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사랑 시와사람 서정시선 1
허형만 지음 / 시와사람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일화

 

육이오 전이라던가

어느 잡지사 좌담회 자리였단다

작가는 구상에서 집필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지 아님 곧 붓을 드는지

사회자가 소설가 최정희 선생께 물었더란다

소설가 최정희 선생 왈,

뜸을 들여서 발효될 때까지 기다리노라 대답했것다

순간, 시인 정지용 선생이

들고 있던 맥주컵을 탁 소리나게 내려놓더니

아, 아니 그러면 문학이 누룩이란 말씀인가?

이래서 좌중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더란다

웃을 일이 없는 요즘 문단이나 작품들을 보면서

원로 시인 김규동 선생님이 들려준 한 토막 일화다



 


 

페북에서나 블로그에서나 제 의견 항상 까도 상관없는 거 다들 아시죠?

아니, 원래 내 천성이 삐딱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일부터 개학이라 당장 1일 1병 술을 못 마셔서 빡쳐서 그런가. 영 저 시에 츳코미 걸고 싶어져서.


1. 구상해서 집필하려면 그 사이에 최소 생각을 하겠지? 남들은 그러려니 하는 일에 이건 아니다 하는 걸 시로 새롭게 표현하려면 평소에 머리가 돌아가야 할테고. 그걸 꼭 질문해야 하나?

2. 발효한다고 하니까 누룩이라고 굳이 거기서 츳코미 걸어서 인기를 끌어야 하시겠습니까 선생님 ㅋㅋㅋ 그리고 안 웃긴데 대선생 앞에서 억지로 웃으려 하는 문단 사람들 보이고.

그러나 정지용 시인이 핵심을 찌른 대답을 한 건 분명하다. 그 이후로 어찌어찌하다 시가 술을 마시고 써야 되는 것마냥 왜곡된 건 문제이지만, 그건 정지용 시인 탓은 아니지.

 

귀가 길에라는 시도 통 마음에 안 든다. 요즘에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이미 사람을 사랑할 줄 알거나 곧 사랑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애완동물을 키우던 키우지 않던간에 남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나 버려진 동물과 노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는 사람은 이기주의자이며 나아가 자기혐오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도 따지고 보면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자연보다도 더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사람으로서 끝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도 좀 꼰대같은 느낌이 들고..

정동진에서

 

해미도 걷히지 않는 이른 아침

붉은 빛 무당벌레 한 마리가

우주의 여린 가지를 붙잡고 기어오르고 있네

파도는 어느 틈에 다가와

발목을 끌어안고 떠나지 말라 하네

 



 


이 시는 아주 조금 마음에 들었달까 짧고 많은 의미를 함축한 듯.

 

구름 까페

 

서초동 꽃마을 구름 위에

까페 하나 지어놓고

베레모 쓴 청바지 사나이

무딘 첼로의 음률에 취해 있다

고갱도 덩달아 두 눈 지그시 감고

햇살도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한 생의 깊이를 가늠하고 있다

산다는 거, 구름에 다름 아닌 거,

우루무치를 가다가 천산산맥을 돌면서

저 광활한 구름밭에 뒹굴고 싶었거니

오늘은 사랑이여

서초동 구름 까페에서

우리 서로 말이 없어도 좋으리

그리움 한 다발 꽃병에 꽂아놓고

그냥 그냥 꿈에 젖어도 좋으리



이 시는 두번째로 좋아한다. 배경으로 첼로 켜는 고슈에서 나온 음악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음. 특히 너구리?가 드럼치는 거 ㅎㅎ

현해탄

 

나 오늘 현해탄을 건너네 속도는 세월보다 빨라 쾌속선이 물 위를 나는데 저 보게 바다의 속살이 부끄럼도 없이 한겨울 햇살을 유혹하네 나 오늘 현해탄을 건너네 사의 찬미 윤심덕을 유혹했던 이 바다 저 보게 갈매기 하얀 알몸이 수평선 허리에 감겨 넘어지네 순간, 배가 한눈을 팔았던가 내 몸이 수평선 쪽으로 기우네 바다의 시린 유두도 탱탱해졌을 터이네

 



 


또 또 슴가 좋아하네 시는 그렇게 잘 쓰는 거 같지 않은데 슴가만 밝히는 건 어디서 배워서 씁 이 짧은 시집에서 세 번 정도 본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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