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버드나무 유일한 - 빈손으로 떠난 참 부자 이야기 우리 시대 아름다운 얼굴 2
한수연 지음 / 하늘을나는교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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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이성애자는 동성 50%를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이고 동성애자는 이성 50%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이 분들은 100%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민나노모노 ㅎㅎㅎ


한채윤 씨가 오래 전에 쓴 글이고 자료집에 좀 더 가깝다.

뉴스데스크에서 게임 폭력성 실험이란걸 벌이다 사건을 만든 적이 있다. 난폭성을 보겠다면서 예고도 없이 PC방의 전원을 다 꺼버린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반론이 거셌다. 그렇다고 게임이 폭력성이 있다는 게 입증된 것도 아니며 심지어 포르노가 아동 대상 성범죄의 원인인지의 여부도 논란이 한창이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감성적으로 나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동성애 사이트와 같이 BL소설 사이트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옛날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요즘에는 해외에 빼돌려서 올릴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컴퓨터나 인터넷에 대해 그렇게 지식이 해박한 분들이 만든 사이트도 아니기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감돌았다. 일단 동성애와 BL문학 팬들은 서로를 잘 모르는 데도 그들을 똑같이 취급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어서, 서로 싸우다 갈라선 점도 있다. 몇 년 후에야 BL문학계에서 출판사를 세워 책도 내고 동성애자 분들이 BL소설도 출판해서 사이가 좀 완화되었다지만. 내 생각에 가장 정신적 충격을 받은 분들은 BL계열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생계를 위한 일을 제외하면 살면서 가장 많은 힘을 기울여 정말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비하하면서 일본학과에 다니는 사람들, 심지어 일본인까지 차별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그 국가에 사는 남성들은 모두 로리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까지 보이는데, 나는 그런 차별이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실상 그런 '여성꼰대'들이 학창시절 즐겨봤던 하이틴로맨스를 보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성차별이 즐비하다. 포르노를 없앤다 하여(없앨 수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아동 성학대 사건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이 포르노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남에겐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포르노의 기준은 (대부분 꼰대)어른들이 정하는 것인데,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편견까지 겹쳐서 조금 선정성이 있는 문학을 상당히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법도에 맞게는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얘기하는 건, 법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습과 정치에 따라 때로 법은 바뀌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강력한 악의 축이 될 수도 있다. 장르문학이 선정적이라며 전부 다 불태운 걸 자랑스러워하던 8090년대 시절 중년층들을 보라. 얼마나 추악한가. 인터넷이 활성화된 지금, 그들이 당당하게 그런 일을 행하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옛날에 차단한 사람 중 동성애자인데 팬픽 좋아한다고 갈구는 사람이 있었는데(경험담) 이게 얼마나 실례냐면... 예를 들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었단 청소년한테 "니가 어떻게 그런 어려운 책을 읽었어?"라고 물어본 거나 다름없다. 그것만도 민폐인데 "애니메이션 문스독 보고 다자이 오사무 팬이 되어 읽었어요 재미있..."이라고 하는 애한테 "넌 그 나이나 되서 일본애니 보고 앉아 있냐? 걔네한테 우리나란 침략당했어!"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 요즘에는 하도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다보니 "BL문학에선 요도에 빨대를 꼽는다며? 어머 너무 폭력적이야" 혹은 "BL문학에선 강간으로 내용을 시작한다며? 어머 성폭력 미화물이야"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옛날 유명한 퀴어문학에선 대부분이 성추행과 강간물로 시작된다는 걸 아시려나. 상식이 없으면 공부하라 하진 않겠으나 닥치는 게 예의이다. 아무튼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의 자기계발적 나발거림에 혹한 일부 청소년들이 분열되어서 우리나라 BL장르가 망한 건 사실이다. 그치만 원인제공자들은 어른 꼰대란 거지.

 

약간씩 이 분 이야기가 틀린 게 있는데. 일단 티가 나는 게 그리스다. 그리스는 보통 동성과 이성적 사랑을 하여 성과 사랑에 대해 배운 뒤 이성과 계약결혼한다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양성애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남성들 사이에선 이성과 열렬한 사랑에 빠지면 되려 비웃음을 당하기 때문에 동성애가 강조되었다 하더라. 대신 여성이 동성애를 하면 비난받는 등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영화를 통한 동성애자들의 자긍심 고취와 이성애자와의 소통을 꿈꾸는 서울퀴어영화제, 한국 최초의 동성애 전문 잡지로 서점 유통을 시도한 버디의 발간이 있었고, 니아까, 보릿자루와 같은 무가지도 제작, 베포되었다. 또한 2000년부터 매년 거리행진-프라이드 퍼레이드와 전시회, 영화제, 토론회 등을 엮는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무지개축제'가 열리고 있다.

홍석천의 커밍아웃과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의 성공 등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을 갖추어 가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동성애'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규정한 '청소년보호법'과 동성애를 비하하는 문구를 담은 교과서 등이 큰 문제이다.



 


 

2004년 청소년유해기준에서 동성애는 삭제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동성애 소식과 차이가 많아서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야 할 게 많다. 역사적으로는 알아둬야 할 소식이지만.

 

제가 만난 다른 동성애자는 고등학교 때, 자기가 동성에게 이끌린다고 느끼는 순간에 '에이즈 걸려 죽겠구나'하고 공부를 안 했대요. 집중이 될 리도 없고, '내가 공부해서 뭐하나, 난 죽을 텐데......' 그런 식으로 인생을 거기에서 끝장내 버리는 거예요. 그나마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런 증언을 하는 거죠. 미국에서 청소년 자살의 30%가 동성애로 인한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것들을 본다면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동성애에 대해서 말을 하거나 동성애에 관련된 매체를 보여주면 청소년들이 동성애에 물들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그런 식으로 물들 것 같으면 우리는 어떻게 이성애에 물들지 않았을까요? 엄마, 아빠도 이성애고 친구도 이성애고 가르쳐 주는 것도 이성애밖에 안 가르쳐 주고 보는 드라마, 영화도 다 이성앤데 어떻게 이성애에 물들지 않고 꿋꿋하게 동성애를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문제는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팬픽이반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글을 올린 뒤 동성애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이어서 나온다. 청소년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알찬 질문과 함께 현명한 대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P.S 오래 전 파고다극장 화장실이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한다. 기형도 시인이 여기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시 읽고 정말 감탄했었는데 그렇게 생을 마치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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