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세트] 황혼소녀 X 암네지아 (총10권/완결)
메이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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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코 감상하며 생각나서 잠시 풀어보는 일본 귀신 썰.

1. 일본에서는 귀신의 이름을 다섯번 부르면 진짜 그 귀신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괴담의 주인공은 부르지 말아야지 결심하면서도 결국 어떻게든 그 귀신의 이름을 다섯 번 부르게 된다. 황혼소녀X암네지아에서는 귀신과 같은 이름을 지닌 유우코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다른 귀신을 이용해 자신이 유명세를 타려고 몇 번이나 그의 이름을 거론한다.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서워진다는 특이한 결말을 맞이하지만(...)

2. 귀신들이 전부 한 장소에 있는 걸 좋아한다. 유우코도 구교사에 사는 일종의 지박령이다. 귀가하는 테이이치를 따라가려다 학교에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지각하는 형태이지만.

3. 우리나라에서도 심청이 등장하지만, 일본 또한 마을에서 역병이 돌면 젊은 처녀를 산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혹시 자세한 과정을 알고 싶다면 만화 귀절도를 보시라.

4. 일본 귀신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대표적인 경우가 있다. 산자와 죽은 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자시키와라시는 일본 귀신 중에서는 온순하고, 심지어는 복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산자를 꼬시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중에도 비슷한 설화가 존재하긴 하지만 공포의 스케일이 비교가 안 된다. 가해자인 귀신은 희생자 흉내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희생자가 된 사람은 그 방의 자시키와라시가 되어 물귀신같이 다음 희생자가 입주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것도 만화 귀절도에 나온다. 몸이 뒤바뀌지는 않지만 케이이치가 잠깐 유우코처럼 영만 남아 생전 유우코의 육신에 들러붙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하도 서브컬쳐에서 모에화시켜서 그렇지 일본 출신 귀신 중 우리나라 도깨비나 구미호처럼 예쁘거나 귀엽거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는 거의 하나도 없다. 애니나 만화에서 매혹적으로 등장한다 해서 무심코 부르지 않도록 조심하자.

아까 쓴 글의 1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하겠다. 산제물을 바칠 때 역병이 도는 마을 내 거주하는 사람들은 아카히토라는 사람을 한 명 선정한다. 그 아카히토가 어떤 사람의 이름을 대면, 그 사람을 산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유우코가 누구보다도 걱정하는 사람이 아카히토로 선정되었고, 그녀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소리가 들릴까 염려하여 방울이 달린 팔찌를 빼지도 않았다. 의지할 데 없던 '아카히토'는 무심결에 유우코의 이름을 외친다. 그리고 유우코는 의도치 않게 산제물이 되었다. 유우코가 산제물이 된 이유는 팔찌를 빼지 않은 유우코 스스로의 탓인가. 아니다. 역병을 피하려 산제물을 바치는 어른 탓이다.

이젠 산불만 나도 세월호가 떠오른다. 성당 시간에 박철이란 라디오 진행자가 오셨다.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의 그 어떤 생각보다도 피해가 심각하다 하셨다. 페북에는 강원도에 가고 싶어도 폐가 될까봐 오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강원도 갈까 생각했다가 다른 데를 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냥 가만히 사진만 올리면 될 것을 대체 왜 그런 천벌받을 글을 써서 올릴까.

귀신과 이름이 같아서 따돌림을 받았던 유우코는 아카히토가 학생들을 죽일 것이란 소문을 퍼뜨린다. 귀신엔 관심없다는 아이였으니 아카히토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잘못 알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녀가 애니의 엑스트라 중 가장 비중있게 등장하는 이유를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어느 공포소설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도 있지 않던가? '어머 가엾어라. 누가 너를 죽였니?' '바로 너!'

효과를 덕지덕지 칠해놓은 건 확실히 문제이다. 사실 그럴 정도로 스케일이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인물도 스토리도 단순하고 내용도 독창적이지 못한 순정만화에서 이러면 부담스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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