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걷는사람 시인선 3
송진권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어슴푸레한 데 중에서

                   

 

                   

 

저 어슴푸레한 데는 뭐가 있느냐


무엇이 살고 있느냐


어둑시니 떼가 쪼그려 앉아 있느냐


분꽃이 피냐


도둑이 웅크리고 있느냐


(...)


오오, 우리들이 함께 무찔렀던 어슴푸레한 데


무엇이 있느냐


무엇이 쪼그려 앉아


흑백이 부동인 채


턱을 괴고 눈망울 디룩디룩 굴리며 여길 쳐다보느냐


저 죽을 줄도 모르고 쪼그려 앉아


불칼을 등허리에 맞고 있느냐



 


 

최근 강원도가 바가지를 씌운다고 성화들이다.


강릉에 가서 골목 아무 허름한 식당을 들렀다. 곤드레밥을 주고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어르신 입맛에 맞추었기 때문에 생선반찬이 짠 것 빼곤 다 맛있었다. 고래책방도 오랜만에 들렀다. 청소하시는 분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 반긴다.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훌륭한 장소다. 나는 실컷 먹고 마시며 대체 어느 곳이 바가지를 씌운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길을 걸으며 청년들이 반점이나 국수집에서 줄을 나래비로 서 있는 것에 좀 놀라기도 했다. 구글에서 그 집들을 찾으라고 적혀있었을까. 난 줄 서는 걸 싫어해서, 인터넷이나 유투브에 나온 곳들은 피해 간다. 대체로 골목에서 우연히 들른 허름한 집들은 바가지도 안 씌우고, 주인도 친절하다. 또한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을 배려한다. 여름철 한철에 관광객 얼굴 한 번 쓱 보고 그것으로 끝,인 곳이 아니란 것이다.

 

아니 근데 다들 대체 어디서 드시는 것임. 어떤 페친은 민박을 30만원인데서 주무셨다면서 바가지 썼다고 하는데 대체 그곳이 어디요... 내가 아는 주인들 중 그런 인간이 없는데. 강릉이라고 속인 딴 동넨가.

 

시인도 인정하듯 시집은 전반적으로 백석같이 아름다운 지방의 자연 환경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군데군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백석이 자연 환경으로 현실 도피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시집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둠벙에 관한 아련한 옛추억을 읊은 시도 있다. 마침 내가 시를 읽을 때가 슬슬 추어탕을 먹어야 할 때인데...! 경남 고성에서는 덤벙이라고 한다.

사랑


 


여울에 아롱 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노래 듣다 울컥하여


스윽 닦는다


 


모퉁이를 오려낸다


이내 다시 배어나는 달


 


힘주어 닦아도 희미해지다


다시 묻어나는 달


 


돌멩이 던져 흩어버려도


다시 둥글게 모이는 달



 


 

시에서는 대부분 지방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노인들, 남편에게 매 맞는 아내들, 부모가 모두 일하러 나가서 집안에 홀로 남은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안타까움과 사랑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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