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의 기억 - 1960~80년대 한국공포영화 Film Story 총서 10
허지웅 지음 / 한국영상자료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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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현은 살인범으로 지목당한다. 특히 천남식의 상사가 선우현을 의심하고 있다. 선우현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그와 함께 천남식의 고향인 작은 섬 파랑도를 찾아간다.

천남식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며 자취를 수집하던 그는 금세 이 섬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이 섬의 모든 건 번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도권은 여성들에게 있으며 그녀들에게 공유되는 남성들은 씨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 선우현은 천남석을 사랑했던 민자를 만나게 되는데, 민자는 선우현을 천남석 대신 돌아왔다고 여기고 그와 동침한다. 무당은 천남석을 돌아오게 하겠다며 굿을 벌인다. 그리고 정말 천남석의 시신이 떠내려온다. 그날 밤, 민자는 무당이 입회한 가읜데 시신의 성기에 대롱을 꽂은 채 시간을 한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파랑도를 찾은 선우현은 사내아이를 데리고 온 민자와 마주한다.



 


 

60~80년대는 아버지가 영화를 닥치는대로 보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러나 학교가 끝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갔다는 아버지조차 공포영화는 생소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여고괴담이 데뷔했을 때조차도 우리나라에게 공포영화는 낯설었다. 우리나라의 공포스런 이야기는 대부분 억압받는 여성, 세상에 복수하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었었기 때문이다. 피가 무지막지하게 튀는 좀비물과 어딘지 기분 나쁘고 음산한 귀신물은 엄연히 다르다. 고어물은 태연하게 봐도 귀신물은 못 보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최근 한국에 미투 붐이 일면서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예능계 남성들이 기이하게 떳떳한 듯이 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당연하다 볼 수도 있는 게,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을 휘두르고 연예인 여성들을 불러와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그 잔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가요무대를 보다보면 부모님 사이에 재밌는 대화가 나돈다. 남편에게 이혼당하면서 재산까지 온통 뺏긴 저 여인, 야쿠자와 결혼했는데 결국 내쫓겨 다시 무대에 오른 이 여인... 그런 면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루었기에 한국의 옛날공포영화가 하녀라는 영화로서 잠깐 신선하게 조명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이 책에서 허지웅은 그마저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애초 그렇게 인기가 없으면 책을 내지도 않았을 뿐더러, 레트로 분위기에 힘입어서 그런지 SNS에 공포영화 홍보영상이 올라가면 댓글에서 같이 보자느니 싫다느니 일반 영화 홍보영상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댓글로 시끄럽다. 여름이 길어질수록 공포영화의 인기는 식을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책 본다고 어떤 사람이 꼰대라 하는데 전설의 고향은 전설의 고향 특유의 내음과 맛이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 책을 본다고 무턱대고 꼰대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꼰대 소리를 유연히 뛰어넘을 수 있는 게 문화가 아닌가 싶은데. 근데 꼰대가 될 것 같단 게 일리도 있는데 요새 가요무대에 굉장히 낯익은 90년대 가수와 음악이 가끔가다 나오더라(...) 어차피 사람들 다 늙는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련다.

그때 그 시절만 좋았고 그때의 문화만 최고라 생각했다면 꼰대의 사상일지도 모르나 과거의 유물 그 자체를 향유한다고 꼰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전주에 한복입고 가는 사람들이며 유투브에서 노인들의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며 일제에 항거하듯이 일본제품을 불매하는 사람들 그 모두가 꼰대란 말인가. (왠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겁나는데)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불매운동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무지몽매하다며 일본의 반도체에 대한 미련과 한국 무역의 타격을 과대설정하여 지적하는 사람을 우린 꼰대라 하지 않던가. 일본은 근현대사를 삭제한 채 '지금' 군국주의의 광영을 찾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버핏이 투자한 일본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 역사 없이 지금의 우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망령의 기억이라는 책 제목 때문인지 이런 지적이 나왔는데 다소 어이가 없어 올려본다. 이런 인간들 간혹 있다. 중국 역사책인 '권력'이라는 책을 읽는데 개독교가 와서는 뜬금없이 "인간의 권력은 허망해요."라고 하는 케이스. 누가 모르냐 망하지 말자고 책을 읽는 거지 권력이란 책에서 무슨 진시황 찬양했대? ㅋ 그럼 주님의 권력은 존내 창대해서 예수 십자가에 매달리게 하심? ㅋㅋ

 

중요한 건 화해의 기술이다. 화해의 기술은 망각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원한 있는 여성 귀신의 이야기를 시시하다며 잊어버렸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들에서 가장 크리피한 건 자신의 며느리적 시절을 잊어버리고 며느리를 괴롭히던 시어머니와, 낯선 여자를 집에 불러들이거나 혹은 아내가 힘들어할 때 집안일에 손끝 하나 안 댄 남자들이 아닐까. 그들이 시시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잊지 못한 그들은 아직도 여성을 괴롭히고 있으며 한국이 페미니스트 국가 되기는 아직 멀었다. 망령의 기억이든 뭐든 여성들은 깨끗해지고 싶다 하여도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수사 결과 강미애는 잠적 나흘 만에 가수 유모양의 전남편인 이모 씨와 서울 종로구 와룡동의 한 여관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이 사건은 당시 동성애 소문으로 고통을 겪은 가수 금호동의 경우와 함께 '연예계의 도덕 불감증'이라는 식으로 언론과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뜬금없이 동성애 소문은 왜 ㅋㅋ 무튼 1965년에도 이런 스캔들이 있었군요 몰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골 처녀 명자가 등장한다. 들판에서 강간을 당할 뻔한 명자는 우발적으로 남자를 살해한다. 이때 명자는 고양이 마냥 두 손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한다. (...) 여기서 그녀는 서울 외곽에 있는 양계장 집에 식모로 가게 되는데, 양계장 집 부인인 정숙은 향후 명자를 좋은 곳에 시집 보내주는 조건으로 식모 계약에 합의한다. 정숙의 남편 동식은 과외로 음악을 가르치는 작곡가다. 동식과 정숙은 금슬이 좋은 편. 명자는 밤마다 동식과 정숙의 섹스를 몰래 훔쳐보는데, 성적인 흥분 상태에 이르자 또다시 두 손이 오그라든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섹스 신이 적나라할 수도 없을 텐데 허지웅이 이렇게 쓰니 뭔가 자극적인 게 나올 것만 같다. 확실히 이 분이 글은 정말 잘 쓰심. 뭐 예전부터 그래서 책 모아놨고 이 분이 페미니즘 깠을 때도 책을 차마 버리지 못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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