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평론 2019.봄 - 34호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지음 / CoopDream(쿱드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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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불쾌한 감정이 발생하는 관계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 한 사람, 한 사람은 각기 나름의 동기부여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 (...) 그것이 무엇인지는 본인에게 들어보아야 한다. 이것은 여러 비공식적 모임(술자리, 차 모임 등)에서 나누는 이야기이지만, 공식적인 활동가 워크숍 프로그램 등에도 의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할말이 오억조 있는데 정리.


1. 일단 사회적 기업은 30대가 되도 애 소리 듣는 상황에서 '우리 애를 위해서' 이런 구호 촌스러우니 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1인 가구들 싸다고 샤니빵 먹다 죽어가는 거 생각하면 내가 속이 쓰리다. 정 위해서나 위하여를 쓰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몸을 위해서'라 했으면 좋겠다.

2. 비공식적 모임은 술자리 빼고 차 모임만 했음 좋겠다. 그리고 비공식적이라뇨. 직장 직원들 얼굴 보는 것도 일이니 시간만큼 월급 주십쇼. 어차피 막내들은 직원들 '접대'해야 하잖?

3. 그러나 역시 내가 꼰대라서 그런가 이런 현명한 나이드신 분들의 훈계는 좋다. 젠장 내가 이걸 10년 전에만 봤어도 이 꼴은 안 났을텐데... 뭐 8090년대 하렘물 남주 성격으로 인해 득본 것도 좀 있긴 하지만.

 

내 또래나 후배들은 사실 누구보다도 존경할 만한 직장 선배를 찾는다. 그들은 직장 사람들을 까면서도 마지막에는 이 한국 사회에 멘토가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무리 인간이라 허점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정당한 일을 하고 있으니 희생은 감수하자라고 생각해도 현재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는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싶다. 80년대 운동권에서도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대의를 위해 참아오지 않았는가.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의 사랑을 빙자한 성추행을.) 민주 대통령까지 세워진 마당인데 대체 얼마나 더 젊은 세대들이 기다리란 말인가. 기다린 것만도 이제 3~40년째인데.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자꾸 유투브 크리에이터로 가는 것이다. 어쨌든 거기선 꼰대가 없으니 말이다.

그 통수에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의욕이 없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꼰대이며 그들 때문에 청년들은 퇴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솔직히 난 아직도 과장이나 팀장이 하는 일의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은 평사원과 하는 일이 퍽 비슷해지고 있다 하는데 아쉽다.) 모든 회사에서 신입 직원들을 위해 직급과 그 역할을 설명해주는 교육을 한다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생협평론에서 토론하는 사람들 중 강선균이라는 분의 말씀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 분이 제안하신 말씀처럼, 내가 인복이 좋은 탓에 1년간 백수로 놀아도 먹고 사는 게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게 퍽 정신건강에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일하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 덕분에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모든 청년 1인가구에게 이런 기회가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항상 윗자리를 독점하는 사람들 때문에 당사자들이 실무일만 맡게 된다는 나오는데, 요지는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 협동조합 자체가 정부에서 성립된 게 문제가 아니라 '강제로' 세워진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또한 대다수의 친일파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 점 또한 마음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농협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근본은 전쟁자금을 조달하려는 저축운동 벌였던 식산계 출신들이 있었다니 말이다. 친일파 숙청에 소홀했던 게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때 대학은커녕 학교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고졸에서도 파벌이 나뉘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이버대학교를 가서 학위를 딴 사람도 어떤 면에서 보면 비웃음과 차별을 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사 자격이 있다는 이유로 별도 구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 남아있으려 하는 비정규직 강사들은 어떨까? 나는 대학교를 다닐 때 만난 비정규직 강사들이 가장 눈에 선하다. 교수들이 이명박을 탄핵하는 촛불시위에 나가는 학생들을 조롱했을 때, 시간제 강사들은 묵묵히 그리고 이를 갈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자료들을 모았다. 나는 사정 직전에 빼는 섹스를 해도 임신 가능성이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여성학 교수와 사드의 소설 이야기를 하는 국어국문학 교수에게 낚였다. 대학교의 존재 자체가 욕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 학생들과 강사들을 갉아먹고 사는 일부 기생충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몇몇 빼곤 걍 대학교를 거부한게 아니지 않나 능력이 없어서지.

 

친환경 농산물은 부르주아들의 음식이라느니 가타부타 말이 많던 때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기업이 물건을 팔려 했던 전략 중 지금 유행하는 게 가성비일 뿐이다. 비슷해보이는 말 같기는 해도 부르주아에게 아양떠는 것과 차별화 전략은 다르다.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을 잘못 선택한 걸 가지고 친환경 농산물 전체를 부자 음식이네 뭐네 호도하는 짓은 '어차피 망했으니 사회주의는 나쁘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협 초기에 판매전략을 결정짓는 그 자리에 자신이 없었던 게 자랑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말하면 안 된다 생각한다. 물론 한국 특유의 교조주의 때문에 사회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틀지 못해 상품들이 고가인 점에 대해서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읽다 중단한 부분이 어딘지 기억하질 못해 헤메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장들 중 어색한 곳이 많은 탓인 듯하다. 이런 가격에 이렇게 충실한 내용의 책을 내기 힘든 상황인 건 잘 안다. 그렇지만 교정 좀 잘 했으면;

 

영화 에어리프트는 1990년 사담 후세인 시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상황을 다루고 있다. 17만 명의 인도인들이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되었을 때 자기가 먼저 탈출하겠다며 아수라가 되지 않고 17만 명을 구출해낸 이들의 자조를 증언한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그게 평범한지 여부를 생각하기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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