세계로 이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옛날 글을 무조건 이렇게 수정도 안하고 글을 올리면 문제가 발생하는 거 같다. 뭔 소린지 완전하게는 이해 못하겠고 좀 불편하다.

 

"네 마음에 노래의 씨를 뿌려놓고 영영 가신 내 언니에게."


윤일주 동시집 첫머리에 있는 말입니다.

 



 


 

여기서 언니는 윤동주를 말한다. 왜 형인데 언니라고 하냐 지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전을 보면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주로 여자 형제 사이에 많이 쓴다.'라 되어 있고 더 많이 배운 사람?을 언니라 칭한다는 말도 있는 걸로 보아 국어적인 정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추측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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